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난 제모라는 걸 할 생각조차 안해 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차피 민소매를 입을 몸매는 안되고 다리털도 안 밀어도 그냥저냥 다닐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회 분위기상 여자가 제모를 안하고 다니면 어딘가 모르게 칠칠맞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니나내나 다 털을 밀고 다니는 바람에 여간 얼굴이 두껍지 않은 나도 3년전 부터인가 겨드랑이와 다리 제모를 시작했다.
털을 밀기 시작하니 그 다음에 나오는 털은 왜 이리도 진하고 두껍고 빡빡하게 나오는지 이제는 제모를 안하고 여름철에 돌아다닌다는 것은 내자신 보아도 끔찍할 노릇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털은 왜 이리도 빨리 자라는 것이냐. 제모한 지 1주일 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벌써 다리털이 뾰족뾰족 돋아난 것이 추해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감촉은 왜 이리 불쾌한 것인가. 뻣뻣하기가 남자 얼굴의 수염 같이 되어 버렸다.
남자들은 털도 안 뽑고 반바지 민소매 잘도 입고 다니면서 털이 무슨 야성미의 상징인 것처럼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는데 여자는 그게 왜 안되는 거냐.
제모를 법으로 금지해 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다 안하니까 서로 눈치볼 것 없잖은가.(어째 결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