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 2 - 괴물
소다 마사히토 지음, 장혜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20세기 소년>을 현재 출간된 18권까지 읽고 허탈감에 빠져들었다가(뒷권이 아직 안 나왔으므로) 아쉬움을 달래보려고 대여점에 갔다. 별 기대없이 대여점 책장을 뒤지다가 언뜻 눈에 띈 책이 바로 <스바루>. 이거 뭐야? 내가 왕건이를 건진 것 같은데?

일단 이 만화가 그림체가 무척 독특하다. 이렇게 생긴 여주인공은 좀처럼 본 적 없다. 순정만화, 더군다나 발레만화인데 보통은 얼마나 공주틱하게 그려놓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 작가 그림체는 마치 그리다 만 것처럼 거친 펜선이 다 드러나 있다. 게다가 보통 순정만화에서 주인공이 눈물을 흘릴 때는 얼굴 표정은 조금도 일그러뜨리지 않은 채 수정같은 눈물만 방울방울이 정석일텐데 이 만화는 주인공이건 누구건 울기만 하면 눈물 콧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요즘 추세에 비하자면 약간 오바스럽다.

그러나 이런 거친 펜선은 이 만화의 내용과 너무도 어울린다. 이 만화와 비슷하게 예술계의 천재소녀를 그린 것으로 <노다메 칸타빌레>가 있다. 노다메는 여러모로 스바루와 대조적이다. 스바루가 목숨을 걸고(이것은 단순히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스바루의 춤은 쌍둥이 남동생의 생사와 연관되어 있었다) 춤을 추며 격정적인 회오리바람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노다메는 자기가 피아노를 잘 치는지, 치고 싶은지에 대한 자각도 하지 못한 채 치아키와의 신혼살림(혼자만의 생각이지만)의 단꿈에 빠져 할랑할랑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물론 나중에 가면 노다메도 자각을 하겠지만 그때가 와도 이 만화는 절대 절박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에 비해 <스바루>는 너무도 절박하다. 스바루의 눈은 마치 뒤에서 육식동물이 덮치려고 달려들자 죽어라고 도망가다가 도저히 안되어 최후의 몸부림으로 뒤돌아서서 그 육식동물의 눈을 정면으로 노려보는 암사슴의 눈 같다. 그런 절박함을 채 미완성인 것 같은 거친 펜선이 잘 표현해 준다.

아직 2권 밖에 안 읽어 별 네개를 주었지만 읽다보면 이 평가는 어느쪽으로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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