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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부제,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인생의 목적어>는 카피라이터 정철 씨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뽑아낸 50가지 단어에 대한 글이다.

설문에 답한 사람 2,820명, 그들이 지목한 단어 3,063개.

작가는 "수천 명의 독자와 함께 쓴 책"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단다.

 

그럼 우리 이웃들은

그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무엇을 꼽았을까.

 

가족, 사랑, 나, 엄마, 꿈, 행복, 친구, 사람, 믿음, 우리

열정, 너, 도전, 지금, 희망, 돈, 건강, 자유, 이름, 추억

감사, 밥, 아버지, 여유, 웃음, 실패, 재미, 생각, 시작, 책,

마음, 여행, 변화, 다름, 배움, 만남, 일, 다시, 오늘, 왜,

보통, 휴식, 매력, 길, 술, 그러나, 굳은살, 스무 살, 자식, 그냥

 

굉장히 보편적이고 단순한 소재들 같지만,

이런 주제들이야말로 글로 풀어내기 굉장히 어렵다.

 

사실 나는 자기계발서 류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이 책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선했다거나

공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진부할 것 같은 일상마저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의 역량, 관찰력은 여기저기서 진가를 발휘했다.

 

친구에 대한 부분을 보자.

 

새 친구 사귈 나이 지났다.

사회에 나가면 진짜 친구 사귀기 어렵다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을 물 마실 나이 지났다, 책 읽을 나이 지났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가슴 한 구석에 친구가 들어올 자리가 남아 있다면

친구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도 내 인생 속으로 들어올 다음 친구는 누구일까 기대한다.

-94쪽, 7위 친구 가운데.

 

나이 든 어른이 어린 아이처럼 새 친구 사귀기를 기대하는 모습도 부럽지만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사회에 나가면 진짜 친구 사귀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돌이켜 보았다.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것들.

특히 다시, 왜, 그러나, 굳은살 같은 주제들이 그랬다.

 

이번엔 밥에 대한 글.

 

"저희 집에서 금방 싼 김밥입니다."

"제 딸아이랑 금방 싼 김밥입니다"

달랐다. 다르게 들렸다.

분명 김밥 사세요!랑 같은 말인데

그 말을 들은 내 귀는 금세 따뜻해졌다.

머릿속에 그림 하나가 그려졌다.

이른 새벽 서울 변두리 낡은 연립주택.

둥그런 프로판 가스통이 아슬아슬 벽에 붙은 꼭대기 층.

아직 밖은 깜깜하지만 그 집 창에선 꽤 오래전부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불빛과 함께 어떤 소리도 새어 나온다.

따각따각, 차르륵 차르륵. 그리고 가끔 깔깔 웃는 소리.

안으로 들어가 본다.

밖으로 새어 나온 불빛은 식탁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갓을 쓴 백열등이다.

백열등 아래에 두 사람이 보인다.

조금 전 내 귀를 따뜻하게 만들어준 아주머니와 그녀의 딸이다.

두 사람은 작은 식탁에 마주 앉아 김밥을 싸고 있다.

딸은 계란과 단무지를 열심히 썰고

엄마는 그것을 돌돌 말아 김밥으로 완성하는 분업.

그 따뜻한 그림이 머릿속에 잔잔히 그려졌다.

...

나는 아주머니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지갑을 열었다.

엄마와 딸이 마주 앉은 그 따뜻한 그림을 사기로 한 것이다.

아주머니는 내게 김밥 두 줄을 건넸다.

그러나 그것은 김밥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사람이라는 재료가 단무지나 계란보다 훨씬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따뜻했다. 그녀의 새벽에 그대로 내 손에 전해져왔다.

-210~212쪽, 22위 밥 가운데.

 

그렇다.

그의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단어는

'사람'이었다.

 

그는 8위로 뽑힌 사람의 부제를 이렇게 달았다.

- 정철이라는 사람이 책을 쓰는 이유.

그리고 거기다 두 줄을 덧붙였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 셋을 내게 물었다면

사람, 사람, 사람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 273쪽.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도,

유쾌함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글빨도 아니다.

바로 저자가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에 대한 희망과 기대.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나는 무엇을 꼽을까, 하고

잠시나마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자유'가 아니었나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

내가 살고 싶은 데서 살 자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자유,

아이를 낳을 자유,

여행을 할 자유,

마음대로 사랑할 자유,

행복할 자유.

 

마침 이 책을 읽은 건 아이가 무척 아플 때였다.

물론 지금은 내 아이, 자식이 제일 먼저다.

사실 우선 순위의 문제지, 저 50가지의 단어 중

우리 인생에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물론 1순위로 무엇을 꼽아야 한다는 당위성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얼마나 자주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다듬고, 발전시키고,

고마워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어느 연령대에나 다 "그냥 괜찮은" 책이지만

특히 20대 초반 혹은 그보다 더 어린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가장 좋은 시절이므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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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9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즈 2014-02-23 17:13   좋아요 0 | URL
라일락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수술 부위는 잘 아물어가고 있어요.
참 여러가지 일을 겪은 올 겨울,
우리 모두 더욱 단단해지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그간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다음 기수에도 도전을 해볼까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