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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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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우리에게 올 겨울은 결코 쉽지 않은 계절이었다.

 

첫 책을 마무리 하던 중 둘째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입덧과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첫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설렘을 다 누리기도 전에 시작된

고작 16개월 된 딸아이의 입원, 수술

그리고 시 외할아버지의 별세.

 

이때만큼 삶과 죽음을 생생하게 느꼈던 적이 없었다.

번뇌와 고통과 숱한 다짐이 제멋대로 떠다녔고,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는 날들이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그래서 내가 겪어야 하는 모든 것들이 희미해지기만을 바랐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재밌게도, 이번 달에 서평을 작성해야 할 신간 두 권이

모두 고인이 되신 분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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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광석의 <미처 다 하지 못한>.

이 책은 그가 생전에 쓴 일기, 메모, 편지, 노랫말 등을

모아 놓은 것이다.

 

곁에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크기 때문일까.

그는 내가 생각하기에, '누구나' 좋아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다른 많은 이들처럼 나 역시 차 안에서, 노래방에서

그의 목소리를 즐겨 들었고, 부지런히 따라 불렀다.

그러다보면 아득한, 때론 실체도 알 수 없는 애잔함에 빠져들곤 했는데,

그처럼 깊고 풍부한 음색을 가진 가수라면,

그런 울림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세상 어떤 것에서도 초월했으리라, 내 멋대로 상상하며

그를 '완벽한' 어떤 대상의 틀 안에 가둬두곤 했다.

 

그런데, <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어갈수록

그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었음을,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자유롭고 싶고, 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며

고통과 번뇌와 외로움을 친구처럼 껴안고 살아왔음을 알았다.

그것은 지금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깊은 위로가 되었다.

 

가장 몰입하며 읽은 부분은 일기 형식의 2장,

'악보에는 마침표가 없다-거리에서 부르는 노래' 이다.

 

'이런 노래를 불러야겠구나!'하고 다짐했던 시절의 이야기부터(82쪽),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같은

본인의 노래에 대한 자신의 소회(99쪽),

아내에 대한 사랑과(111쪽),

딸 서연에 대한 애틋함(126쪽)도 마음껏 드러낸다.

 

나의 마음속에 일고 있는 허전함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를 치열하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나.

후회도, 보람도 아닌 그저 살아 있음에 움직인

그 움직임이 불쌍한가.

무료하다.

즐겁지 않은 이유를 모른 채 나는 즐겁지 않다.

또 이러다 가라앉는 것인가.

무섭구나.

-'심연' 가운데, 117쪽.

 

특히 바쁘게 공연을 하고, 인기를 얻었어도

그가 여전히 쓸쓸해 하며,

살아움직이는 원동력, 그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길을 건널 때

신호등이 바뀔 때

지나가는 차 소리

왜 때려 니가 뭔데

금슬 좋지 않은 부부의 싸우는 소리

썩은 가로수도 하늘을 바라본다.

펄럭이는 깃발

새벽길 청소부의 입김

나는 용기가 없어 말은 못하고

보이는 것만 쓴다

-' 인간 풍경' 가운데, 128쪽.

 

 

그가 가장 탐구하고 사랑하고 싶은 대상은

역시 '사람', 그리고 '사랑' 이었다.

 

좀 더 이해하는 마음으로 너를 마주하고 싶어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들리는 너의 목소리가

마치 고양이 발톱처럼 날카롭게 나를 부르면

아아, 햇살은 방 안 가득 차지하고 나를 비웃고

너의 눈매는 바늘처럼 내 뒷머릴 꼭꼭 찌른다

하품 길게 하고 두 팔 휘저으며 뒤통수를 긁어보지만

내게 아침은 너무 요원하구나

나의 생활은 늘 이렇듯 쑥쓰럽게 시작되는구나

- '무제30', 225쪽.

 

 

김광석의 표현대로

"좀 더 이해하는 마음으로 너를 마주하고 싶고",

윤동주의 표현대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

사랑.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풀어가고 있는 과제가 아닐까.

 

그러지 못해  괴롭고

그러지 못해 세상에는 잔뜩 화가 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귀 기울여보면

우린 늘 갈구하고 있다.

열렬히 사랑하기를, 그리고 사랑받기를.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살았으면서도

마치 그 험한 세상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고운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주었듯이

나도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사실 그가 이 책을 달가워할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고 싶어 애쓰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미란 것이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그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을 적실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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