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꼭 안으면 들리는 ㅣ 사과밭 문학 톡 7
로르 몽루부 지음, 김영신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9월
평점 :
+
장애에 대한 옳은 질문을 던지는 환상 동화 <꼭 안으면 들리는>을 읽어 보았습니다. 최근 아들이 장애인에 관심이 많아서요. "엄마 여기 이 표시가 장애인 주차장 표시지?", "엄마 장애인은 에스컬레이터를 어떻게 타요?", "엄마 장애인 화장실은 왜 옆에 손잡이가 있어요?" 하... 질문이 끝이 없더라고요. 장애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좋으나 자칫 장애인을 단순한 흥밋거리로 인지하지는 않을까 엄마인 저는 내심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은 무조건 휠체어 탄 사람만 장애인인 줄 알더라고요.
하루는 아들과 함께 병원 방문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어르신을 보고 "엄마 장애인이다!" 하는 겁니다. 어르신께서는 그저 웃으며 "그래요~" 하셨지만... 전 정말 가슴을 졸였습니다. 휠체어를 탄 모든 사람이 장애인은 아닌 거잖아요. 일단 저부터 장애에 대한, 장애인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정보를 잘 모르니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장애도 여러 종류의 장애가 있는 것이고요. 그런 가운데 제목에서부터 저의 무지를 끝내줄 느낌의 책 <꼭 안으면 들리는>을 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들과 함께 읽고 싶어서 신청했던 책인데 와우! 아들에게 읽어주기엔 글밥이 꽤 많더라고요. 최소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는 되어야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때문에 엄마인 제가 먼저 읽고 장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책 속 주인공인 올가는 '청각장애인'입니다. 부모님과 따뜻한 마음의 고양이 뮤수와 함께 살고 있었지요. 이사도 정말 많이 다녔는데요. 일곱 번째로 이사한 멋진 성과 같은 탑이 있는 4층 집에서 사건이 발생합니다. 올가는 자신의 방 벽지를 뜯던 중 작은 문을 하나 발견합니다. 그런데 문은 잠겨있고, 안에 누군가 있는 듯하지만 무례하게 억지로 문을 뜯을 순 없었죠. 부모님과 함께 근처 숲속으로 산책을 가야 했지만, 올가는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기에 꾀병을 부립니다. 결국 부모님만 숲속으로 산책을 가셨고, 올가는 작은 문 속 누군가와 그림으로 소통을 하게 됩니다.
고양이 무슈는 작은 문 속 친구의 말을 알아들 수 있었지만 사람의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올가에게 말을 전할 수 없었고,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올가는 들을 수 없었지요. 물론 귀가 잘 들리는 비장애인인 우리였어도 그 작은 존재의 말을 들을 순 없었을 겁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을 수 있는 주파수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무슈와 올가, 작은 친구는 그림으로, 몸짓으로, 소통을 해나갑니다. 올가에게 있어서 청각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 소통에 방해가 될 장애물은 아니었습니다.
책은 작은 존재의 이전 삶을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작은 존재의 전후 사정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정이 현재 올가의 가족과도 연관되어 있었지요. 숲으로 산책을 나갔던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고, 무슈와 올가, 작은 존재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숲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올가는 돌처럼 굳어버린 부모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슈와 작은 존재 역시 숲속에서 괴로워하다 온몸이 굳어지게 되지요. 하지만 올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 덕분에, 두려웠지만 용감하고 지혜로운 올가는 모두를 돕게 됩니다. 그녀만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능력이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에게는 있는데, 나한테는 없는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것은 옳은 질문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없는데, 나만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이 옳은 질문이었다.
책 속 위 문장이 이 책의 핵심 주제를 관통합니다. 부정적인 물음이 아닌, 긍정적인 물음. 다른 사람은 없는데, 나만 갖고 있는 것. 올가는 비록 청각장애를 앓고 있었지만, 그만큼 타인과 더 소통하기 위해 더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더 애정을 갖고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녀가 갖고 있는 이 마음이, 이 관심이, 이 사랑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잘 들리니까, 잘 보이니까 늘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 <꼭 안으면 들리는>제목 그 자체로 누군가를 포옹한다는 건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주변 사람들, 혹은 동물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텐데.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네요. 가깝게는 제 아들에게, 제 남편에게, 그리고 나의 형제, 나의 부모님, 내 친구들에게 말이죠. 책을 읽고 책 속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있어 아래 적어두고 서툰 서평 마치겠습니다 :)
<책 속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끼는 순간, 간혹 희미한 희망의 불빛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불빛은 아주 희미해서,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올가는 자신에게 없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올가가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모두들 가져온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빨간 털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도 귀마개를 빼지 않았다.
모두 잠시 올가의 세상에 머물렀다.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