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작은 새 인생그림책 18
윤강미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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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붉은빛과 새장 모양으로 타공 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윤강미 작가님의 그림책 <미나의 작은 새>가 출간되었습니다. 미나가 사랑하고 아끼는 작고 예쁜 노란 새는 새장 안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미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숲속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작은 새와 함께 말이죠. 숲에 도착한 미나는 새장 문을 열어 작은 새를 조심스레 날려봅니다. 미나의 주변을 잠깐 맴돌던 작은 새는 이내 숲속 푸른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깜짝 놀란 미나는 작은 새가 자신을 떠나 멀리 날아가 버릴까 봐 작은 새를 쫓아 숲속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순간 미나의 몸에 노란 날개가 돋아나 하늘을 날 수 있게 됩니다. 미나는 하늘 멀리 사라져버린 자신의 노란 새를 만나 숲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새와 함께 맛있는 나무 열매도 맛보고, 마음껏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하기도 하고, 다른 새들과 함께 한바탕 신나게 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미나의 마음은 조금 슬퍼지기도 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작은 새가 이곳, 숲에서 더없이 행복해 보이고 여기 남고 싶어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미나는 깨닫게 됩니다. 작은 새장 속 삶이 아닌 자유롭게 날갯짓을 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작은 새에겐진정한 행복이란 것을요. 아름다운 일러스트 속 미나와 작은 새의 이야기가 마음속을 맴돌았습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의 틀 안에 가두는 소유의 방식이 아닌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놓아주는 것.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으로서도 깨닫게 되는 것도 많았습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의 기준에, 나의 틀에 아이의 가두고 아이의 날개를 꺾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이가 무한한 상상의 꿈을 안고 자유롭게 저 넓은 하늘을 향해 날아갈 수 있도록 엄마는 단지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 저는 나의 품 안에서 아이를 조금씩, 조금씩 놓아주는 연습을 하렵니다. 

"내가 나일 때 행복하듯이, 너도 너 일 때 우린 함께 행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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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들 I LOVE 그림책
므언 티 반 지음, 빅토 가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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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표지 및 일러스트와는 대조적으로 이야기는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다. '소원들'이란 제목만 보면 뭔가 이뤄지길 바라는 아름다운 꿈을 생각할 수 있지만, 책 속 이야기의 소원은 그렇지가 않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기 위해 마주해야만 하는 현실 속 난민으로서의 간절함이 담담하게 그려져 더 안타깝고 더 슬프게 느껴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난민 소녀는 삶의 터전을 떠나 미지의 낯선 곳을 향해 떠나간다. 종이배처럼 위태로운 배 위에 옹기종기 모여 침묵 속에 그저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눈빛은 공허하다.




소녀의 눈빛 역시 불안 속에 흔들리지만 강렬함이 엿보인다. 소녀에겐 아주 간절한 소원이 있기 때문이다.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배가 좀 더 튼튼하기를, 태양이 더 이상 뜨겁지 않기를.... 그리고 소녀의 마지막 소원 '더 이상 소원이 없기를...' 부분에선 그저 침묵 속에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책은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한 줄의 문장이 주는 힘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 한 문장 안에서 수많은 서사와 비애가 느껴진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말이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담을 토대로 했다고 한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선 전쟁으로, 기아와 질병으로, 폭동으로 수많은 난민들이 목숨과 맞바꿔가며 싸워나가고 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 지금의 나로선 상상만으로도 부족하겠지. 그저 지금의 내 삶에 감사함을 느낌과 동시에 더 이상 난민들이 없는 세상, 난민들이 새롭게 정착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랄 뿐이다. 이 그림책이 조금이나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아 울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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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써먹는 놀이 수업 280 - 사춘기 중학생도 춤추게 하는 즐거운 놀이 수업
정다해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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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써먹는 놀이 수업 280>이란 책 제목을 봤을 때, 오~ 6세인 우리 아들에게 적용해 보면 참 좋을 것 같네~란 생각에 책을 선택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유아 시기 및 어린이 시기에 놀이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큰 제목 위에 소제목을 확인해 보니 '사춘기 중학생도 춤추게 하는 즐거운 놀이 수업'이란다. 엥? 유아 놀이 수업이 아니고 사춘기 중학생 놀이 수업이라고?????? 아니 무슨 사춘기 다~ 큰 얘들한테 놀이 수업이야? 순간적으로 들었던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참 굳어있던 나의 선입견이었던 것이지. 그러고 조금은 의아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는데, 와! 맞다. 유아든,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 나이 40대인데도 '킥킥대며 웃기고, 즐겁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말이지. 유아 놀이 수업만 강조된 수많은 책들 속의 진주구나! 와... 이 책, 진짜 전무후무한 책이구나 싶었다. 

오죽하면 '인간의 본성은 유희에 있다'란 의미로 만들어진 단어가 '호모 루덴스'가 아니던가? 또 자기 계발서 등에서 '잘 노는 인간'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기도 말이지. 대한민국 부모의 교육열은 정말 활화산처럼 엄청나다. 나도 그 시류에 합류해 매일 규칙적으로 아들과 홈스쿨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 라떼와는 달리 '창의력'이 중시되고 있는 요즘, 창의력이란 말을 나는 뭔가 굉장히 대단하고, 고차원적인 의미로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창의력 = 재미인 것이다. 와...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 그런데 유아 시기 및 어린이 시기를 넘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우리 교육 현장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들의 마인드도 '재미'와는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얘긴 점점 창의력과 사고력에서 멀어진다는 얘기겠지... 후들후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나 역시 그런 마인드였고;;;) 정다해 저자는 <대한민국 중등 놀이교육 연구>의 개척자이자 선구자이며 최초의 중등 놀이교육자이다!


20년 수업 현장의 노하우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놀이는 우리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의 방식이다. 한창 예민할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교육 현장에서 '온전히 스며들기 위한 수단'으로도 필요한 요소란 생각이 든다. 게임을 접목해 즐거움을 주고,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다면 교사 입장에선 이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예전 보드게임 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할 때 '게이미피케이션'이란 용어를 공부했었는데, 의미는 다음과 같다. 

<게임이 아닌 분야에 대한 지식 전달, 행동 및 관심 유도 혹은 마케팅 등에 게임의 메커니즘, 사고방식과 같은 게임의 요소를 접목시키는 것> 와~ 젊었을 때 게임은 진짜 밤을 새워서도 했었는데, 왜 공부는 그렇지 않았던지 ㅋㅋㅋ 원인은 당연히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었던 것이지. 어떤 영역이든 게임과 같은 재미를 불어 넣는다면 활력도 생기고, 즐겁고, 의욕도 넘치지 않겠는가! 

바로 이렇게 중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놀이 요소를 학습에 가미하게 되면 보다 더 재미있게 학습을 할 수 있고, 기억도 오래가고, 학업 성취도 또한 향상되고, 뭔가 더 몰입해서 집중하게 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배움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닌 배움이라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기도 말이다. 또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도 신뢰와 친밀감이 형성되고 말이다. 서로 웃고, 즐기고, 행복한데 관계가 나빠질 일이 있겠는가? 와... 왜 여태껏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에 이런 놀이 수업이 많지 않았던 거지? 라떼는 수학 시간에 수학 문제 못 풀면 그냥 싸다구 날아가고, 한자 시간에 한자 못 읽으면 각목으로 타작마당이 펼쳐졌었는데 말이지. 놀이 수업은 무슨.. 완전 공포의 도가니였던 시절......... 그러니 뭔 창의력이니 사고력이니 발달할 수 있었겠냐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주입식 교육에 멍들어 갔을 뿐이지. 휴.... 

“수업은 완벽할 수 없다. 긍정의 사전적 의미는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좋게만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자는 것이 긍정의 자세다.”

“심리학적으로 창의력과 재미는 동의어라고 한다. 사는 게 재미없는 사람이

창의적일 수 없고 재미를 추구할 줄 모르는 사람은

행복하기 어렵다.”

정다해 저자님의 어린 시절 얘기도 나와있는데, 정말 잘 커주셨구나... 란 생각도 들었다. 어찌 보면 암울하고, 우울한 상황이었을 텐데도 자신만의 놀이로 비극적인 상황보다 작지만, 즐거운 상황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더 의미를 부여하셨다고 한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니까. <평생 써먹는 놀이 수업 280>은 중고등학생과 성인 대상 수업에서 필요한 다양한 놀이 아이디어들을 약 280가지로 체계화해 정리했다. 총 5장 구성으로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놀이들이 가득하다. 꿀팁이나 유의할 점, 큐알 코드, 관련 자료들도 수록되어 있어 놀이 수업 초보자라도 쉽게 수업에 참고할 수 있다. 나도 아들과 함께 하는 홈스쿨 시간에 써먹어봐야겠다. 더불어 놀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사진도 실려있는데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정말 창의력이 솟지 말라고 해도 솟아나겠더라. ㅋㅋㅋㅋㅋ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청년들의 미래가 사뭇 밝아 보인다. 창의력이 퐁퐁 샘솟고, 갇혀 있는 않는 사고의 세계를 갖춘 훌륭한 인재이자 멋진 어른으로 말이다. 곁에 두고, 두고두고~ 써먹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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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씨앗들 - 우리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식물들
카티아 아스타피에프 지음, 권지현 옮김 / 돌배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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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아 구매를 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을 하거나,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식물 관련 신간이 나오면 꼭 담아두는 편이다. 일단 '식물'이 주는 이미지는 선량하다. 초록빛 싱그러운 나뭇잎에서 느껴지는 청량감과 마음의 평온함과 힐링... 또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엔 공기정화 식물이 주는 고마움도 선량한 이미지에 한몫을 한다. 그런데, 나쁜 씨앗을 읽고 '식물'에 대한 나의 무조건적인 '선량함'에 대한 생각은 와장창~ 깨 저버리고 말았다. 여기 '나쁜 씨앗들'에는 매우 위험하고, 독하고, 때론 매혹적일 정도로 치명적인 식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책의 앞부분에는 선명한 컬러판으로 식물의 사진이 여러 가지 실려있는데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악명 높은(?) 식물도 보여 내심 반갑기도 했다.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시체꽃'과 거대한 꽃인 '라플레시아'와 '앉은 부채'가 그렇다. 일단 비주얼부터가 범상치 않다. 그런데 그 외 다른 식물들은 어? 이 식물들이 그렇게 위험한 식물인가? 싶을 만큼 평범하게 생겼다. 단, 이런 생각으로 식물 자체에 접근했다가는 자칫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다. 후덜덜...... 

'히포마네 망키넬라'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는데, 짐피짐피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연쇄살인범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히포마네 망키넬라(이름도 어려워 ㄷㄷㄷ)는 지독히도 자극적인 유액을 내뿜는데, 열매를 먹으면 통증이 극심하고, 나무의 유액이 살에 닿으면 강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짐피짐피 역시 호주 지역에 서식하는 나무로 가시가 유리섬유로 되어 있는데 이 가시가 박혀 부러지면서 독성물질이 흘러나오는데 그 고통은 뜨거운 산으로 태우는 것 같고 감전사하는 것 같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식물들과는 절대 마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몇 번씩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앞부분에선 컬러판 실사 사진이 실려있지만 책 중간중간에는 흑백의 삽화가 실려있어 나름대로 식물의 생김새를 관찰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또 각 식물을 연구한 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나, 이런 무시무시한 식물들을 최초로 접한 탐험가들의 이야기, 혹은 여러 문학 작품 속 악명 높은 식물들이 나오는 부분을 발췌하여 본문에 수록한 것도 꽤 흥미로웠다. '나쁜 씨앗들'이라는 제목이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한 것은 분명하지만, 책 속에 등장한 식물들 입장에서 본다면 꽤 억울한 제목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자유롭게 이동 할 수가 없다. 이것이 생존에 가장 큰 핸디캡이겠지. 적으로부터 도망갈 수도, 숨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끔찍하다', '무섭다', '위험하다', '치명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것들에 대한 식물의 방식은 (독, 꽃가루, 냄새 등등) 식물의 생존방식 중 하나인 방어기제일 뿐인 것이다.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의 지독한 냄새는 (인간은 인상을 쓰겠지만) 화분을 옮겨주는 매개체인 파리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다. 즉 살기 위한, 살아가기 위한 그들만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모든 식물이 인간을 위해 아름답거나, 좋은 향기를 풍길 의무는 없다. 만약 식물에게 그런 것만을 요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끔찍하고, 무섭고, 위험한 인간의 지독한 이기심일 것이다. 다만, 이런 식물들이 있구나~ 알아가고, 조심하고, 공존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또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식물 세계의 수많은 비밀을 밝혀내어 인류와 식물 세계 모두에 도움이 되는 훈훈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 역시 인류의 숙제이자 중요한 일일 것이다. 물론 나와 같은 범인은 할 수 없겠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는 식물들을 연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많은 연구자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짧은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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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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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해리스 작가님의 양들의 침묵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되었다. 표지가 정말 아름다워 스릴러 소설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작품 자체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굳이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양들의 침묵 원작의 힘도 대단하지만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양들의 침묵'을 빼놓고 서평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1991년 작품인 양들의 침묵은 당시 엄청난 반향과 더불어 충격을 불러왔었는데 이는 바로 정신과 의사인 '한니발 렉터'를 정말 잘 소화한 안소니 홉킨스의 소름 끼치는 연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영화 속 안소니 홉킨스의 표정과 그가 행한 잔혹한 행위들이 시각적으로 떠올라 읽는 내내 살 떨리는 경험을 했더랬다. 

지금이야 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니 다양한 범죄자 캐릭터들이 많지만 당시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전설적인 스릴러 캐릭터로 남아있고 말이다. FBI 수사관 훈련생인 클라리스 스탈링은 상관인 잭 크로포드의 부름을 받는데,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한니발 렉터와의 만남을 그녀에게 요청한 것이다. 크로포드가 수사하고 있는 연쇄살인 사건이 난항에 부딪혀 한니발 렉터를 통해 어떤 실마리를 얻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던 것. 스탈링은 비록 훈련생이지만 심리학 및 범죄학을 전공했고, 그녀의 역량을 믿었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주어졌으리라. (그러나 실제 FBI에서는 훈련생이 사건에 투입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이야기 - 궁금해서 위키백과를 찾아보고 정독을 했더랬지 ㅎ)



그런데 왜 하필 한니발 렉터인가? 아무리 연쇄살인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하더라도, 그와의 면담이 사건에 어떤 도움이 되길래? 물론 한니발 렉터가 한때 정신과 전문의로서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 상담을 해왔던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정신과 전문의는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니발 렉터가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하면서 괴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살인을 하고 인육을 먹기까지 한.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말이다. 즉, 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악의 눈'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현재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 버팔로 빌 연쇄 살인 사건'은 여성들의 살가죽을 벗기고 시체는 유기해 버리는 정말 끔찍하고도 참혹한 사건이다. 괴물은 괴물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것이겠지? 스탈링은 렉터와의 면담을 통해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 및 힌트들을 얻는다. 의외로 한니발 렉터는 스탈링에게 나름 호의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한니발 렉터 박사의 도움으로 버팔로 빌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스탈링. 그리고 죽은 여자들의 목에서 '나방'의 번데기가 발견되는데, 이는 표지 그림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알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버팔로 빌 사건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이란다. (으앜 경악!) 

에드워드 게인이란 남성으로 여성의 살가죽으로 일종의 외피를 만들어 그걸 뒤집어 쓰고 다녔고, 인간의 가죽과 뼈, 신체 부위를 가지고 옷이나 장신구 같은 걸 만들었다고 한다. 검색해서 글만 읽어 보아도 끔찍한데, 이미지까지 있다고 한다. 이건 차마 못 보겠다. ㅠㅠ 그러다 문득 한니발 렉터 박사가 한때는 저명한 정신과 의사였는데 어쩌다 살인을 하고 식인까지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이는 토머스 해리스 작가의 '레드 드래건',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과 같은 시리즈를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레드 드래건만 빼고 새 표지로 재출간되었는데, 래드 드래건도 새로운 표지를 입고 재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버팔로 빌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수감소에서 한니발 렉터와 스탈링의 만남 후 이어지는 이들의 대화가 정말 스릴 넘쳤다. 뭔가를 다 줄 것 같으면서도 도중에 말을 끊어버리는 렉터 그리고 괴물의 심리를 깊게 들여다보는 그의 더 깊은 심연과 스탈링의 속을 꿰뚫어 보는 번뜩이는 날카로움까지. 진심 심리 스릴러 소설의 영원한 고전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원작과 영화의 공통점 및 차이점이 무엇인지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장르소설을 참 좋아하는 나인데, 역시나 양들의 침묵만큼 큰 여운이 남는 작품은 몇 없는 것 같다. 

"클라리스, 양들은 울음을 그쳤나?

그 울음은 아마 영원히 멈추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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