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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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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해리스 작가님의 양들의 침묵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되었다. 표지가 정말 아름다워 스릴러 소설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작품 자체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굳이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양들의 침묵 원작의 힘도 대단하지만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양들의 침묵'을 빼놓고 서평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1991년 작품인 양들의 침묵은 당시 엄청난 반향과 더불어 충격을 불러왔었는데 이는 바로 정신과 의사인 '한니발 렉터'를 정말 잘 소화한 안소니 홉킨스의 소름 끼치는 연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영화 속 안소니 홉킨스의 표정과 그가 행한 잔혹한 행위들이 시각적으로 떠올라 읽는 내내 살 떨리는 경험을 했더랬다.
지금이야 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니 다양한 범죄자 캐릭터들이 많지만 당시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전설적인 스릴러 캐릭터로 남아있고 말이다. FBI 수사관 훈련생인 클라리스 스탈링은 상관인 잭 크로포드의 부름을 받는데,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한니발 렉터와의 만남을 그녀에게 요청한 것이다. 크로포드가 수사하고 있는 연쇄살인 사건이 난항에 부딪혀 한니발 렉터를 통해 어떤 실마리를 얻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던 것. 스탈링은 비록 훈련생이지만 심리학 및 범죄학을 전공했고, 그녀의 역량을 믿었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주어졌으리라. (그러나 실제 FBI에서는 훈련생이 사건에 투입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이야기 - 궁금해서 위키백과를 찾아보고 정독을 했더랬지 ㅎ)

그런데 왜 하필 한니발 렉터인가? 아무리 연쇄살인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하더라도, 그와의 면담이 사건에 어떤 도움이 되길래? 물론 한니발 렉터가 한때 정신과 전문의로서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 상담을 해왔던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정신과 전문의는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니발 렉터가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하면서 괴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살인을 하고 인육을 먹기까지 한.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말이다. 즉, 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악의 눈'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현재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 버팔로 빌 연쇄 살인 사건'은 여성들의 살가죽을 벗기고 시체는 유기해 버리는 정말 끔찍하고도 참혹한 사건이다. 괴물은 괴물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것이겠지? 스탈링은 렉터와의 면담을 통해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 및 힌트들을 얻는다. 의외로 한니발 렉터는 스탈링에게 나름 호의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한니발 렉터 박사의 도움으로 버팔로 빌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스탈링. 그리고 죽은 여자들의 목에서 '나방'의 번데기가 발견되는데, 이는 표지 그림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알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버팔로 빌 사건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이란다. (으앜 경악!)
에드워드 게인이란 남성으로 여성의 살가죽으로 일종의 외피를 만들어 그걸 뒤집어 쓰고 다녔고, 인간의 가죽과 뼈, 신체 부위를 가지고 옷이나 장신구 같은 걸 만들었다고 한다. 검색해서 글만 읽어 보아도 끔찍한데, 이미지까지 있다고 한다. 이건 차마 못 보겠다. ㅠㅠ 그러다 문득 한니발 렉터 박사가 한때는 저명한 정신과 의사였는데 어쩌다 살인을 하고 식인까지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이는 토머스 해리스 작가의 '레드 드래건',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과 같은 시리즈를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레드 드래건만 빼고 새 표지로 재출간되었는데, 래드 드래건도 새로운 표지를 입고 재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버팔로 빌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수감소에서 한니발 렉터와 스탈링의 만남 후 이어지는 이들의 대화가 정말 스릴 넘쳤다. 뭔가를 다 줄 것 같으면서도 도중에 말을 끊어버리는 렉터 그리고 괴물의 심리를 깊게 들여다보는 그의 더 깊은 심연과 스탈링의 속을 꿰뚫어 보는 번뜩이는 날카로움까지. 진심 심리 스릴러 소설의 영원한 고전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원작과 영화의 공통점 및 차이점이 무엇인지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장르소설을 참 좋아하는 나인데, 역시나 양들의 침묵만큼 큰 여운이 남는 작품은 몇 없는 것 같다.
"클라리스, 양들은 울음을 그쳤나?
그 울음은 아마 영원히 멈추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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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