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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들 ㅣ I LOVE 그림책
므언 티 반 지음, 빅토 가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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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표지 및 일러스트와는 대조적으로 이야기는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다. '소원들'이란 제목만 보면 뭔가 이뤄지길 바라는 아름다운 꿈을 생각할 수 있지만, 책 속 이야기의 소원은 그렇지가 않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기 위해 마주해야만 하는 현실 속 난민으로서의 간절함이 담담하게 그려져 더 안타깝고 더 슬프게 느껴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난민 소녀는 삶의 터전을 떠나 미지의 낯선 곳을 향해 떠나간다. 종이배처럼 위태로운 배 위에 옹기종기 모여 침묵 속에 그저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눈빛은 공허하다.

소녀의 눈빛 역시 불안 속에 흔들리지만 강렬함이 엿보인다. 소녀에겐 아주 간절한 소원이 있기 때문이다.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배가 좀 더 튼튼하기를, 태양이 더 이상 뜨겁지 않기를.... 그리고 소녀의 마지막 소원 '더 이상 소원이 없기를...' 부분에선 그저 침묵 속에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책은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한 줄의 문장이 주는 힘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 한 문장 안에서 수많은 서사와 비애가 느껴진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말이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담을 토대로 했다고 한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선 전쟁으로, 기아와 질병으로, 폭동으로 수많은 난민들이 목숨과 맞바꿔가며 싸워나가고 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 지금의 나로선 상상만으로도 부족하겠지. 그저 지금의 내 삶에 감사함을 느낌과 동시에 더 이상 난민들이 없는 세상, 난민들이 새롭게 정착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랄 뿐이다. 이 그림책이 조금이나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아 울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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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