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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일기 - 조선의 미래를 고민한 실천적 지성의 기록 ㅣ 클래식 아고라 4
이이 지음, 유성선.유정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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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출판사의 새로운 고전 시리즈 <클래식 아고라> 경연일기는 네 번째 시리즈다. 율곡 이이는 조선 중기 대학자이자 정치가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사임당의 아들이기도 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노량의 주인공 이순신 또한 <난중일기>라는 글을 남겼는데, 율곡 이이의 <경연일기>는 솔직히 이번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되었다. 책도 600 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으로 두께도 두께지만 내용 또한 만만치 않다. 역시나 고전은 나에게 너무 높은 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2024년도는 어려운 고전에 조금씩 도전을 해보려 한다.
경연이란 국왕이 학문을 닦기 위해 신하 중에 학식과 덕망이 높은 이를 불러 경전, 역사서 등을 강론하던 일을 말한다. 강론이 끝나면 국왕과 신하가 정치나 국정 현안 등을 토론하기도 했다. 경연일기란 이런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다. 1565년(명종 20년)부터 1581년(선조 14년)까지의 경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읽다 보면 마치 역사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예전 국사 시간에 배웠던 다양한 인물들이 이이의 경연일기 속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담담하면서도 간결하고, 유려한 문체는 율곡 이이의 강직하면서도 어느 하나에 얽매이지 않는 학자로서의 기상이 엿보이기도 한다.

조선은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유교사회였다. 자칫 유교적 이상에 매몰되어 탁상공론만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인데. 율곡 이이는 단지 이론에만 매몰되지 않고 현실에 발을 딛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국방 등 전 분야 개혁에 몰두한 정치가이다. 작금의 정치인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 아닌가 잠시 생각을 해본다. 국사 시간 조선 역사를 배울 때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부분이 조선의 수취 제도인 조세, 공납, 역 부분이었다. 계산하는 방법이 나오는데 아, 어찌나 어려웠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백성들의 가장 큰 부담이 바로 공납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율곡 이이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한 정치인이다. 수미법이 그것인데, 이는 차후 대동법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율곡 이이가 활동한 조선 중기는 붕당 정치가 가장 심화되던 시기였다. 혼란의 시대에 영웅은 탄생한다고 했던가? 이이는 붕당 간의 대립 해소를 위해 힘썼을 뿐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옳지 않은 문제라면 붕당을 가리지 않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니 당시 서로 네 편, 내 편이 되어 붕당 정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에게 어찌 미운 털이 박히지 않았을까. 당시 이이가 주장했던 십만양병설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성리학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이론과 예절만을 중시했던 사람들과는 달리, 나라의 안위와 국내외 정세 등을 현실적으로 파악한 율곡 이이가 주장한 것이다. 만약 율곡 이이의 주장이, 개혁 의지가 받아들여졌다면 임진왜란이라는 조선의 큰 전쟁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학문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학문을 바탕으로 실천적 행동을 몸소 보여준 진정한 정치인이자 학자인 율곡 이이. 경연일기는 그런 그의 개혁 의지와 정신이 담긴 글이다.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고, 조선의 백성들이 더 잘 살아가길 바라고, 더 나아가 조선을 더 나은 나라로 바꾸고자 했던 율곡 이이. 비록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의 글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시대는 달라도, 인간의 본질은 지금이나 예나 변함이 없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에도 몇몇 융통성 없고, 부도덕한 정치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다.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꾼다면, 시대를 초월해 율곡 이이가 전해주는 글에 귀를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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