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이재익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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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 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 길을 잃어버려 잘못 들어서게 된 대전의 어느 골목길. 당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지 얼마 안 되었던 나에게 그 골목길의 풍경은 참으로 생경했다. 붉은 조명등 아래 투명한 유리창을 전경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듯 일렬로 앉아 있는 여성들의 모습. 그러면서도 어딘가 낯익듯한 풍경, 어디서 봤더라? 그래! 내가 아는 유일한,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풍경은 정육점이었다. 아, 이곳이 말로만 듣던 홍등가구나. 도시의 두 얼굴이자, 인간의 욕망이 어둠처럼 흐르는 홍등가 뒷골목의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한 경험이었다. (참고로 난 여자임;) 내가 알고 있던 도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도 난다. 당시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꽤나 보수적이다. 특히 性과 관련된 부분에선 더더욱.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돈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몸을 뭇 남성들에게 판다는 행위 자체를 이해할 수도, 이해하기도 싫은 것이 현재 솔직한 내 마음이기도 하다. 물론 어느 것에나 예외는 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어쩔 수 없이 이런 시련을 당해야 했던 여성들의 경우 말이다. 가깝게는 일본군에 의해 희생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렇고, 지금은 조금 덜 할지 모르겠지만 인신매매로 강제로 사창가에 끌려가 도망치지도 못하게 막대한 빚을 지게하고, 몸을 팔게 했던, 여성들의 기구한 삶의 이야기들이 그렇다. 이런 경우들은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페이지 터너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재익 작가의 소설 <영등포>는 이런저런 사연들을 간직한 채 영등포 뒷골목으로 흘러 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영등포>라는 공간 자체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영등포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거대 쇼핑몰 타임 스퀘어, 도시에 어둠이 내리면 화려한 불빛은 잠을 깨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영등포 뒷골목 또한, 또 다른 양상으로 불을 밝힌다. <초대형 쇼핑몰은 세련된 디자인과 조명을 뽐내고 있는데 등을 맞댄 사창가의 모습은 20년 전 미아리 골목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기괴했다. 수십 년 세월의 간극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은 채로 공존하고 있다니. 한쪽은 극도의 안온함, 다른 한쪽은 극도의 음험함.<25페이지>> 영등포 뒷골목에서는 모든 사람을 네 개의 이름으로 부른다.  일을 하면 아가씨. 일을 도와주는 여자는 이모. 일을 도와주는 남자는 삼촌​. 이곳을 방문하는 남자 손님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오빠. 이것이 영등포 뒷골목, 나름의 규칙이자 생리이다.

​소설 <영등포>의 시작은, 비 오는 어느 날 영등포 뒷골목에서도 사람 좋은 '삼촌'이라 불렸던 '도영철'이 배 밖으로 창자가 흘러나온 상태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장면이다. 경찰은 '도영철'이 잔인하게 살해된 점을 미루어 깊은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고 영등포 뒷골목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시작한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구형사는 당시 목격자였던 아가씨 미선을 만나 상황을 전해 들으며, 그녀에게 남모를 연민의 정을 느낀다. 삼촌 '도영철'이 관리했던 업소의 주인이자 '미선'의 포주인 '도영희', 또 다른 삼촌 '상태', '바보 민식이 삼촌', '조폭 출신 어린 삼촌' 등을 찾아가 탐문수사를 벌이는 구형사. 얼마 후, 아파트 자택에서 이남순이라는 할머니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목이 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알고 보니 이남순 그녀 역시, 한때 영등포 뒷골목 포주로서 많은 업소들을 거느렸었고, 이때 벌었던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통해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도영철'이 살해당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살해당할 당시에도 비가 오고 있었고, 영등포 뒷골목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비 오는 날 삼촌이 살해당했고, 이모가 살해당했다. 그다음 차례는 아가씨? 그간의 상황과 수사를 토대로 범인은 '영등포 뒷골목'의 생리와 지리를 잘 아는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으나, 잠정적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들의 알리바이가 너무도 명백한 상황이라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도영철'과 '이남순'의 연결고리를 찾던 구형사는 '도영희'를 통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도영철'과 '이남순'이 영등포 뒷골목으로 흘러들어 오기 전 청량리 588에서 함께 일했었고, 인신매매를 했었다는 사실과 그 첫 피해자가 바로 자신, '도영희'였다는 이야기. <도영철이 살해당했을 때 도영희가 보인 미묘한 반응도 그런 기괴한 관계의 반증이었으리라. 처음엔 인생을 망친 원수였다가 한 식구가 되었다가 동료로 변한 관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원재료의 맛하고는 전혀 달라진 술처럼, 골목에서 발효되어 버린 관계 <74페이지> 그렇다면 범인은 '도영희'인가? 그러나 여자의 몸으로 거구의 '도영철'을 죽일 수 있을까? 그런 와중에 세 번째 희생자가 나타난다. 복부에 칼이 찔리고, 성기가 잘린 채 살해 당한 남자, 영등포 뒷골목의 오빠로 불리는 중년의 남자 손님. 범인의 윤곽은 잡힐 듯 잡히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가고, 급기야 미선이 '범인에게 납치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게 되는데...'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구형사. 과연 그녀도 구하고 범인도 잡을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해 안 좋은 시각을 갖고 있었던 나조차도 미선의 속사성을 알고 나니, 그녀가 무사하길 바랐다. 제발 조금만 버텨주기를, 제발.

​PS : 타임스퀘어가 생긴 지 5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영등포 뒷골목에서는 밤마다 붉은 불이 켜지고 20년, 30년 전의 방식 그대로 성매매가 이루어집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낡은 집집마다 질기디질긴 밤이 되풀이되는 것이지요. 이곳이 사라지기 전에 책을 내고 싶었다던 작가님의 말씀. 소설 <영등포>를 통해 어떤 감동과 주제의식을 느끼기보단, 그저 재미있게 이야기를 썼고, 독자들 역시 그저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했다는 작가님의 말씀. 때문에 나 역시 구구절절 어떤 주제의식에 대해선 말하지 않으리라. 그저 삶의 또 다른 음지에서 질기디질기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기억하는 것으로 서평을 마치겠다.  

<책 속 밑줄>

몇 번이나 들락거렸던 골목이지만 오늘따라 왠지 들어가기가 내키지 않았다. 빗줄기 속으로 뿌옇게 번져있는 붉은빛이 몸에 묻어서 뭔가를 오염시킬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골목 사람들의 질척이는 인생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인신매매로 끌려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창녀로 살다가 업주가 된 여인. 조직에서 밀려나 업소를 맡은 어린 조폭,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알 수도 없는 동네 바보, 그리고 아내의 손을 닮은 그녀까지. 구형사의 걸음걸음에 골목 사람들의 얼굴이 밟혔다. <10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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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진으로 말하다
현경미 지음 / 도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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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 오래 산 사람들은 말한다. "인도에서는 안 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라고. <46페이지> 그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행동이 외부인들에게는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인도의 공식 구호가 "Incredible India"이다.<52 페이지>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와 다른, 여러 나라의 문화를 접해 보고, 그 나라에 가졌던 편견을 버리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는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현경미 작가님의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라는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인도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현경미 작가님은 인도에서 4년 정도 살면서 몸소 인도를 체험하셨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녀는 가장 '인도적'인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기점으로 '인도의 진짜 얼굴'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힌두교>를 알지 못하면 인도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힌두사원 프로젝트>이다.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는 <힌두교>가 인도인들의 일상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거대한 인도의 땅 곳곳에 세워져 있는 사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녀의 카메라 핫셀블라드 503WD에 담은 기록이자 인도 땅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힌두교>는 모든 것을 녹여내는 커다란 용광로와 같고, 다른 종교의 관습도 힌두교적으로 바꾸고 신도 계속 만들어진다. 자그마치 3억 3천만 명이 넘는 신들이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단 말 밖엔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첫 프로젝트 촬영지는 구르가온에서 델리로 가는 외곽 도로에 있는 사원이었다. 사원 속 신들의 모습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코끼리의 형상을 한 가네슈 신, 총 열여덟 개의 팔에 온갖 종류의 무기를 가진 학살의 여신 드루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치장한 크리슈나와 라다 신, 죄를 심판하는 무서운 신 샤니, 연꽃 위에서 불꽃에 휩싸여 춤추는 신 시바 등 인도인들이 섬기는 신은 그 종류도, 능력도 다양했다. 특히 시바가 기존의 신과 구분되는 특징이 바로 파괴라는 점이다. 창조의 또 다른 이름 파괴. 파괴되지 않고는 창조되지도 않는다. 거친 흙의 본성이 파괴되어야만 매끄러운 도자기가 되고, 내 안의 이기심, 두려움을 파괴해야만 어른이 되고 도의 경지에 이른다. <98 페이지> <힌두사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도의 사원을  찾아 떠나는 길목에는 다양한 인도인들의 일상이 사진에 담겨 있는데, 그 모습 또한 그들이 믿고 의지하는 <힌두교>의 커다란 용광로와 같았다. 한 나라에 다양한 세기가 존재하는 것처럼. 소똥을 반죽하는 여인네들, 건축현장에서 흙을 이고 나르는 여인네들. 가난한 여인들은 고가도로 밑에서 남들이 보든 말든 옷을 입은 채 샤워를 하고, 부잣집 여인들은 수많은 도우미를 거느리며 여왕처럼 살아간다. 인도에 살면 살수록 그 괴리감 때문에 머리가 혼란해져 온다. <83 페이지> 담벼락 하나 차이로 어떤 사람은 IT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21세기를 살고, 어떤 사람은 돌 위에 솥단지 하나 걸쳐놓고 움막집 속에서 원시인처럼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인도다. 그런 차이를 가르는 것이 정말 담하나의 경계이다. 시간과 공간이 엄청나게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108 페이지> 인도의 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신이라도 부자 사원에 모셔진 신들은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반면, 가난한 사원의 신들은 초라한 행색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신들에게도 천을 씌워 따뜻하게 모시기도 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겪는 그들, 비단 옷을 입고 있든 아니든 인도인들의 염원엔 한결같이 그들의 능력을 나눠줄 것이다.

인도는 집안에 신의 형상을 모셔놓는 것 또한 사원이라 하는데, 그래도 진정한 힌두교의 정수를 보고 싶다면 칼카지 사원에 가야 한다고 한다. 힌두교라는 복잡 미묘한 종교는 겉과 속이 많이 다르고 생활 밀착형이라 외부인은 이해하기가 더욱 힘들다. 그래서 힌두교는 힌두교인으로 태어나는 것이지, 개종하거나 타인을 전도하지 않는다. <166 페이지> 인도에선 소가 사람보다 우선이다. 힌두교에서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인데, 차는 차도로 사람은 인도로, 소는 제멋대로 가고 싶은 길을 다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며칠 전에 시청한 '비정상 회담'에서 인도인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신기한 이야기 중, 인도인들이 소고기를 안 먹는 건 아니라 한다. 오히려 전 세계 소고기 수출 1위의 나라이고, 지역에 따라 소고기를 먹기도 한단다. 닭고기가 제일 비싸고, 소고기가 제일 싸다고 하니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라서 놀라기도 했다. 인도하면 또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카스트 제도'인데, 수도권에선 큰 의미가 없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엄격하다고 한다. 그 밖에 명예살인(집안의 여성이 자유연애를 할 경우 아버지나 형제가 죽이는 것), 여 영아살해(성 비율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여자아이를 낳지 않음)와 같은 일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나라 인도.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일들이 담벼락 하나를 두고 일어나는 것이다.

 

​힌두사원의 특징 중 하나는 아치의 형태인데, 이는 인도의 국조인 공작새의 깃털을 본떠 만든 것이라 한다. 이슬람 사원의 아치 형태는 가운데가 뾰족하게 올라간 형태로 우리가 흔히 보아온 모양이다. 아치의 형태로 이 사원이 어떤 사원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인도의 종교는 82.6%대다수가 힌두교이지만 이슬람교 11%, 시크교 2%, 자이나교 0.5%로 공존하고 있다. 특히 시크교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에 터번을 두른다는 것이다. 시크 사원 중 최고의 사원은 암리스타르에 있는 황금사원인데, 그곳에서도 원하면 어디서나 쉴 수 있고 음식도 나눠준다. 배낭 여행객에게는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164 페이지> 인도인들은 집안에도 자신만의 사원에 자신만의 신을 모시고 살기도 하지만, 도시 어디를 가든 곳곳에 사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출근하기 전, 사원에 들러 뭔가를 간절히 빌기도 하고, 마음이 공허할 때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이웃처럼, 친구처럼 늘 가까이에 존재한다. 때론 요가와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워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인도인들은 조급해하지 않고, 외롭지 않아 보인다. 그 특유의 습관인 '느림의 미학'으로 자신들만의 신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

PS : ​마지막으로 인도의 우다이푸르는 해발 577미터에 자리한 도시로 여름에도 덥지 않고 겨울에도 춥지 않다고 한다. 호수궁전으로 유명하고 <007 옥토퍼시> 영화 촬영지 이기도 했다는데, 사진으로 보니 정말 가보고 싶어졌다. 인도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아~ 세상은 넓고 여행은 미치도록 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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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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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플레란 프랑스어로 '부풀다'라는 뜻을 가진 디저트의 일종이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오븐에서 구워낸 후 부풀어 오른 모양새를 유지하기가 꽤 어렵다고 한다. 터키의 작가 애슬리 페커는 이 모양새에 우리의 인생을 빗대어 수플레라는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어 놓았다. "수플레는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변덕스러운 마음과도 같다. 오븐을 여는 순간, 수플레의 한가운데는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부풀어 있지만, 한순간 폭삭 꺼져버린다. 마치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수플레를 다시 만들듯 인생 역시 다시 딛고 일어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수플레는 세 나라 세 도시에서 뜻하지 않게 인생의 역풍을 맞이한 세 사람의 이야기가 아릿하게 교차되며 펼쳐진다. 외면당한 여자 릴리아, 사랑을 잃은 남자 마크, 삶에 지친 여자 페르다. 비록 다른 공간 속에 있지만 그들이 처한 삶은 녹록지 않다. 뉴욕에 살고 있는 올해 62세인 릴리아는 한때 아름다운 필리핀계 화가였으나 결혼 후 남편 아니와 입양한 아이들 장과 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 헌신해 왔다. ​그러나 현재 그녀에게 남겨진 건 더 이상 사랑을 주지 않는 남편과 자식들의 비난과 멸시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아니는 쓰러지고, 릴리아는 남편이 없는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하지만 아니는 반신불수가 되어 그녀의 삶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다. 파리에 살고 있는 55세의 마크는 자신의 전부이자, 우주랄 수 있는 아내 클라라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퇴근 후 언제나 그렇듯 현관문 밖까지 풍기는 커피향이 나지 않자 불안감을 느낀 마크는 부엌에 쓰러져 있는 아내 클라라를 발견하고 절망하고 만다. 세상을 떠난 아내 클라라, 그녀가 없는 삶은 마크에겐 이 세상이 사라진 것과도 같았다. 마크는 점점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길 원하고 자신 안으로 숨어들어간다. 터키 이스탄불에 살고 있는 페르다는 남편 시난과 남매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매주 금요일 프랑스에 살고 있는 딸과 통화하는 시간을 소소한 행복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페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어머니가 갑작스레 몸을 다치면서 자신의 집으로 모셔오게 된다. 몸도 몸이지만 페르다의 어머니는 치매 증상까지 보이며 단 한순간도 페르다를 그냥 놔두질 않는다.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 닥친 잔인한 운명의 수레바퀴.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나 자신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어느 순간 그들의 삶을 응원하기도 했다. 릴리아, 마크, 페르다는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어느 교차점에서 똑같은 책 한 권을 꺼내든다. '수플레' 요리책이다. 단 하루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간직한 그들이 부엌이라는 공간을 통해 요리를 하면서 잠시나마 삶의 고단함을 잊는다. 요리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만의 세상이다. 매번 수플레 한가운데가 푹 꺼질 때마다 릴리아는 자신의 인생이 무너지는 걸 봤다. 아무리 살아가려고 계속 노력해도 영혼의 중심이 갑자기 허물어지면서 그녀의 삶은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그녀의 인생은 이 전설적인 디저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든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만하면 또다시 슬픔이 찾아왔다. 그러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절망할 때면 다시 싸워봐야겠다는 기운이 솟구치곤 했다. <236 페이지> 집안에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는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환자 본인도 고통이지만 가족들 또한 큰 고통이다. 자신의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이다. 환자의 몸을 씻기고, 배변을 처리하고, 먹여주고, 욕창이 생기지 않게 몇 시간 단위로 몸의 위치를 바꿔주고. 오죽하면 간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을까. 릴리아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길 바랐고, 페르다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길 바랐다. 물론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것에 페르다는 죄책감 속에 또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녀들의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되어 몇 번이나 책을 잠시 접고 옛 생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암 전이로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었던 엄마를 간병하면서 나 역시 그런 마음을 가졌었으니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장례식 구석 방에서 혼자 입을 틀어막고 '그런 생각을 했었던 죄책감' 때문에 엄마의 영정사진을 보며 '엄마 미안해. 내가 미안해' 속으로 외치며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던가. 마크 역시 전부였던 아내를 잃은 그 상실감. 사랑하는 사람을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잃는다는 것 또한 얼마나 큰 고통이겠는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그래도 마크와 페르다에겐 뭔가 희망적인 새로운 삶이 보여서 마음이 놓였지만, 릴리아의 결말은 예상 밖이어서 한동안 멍해진 머리로 앉아 있었다. 뒤에 릴리아의 에필로그나 그런 게 있는데 내가 못 본 것일까? 하며 애꿎은 책의 뒤표지만 펼쳤다 넘겼다 하기도 했다. 그냥 뭐랄까. 진짜 소설처럼 '세 명의 주인공이 모두 행복하게 이 삶을 극복했습니다'라는 메시지로 끝나길 바랐으면서도 또, 한 편으론 모든 삶은 다 극복되거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와서 '수플레'는 슬펐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 그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지만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삶이 우리가 가졌던 희망대로 끝나는 건 아니기에 이것 역시 받아들일 수밖에.

 

<책속 밑줄​>

​> 부엌은 엄마의 가슴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145 페이지>

> 수플레의 한가운데가 푹 꺼질 때마다 매번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은 공허함을 느끼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은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계속 살고 있는 것처럼.

<20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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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X일러스트레이터를 연동한 작업의 정석
김두한.이상호 지음 / 길벗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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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웹디자이너로 다시 공부를 하고, 일을 함으로써 예전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웹디자이너로 일을 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되었고, 보통의 평범한 전업주부로서 생활을 해왔다. 그래도 평생 놀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다만, 디자인 분야라는 것이 한 번 손을 놓으면 트렌드를 놓치기 쉬워 감도 잃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는 버전업을 하면서 새로운 버전에 대한 습득력도 잃게 된다.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내가 잃은 것이 바로 감과, 습득력 등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기존에 내가 해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연이면 인연이고, 운명이면 운명이랄까. 어디서 무엇을 하든 결국 나는 웹디자이너라는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길벗출판사의 이름도 독특한! '포토스트레이터'.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합친 이름이라 한다. 와우! 누가 처음 생각해 낸 이름인진 몰라도 이름 한 번 잘 지었단 생각을 했다. 이 이름 속엔 나름 깊은 뜻이 담겨 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단일과목이 아닌, 두 과목을 연동해서 작업하는 통합과목!! 이 책 말고도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있는데,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두 과목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낸 것이다. 다만 앞부분은 포토샵, 뒷부분은 일러스트레이터 이렇게 별도로 구성되어 있어서 결국 개별 과목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길벗출판사의 '포토스트레이터'는 이런 단순 기능 합본서가 아닌 실무 활용서라는 큰 특징이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고퀄리티의 예제들은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연동해서 작업해야만 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즉, 하나의 예제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두 과목의 장점을 살려 완벽한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따라 하면서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포토스트레이터'는 총 3Part로 구성되어 있다. 1Part는 <꼭 알아야 할 디자인 이론과 좋은 디자인을 위한 테크닉>인데,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앞서 디자이너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가야 할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장이다. 디자인 프로세스나, 디자이너로서 감각을 높이는 습관이나, 좋은 포트폴리오 만드는 방법 등 알찬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나의 경우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경력이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디자인 소스나 이미지들이 시대에 뒤처진 감이 없잖아 있다. 1Part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나의 고민을 한 방에 날려 줄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해 주는데 바로 '디자인에 유용한 사이트' 모음이다. 고퀄리티의 무료 이미지 사이트나, 폰트 사이트,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 국내외 디자인 공모전 사이트들이다. 하나하나 다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내 컴퓨터에 즐겨찾기는 해 놓았다. 2Part는 <연동 작업을 위한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핵심기능>을 배워볼 수 있는 장이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감각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 감각을 창조해 낼 유용한 도구들 또한 잘 다뤄야 한다. 헤어디자이너가 아무리 감각이 좋아도 가위나, 기본적인 도구들을 잘 다루지 못한다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이렇게 디자인 이론과 핵심 기능 공부를 끝냈다면 마지막 3Part는 본격적으로 이 책 속에 나오는 멋진 예제들을 배워볼 수 있는 장이다. 이름하여 <실력+스펙을 쌓기 위한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실무 프로젝트> 총 23개의 다양한 예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라벨 디자인, 명함 디자인, 쿠폰 디자인, 광고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문자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앨범 재킷 디자인, 이펙트 디자인, 게임 오프닝 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표지 디자인 등등!! 이 한 권으로 그래픽 디자인 영역에 속하는 다양하고도 세부적인 디자인 작업물들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책 속 저자는 말한다. <그래픽 디자인은 GUI 디자인, 웹디자인, 편집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되어 있다. 본인이 편집 디자이너가 꿈이라고 해서 브로슈어, 잡지, 단행본 등 편집물만 디자인할 필요는 없다. 표현 매체만 다를 뿐 디자인에 대한 기본 틀은 같기 때문에 한 분야에 제한을 두지 말고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작업을 해 보면 디자인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고, 본인 스스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매체로 디자인을 해 보는 것이 좋으며 기회가 되면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40페이지> 이처럼 나 역시 웹디자이너라고 해서, 웹사이트 작업에만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작업들을 해봐야겠단 다짐을 했다. Responsive Web Designer로 다시 배우고, 다시 시작하는 지금! '포토스트레이터'를 곁에 두고 열심히 따라 하면서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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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골목 여행 - 내 안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한 유럽의 골목 풍경 그리고 사람들
서향 외 엮음 / 숲속여우비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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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훌훌 털고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에 묶여 있다 보면 쉽게 떠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그 여행이 국내여행이 아닌 해외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래서인지 유독 여행 에세이를 탐내고, 읽는 것은 아마도 쉽게 떠날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 대리만족, 아마 이런 종류의 감정 때문일 것이다. 유럽 골목 여행은 17인의 다양한 직종에 몸담고 있는 작가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언젠가 각자 떠난 유럽에서의 골목 여행길에 찍어 둔 사진들을 이 책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기존의 다른 여행 에세이와는 다르게 글은 최소화되어 있고, 사진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QC 코드를 통해 각각의 유럽 골목길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구성하긴 했지만 이 책은 어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닌, 그냥 그 골목길을 걷다가 느낀 그 찰나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았다는 것이다. 전문 사진작가들이 아닌 작가님들도 있기 때문에 어떤 사진은 초점이 흔들린 사진도 있고, 구도가 맞지 않은 사진도 있지만 그것은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다. 물론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한 아름다운 유럽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시중에 이런 책들은 얼마든지 있다. 마치 내가 직접 찍은 것 같은 사진, 어떤 기교나 사진을 잘 찍겠다는 의욕보다는 그저 그 골목길에서 느낀 순간의 감정을 토대로 셔터를 누른 것뿐인 사진. 그래서인지 더 친숙하고, 더 정겹고, 더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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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는 유명 관광명소들이 정말 많이 있다. 화려한 도시, 천혜의 자연경관 등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 끄는. 나 역시 일전에 떠났던 유럽 여행에서 그 나라의 주요 도시만을 여행했었는데, 뭐랄까? 사람으로 치면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온 듯한 느낌? 뭔가 좀 더 속 깊게 사귀고, 얘기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그런 진한 느낌을 받고 싶었는데 말이다. 유럽 골목 여행은 유럽 도시의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실제 그 공간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국내여행을 할 때나 가끔 혼자 출사를 나갈 때가 있는데,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도심의 골목길을 걸을 땐 뭔가 뭉클한 감정들이 북받쳐 오르곤 했다. 양 골목길 벽면에 그려진 벽화나, 화려한 그라피티를 감상하는 재미도, 골목길 길목에 심드렁하게 누워있는 고양이의 모습이라든가, 문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지역 주민의 모습, 늦은 밤 퇴근하는 중년 남성의 어딘가 쓸쓸한 듯한 뒷모습,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 점점이 흩어지는 골목길의 정취라든가 하는 것들. 그렇게 한없이 걷다 보면 기분 좋은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듣지 못 했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이처럼 여행은 우리의 작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작지만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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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 문장 중 마음만은 잠시 붙들어 두라는 말이 있었는데, 책을 다 보고, 다 읽고 나서 덮었을 때 실로 이 문장의 힘을 경험했다. 곧바로 짐을 싸고 당장 떠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신랑한테 쪼르륵 달려가 "여행 가고 싶어! 당장 떠나자!" 채근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책으로나마 위안과 위로를 받겠지만 곧 떠날 것이다. <여행은 인생 전환점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떠나라. 현지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골목을 여행하라. 골목 안 깊숙이에서 멋진 보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by Kyoungjin>

 

가끔은 혼자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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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누드제본 방식으로 되어 있어

책을 180도로 펼칠 수 있어 보기에도 편리하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사진의 구석구석까지 잘리지 않은 상태에서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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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프랑스 골목이 조금 많았다는 것 정도? 개인적으로 유럽의 더 많은 나라들의

골목 사진이 실려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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