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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진으로 말하다
현경미 지음 / 도래 / 2014년 6월
평점 :
+
인도에 오래 산 사람들은 말한다. "인도에서는 안 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라고. <46페이지> 그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행동이 외부인들에게는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인도의 공식 구호가 "Incredible India"이다.<52
페이지>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와 다른, 여러 나라의 문화를 접해 보고, 그 나라에 가졌던
편견을 버리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는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현경미 작가님의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라는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인도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현경미 작가님은 인도에서 4년 정도 살면서 몸소
인도를 체험하셨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녀는 가장 '인도적'인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기점으로 '인도의 진짜 얼굴'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힌두교>를 알지 못하면 인도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힌두사원 프로젝트>이다.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는 <힌두교>가 인도인들의
일상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거대한 인도의 땅 곳곳에 세워져 있는 사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녀의 카메라 핫셀블라드
503WD에 담은 기록이자 인도 땅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힌두교>는 모든 것을 녹여내는 커다란 용광로와 같고, 다른 종교의
관습도 힌두교적으로 바꾸고 신도 계속 만들어진다. 자그마치 3억 3천만 명이 넘는 신들이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단 말 밖엔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첫 프로젝트 촬영지는 구르가온에서 델리로 가는 외곽 도로에 있는 사원이었다. 사원 속 신들의
모습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코끼리의 형상을 한 가네슈 신, 총 열여덟 개의 팔에 온갖 종류의 무기를 가진 학살의 여신 드루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치장한 크리슈나와 라다 신, 죄를 심판하는 무서운 신 샤니, 연꽃 위에서 불꽃에 휩싸여 춤추는 신 시바 등 인도인들이 섬기는
신은 그 종류도, 능력도 다양했다. 특히 시바가 기존의 신과 구분되는 특징이 바로 파괴라는
점이다. 창조의 또 다른 이름 파괴. 파괴되지 않고는 창조되지도 않는다. 거친 흙의 본성이 파괴되어야만 매끄러운 도자기가 되고, 내 안의
이기심, 두려움을 파괴해야만 어른이 되고 도의 경지에 이른다. <98 페이지> <힌두사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도의 사원을 찾아 떠나는 길목에는 다양한 인도인들의 일상이 사진에 담겨 있는데, 그 모습 또한 그들이 믿고 의지하는
<힌두교>의 커다란 용광로와 같았다. 한 나라에 다양한 세기가 존재하는 것처럼. 소똥을 반죽하는
여인네들, 건축현장에서 흙을 이고 나르는 여인네들. 가난한 여인들은 고가도로 밑에서 남들이 보든 말든 옷을 입은 채 샤워를 하고, 부잣집 여인들은 수많은
도우미를 거느리며 여왕처럼 살아간다. 인도에 살면 살수록 그 괴리감 때문에 머리가 혼란해져 온다. <83 페이지> 담벼락 하나 차이로 어떤 사람은 IT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21세기를 살고, 어떤
사람은 돌 위에 솥단지 하나 걸쳐놓고 움막집 속에서 원시인처럼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인도다. 그런 차이를 가르는 것이 정말 담하나의 경계이다.
시간과 공간이 엄청나게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108 페이지>
인도의 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신이라도 부자 사원에 모셔진 신들은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반면, 가난한 사원의 신들은 초라한 행색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신들에게도 천을 씌워 따뜻하게 모시기도 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겪는 그들, 비단 옷을 입고 있든 아니든 인도인들의
염원엔 한결같이 그들의 능력을 나눠줄 것이다.
인도는 집안에 신의 형상을 모셔놓는 것 또한 사원이라 하는데, 그래도 진정한 힌두교의 정수를 보고
싶다면 칼카지 사원에 가야 한다고 한다. 힌두교라는 복잡 미묘한 종교는 겉과 속이 많이 다르고 생활
밀착형이라 외부인은 이해하기가 더욱 힘들다. 그래서 힌두교는 힌두교인으로 태어나는 것이지, 개종하거나 타인을 전도하지
않는다. <166 페이지> 인도에선 소가 사람보다 우선이다. 힌두교에서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인데,
차는 차도로 사람은 인도로, 소는 제멋대로 가고 싶은 길을 다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며칠 전에 시청한 '비정상 회담'에서 인도인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신기한 이야기 중, 인도인들이 소고기를 안 먹는 건 아니라 한다. 오히려 전 세계 소고기 수출 1위의 나라이고, 지역에 따라
소고기를 먹기도 한단다. 닭고기가 제일 비싸고, 소고기가 제일 싸다고 하니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라서 놀라기도 했다. 인도하면 또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카스트 제도'인데, 수도권에선 큰 의미가 없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엄격하다고 한다. 그 밖에 명예살인(집안의 여성이 자유연애를
할 경우 아버지나 형제가 죽이는 것), 여 영아살해(성 비율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여자아이를 낳지 않음)와 같은
일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나라 인도.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일들이 담벼락 하나를 두고 일어나는 것이다.
힌두사원의 특징 중 하나는 아치의 형태인데, 이는
인도의 국조인 공작새의 깃털을 본떠 만든 것이라 한다. 이슬람 사원의 아치 형태는 가운데가 뾰족하게 올라간 형태로 우리가 흔히 보아온 모양이다.
아치의 형태로 이 사원이 어떤 사원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인도의 종교는 82.6%대다수가 힌두교이지만 이슬람교 11%, 시크교 2%,
자이나교 0.5%로 공존하고 있다. 특히 시크교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에 터번을 두른다는
것이다. 시크 사원 중 최고의 사원은 암리스타르에 있는 황금사원인데, 그곳에서도 원하면 어디서나 쉴 수 있고 음식도 나눠준다. 배낭 여행객에게는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164 페이지> 인도인들은 집안에도 자신만의 사원에 자신만의 신을 모시고 살기도 하지만, 도시
어디를 가든 곳곳에 사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출근하기 전, 사원에 들러 뭔가를 간절히 빌기도 하고, 마음이 공허할 때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이웃처럼, 친구처럼 늘 가까이에 존재한다. 때론 요가와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워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인도인들은 조급해하지 않고, 외롭지 않아 보인다. 그 특유의 습관인 '느림의 미학'으로 자신들만의 신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
PS
: 마지막으로 인도의 우다이푸르는 해발 577미터에 자리한 도시로 여름에도 덥지 않고 겨울에도 춥지 않다고
한다. 호수궁전으로 유명하고 <007 옥토퍼시> 영화 촬영지 이기도 했다는데, 사진으로 보니 정말 가보고 싶어졌다. 인도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아~ 세상은 넓고 여행은 미치도록 가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