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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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캐럴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미스터리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나의 이런 호기심으로 선택하게 된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게 읽어나간 책이다. 책 속 주인공인 구리스가와 아리는 언젠가부터 연속되는 이상한 꿈을 꾼다.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있는 꿈이다. 너무도 생생한 꿈이여서 그 꿈을 꾸고 있는 동안만큼은 꿈인지 조차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꿈속에서 앨리스는 도마뱀 '빌'과 함께 '암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3월 토끼'와 '미치광이 모자장수'로부터 '험프티 덤프티'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흰 토끼'의 증언으로 '앨리스'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설상가상으로 '그리핀', '흰 토끼'마저 살해되면서 '앨리스'는 연쇄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한편, <지구>에서는 '오지'라는 대학 연구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대학교의 대학원생인 구리스가와 아리는 그의 죽음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는데, 바로 꿈속에서 살해당한 '험프티 덤프티'의 죽음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의구심을 품은 채 학회 발표 문제로 만나게 된 '이모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모리'역시 자신과 똑같은 꿈을 꾼다는 것과 '이모리'가 이상한 나라의 도마뱀 '빌'이며 '험프티 덤프티'가 '오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아바타'라는 개념을 도출하게 된 것이다. 현실세계에서의 '나'와 가상세계에서의 '나'가 존재하듯, 지구와 이상한 나라 역시 이러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모리'와 '아리'는 가상세계에서 살해당한 '그리핀'이 현실세계에선 누구인지 또 '흰 토끼'는 누구인지 그 밖에 가상세계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현실세계에선 누구인지 은밀하게 찾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가상세계에서 살해 용의자가 된 앨리스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선 반드시 '진범'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가상세계에서 앨리스는 여왕으로부터 사형집행을 당하게 되고 그 영향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실세계인 지구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과연 앨리스와 빌은, 아리와 이모리는 앨리스의 결백을 밝히고 무사히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자, 현실 세계에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죽이면 어떻게 될까?"

"살인죄로 체포되겠죠."

"그럼 이상한 나라에서 죽이면 어떨까?"

...


현실세계에서는 동기가 있지만 살인이 아니므로 붙잡히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에서는 동기가 없으므로 붙잡히지 않는다. 247Page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는 고전에 미스터리를 더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그러나 더 큰 매력은 따로 있는데 우선 첫 번째, 이상한 나라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상한 대화'이다. 읽고 있으면 나까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랄까?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대화를 읽어나가다 보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온다. 그 유머스러움과 과장된 이상함이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을 반감시킬 수 있지만,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잔혹동화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때 톡톡히 빛을 발한다.  마치 팀 버튼 감독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두 번째는 가상세계의 '어떤' 캐릭터가 현실세계에선 누구일까?를 맞춰보는 재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의 예상과 빗나간다. 이 점이 마지막 세 번째인데 <앨리스 죽이기>는 독자가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놔두질 않는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굳게 믿었던 캐릭터의 아바타가 사실은 그 아바타가 아니었다는 것, 범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범인이었다는 것 등등 반전이 끝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최대 반전은 바로 이것인데 (스포이지만, 나의 생각을 얘기하기 위해선 부득이하게 밝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상세계'라고 믿었던 '이상한 나라'가 사실은 '현실'이었고, '현실'이라고 믿었던 '지구'가 사실은 '가상세계'였다는 것이다. 즉 가상세계인 '지구'에서 '나'라는 존재가 죽는다고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꿈'이고 '가상세계'이기 때문에 '현실'인 '이상한 나라'에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진범'에게 '사형집행'을 내리기 위해선 '지구'가 아닌, '이상한 나라'에서 집행해야만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나의 '게임 캐릭터'가 아무리 죽어도 다시 접속하면 부활하듯이 말이다. 이렇게 밝힌 이유는 가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책 속의 결말이 얼추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이라 믿으며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사실 누군가의 꿈은 아닐까? 그의 꿈이 꽤 많은 모순들로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면 그는 이 세계를 부수고 잠에서 깨어나면 그만이다. 다시 잠들고 꿈을 꾸면 그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즉, 또 다른 지구 혹은 세계가 탄생하고 인류의 역사는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몇 번째 지구일까? 몇 번째 꿈일까? 생각하곤 했다. 지금도 이 세계는 모순투성이다. 여러 가지 부조리함과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날로 파괴되어가는 지구... 그래서 지금의 이 지구는, 그 혹은 '신'(소설 속에서는 붉은 용으로 등장)이라는 그 어떤 존재의 꿈속 거의 마지막 부분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곧 잠에서 깨어날...



ps :

이상한 나라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미스터리, 잔혹함,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 

그리고 마지막엔

철학적(?) 생각까지 하게 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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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 백성현 포토 에세이
백성현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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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요테의 래퍼 빽가 그리고 지금은 by100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백성현의 두 번째 포토 에세이가 7년 만에 나왔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나는 그의 아픔도 몰랐고, 그가 사진을 사랑하고 사진에 몰두하는 사진작가라는 것도 몰랐다. 2012년부터 나 역시 사진에 눈을 뜨게 되었고 캐논 DSLR 카메라를 11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했다. 모아 놓은 돈도 없었고 당시 내 월급으로 고가의 카메라를 일시불로 구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매달 청구되는 할부금에 허덕이면서도 묵직한 그립감의 카메라가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좋았다. 사실 그전에도 파나소닉 하이앤드급의 카메라를 구입했었지만 지키지 못하고 중고로 팔아버려야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캐논 카메라만은 지키고자 했다. 덜 쓰고 덜먹고 카드 결제금액에서 카메라 할부금 외에 기타 다른 결제금액들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그것이 힘든 노동시간과 쥐꼬리만한 월급쟁이 생활에서 내가 버텼던 유일한 희망이었다.

 11개월이라는 시간은 결국 흘러갔고 이제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된 카메라. 카메라 속 뷰 파이더로 바라보는 풍경들을 나는 나만의 감성으로 찍고 또 찍었다. 그런 가운데 알게 된 것이 백성현의 포토 에세이이다. 평소 책 읽기를 즐겨 하고 사진도 좋아하는 나에게 코요테 래퍼 빽가가 아닌 사진작가 백성현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의 사진들이 궁금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겨 본 그의 이야기는 빠르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뇌종양이라는 무섭고도 아픈 병마와 힘겹게 싸웠던 백성현. 자기 걱정보다 자신의 병마로 더 고통받을 주변 사람들을 더 걱정했던 백성현. 무엇보다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그가 막상 자신을 찾아온 부모님의 모습과 조우한 순간, 굳게 먹었던 마음이 무너져 내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음을 터뜨린 모습에 더 이상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나도 펑펑 울어 버렸다. 그런 그의 아픔 따윈 아랑곳없이 그저 자신들의 밥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던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의 행태.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억울했을까? 얼마나 분노했을까? 당시 그의 고통과 그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참담하고 마음 깊숙이 이해가 되어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 했다. 그의 아픔에서 내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3년 유방암 말기로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당시 아버지와 나는 번갈아 가면서 어머니 간병을 했는데, 자신의 아픔보다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남편과 딸에게 미안하다며 일어나지도 못하는 병상의 침대 위에서 울었던 어머니. 백성현의 마음도 그랬겠지. 자신의 아픔보다 자신 때문에 눈물 흘리는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더 많이 아팠겠지...

 수술 중에 사망할 수도, 시력을 잃을 수도, 한쪽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냉정한 의사의 말에 사진만은 찍을 수 있게 해달라고, 검지와 한쪽 눈만은 지켜달라고 기도했던 그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사진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후유증은 남았지만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이후 백성현의 삶은 조금씩 변화되었다. 자신은 이기적이고, 부정적이고, 외골수에 아웃사이더라는 그의 고백. 하지만 지금은 그저 아주 사소한 것들에도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한 차례 큰 폭풍우가 지나가고 그의 몸엔 아물 수 없는 상처가 남았지만 그의 마음과 영혼은 더 견고해지고 따뜻해졌다. 이전에 찍었던 사진들이 정확한 구도와 노출 등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이었다면, 아픔 이후 찍은 사진들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의 감성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이어서 더 마음에 들고 사진 찍는 것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는 그의 고백에서 나도 나의 사진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너무 잘 찍으려 애쓰진 않았는지, 남들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 찍지는 않았는지, 정말로 나의 감성이, 나의 스토리가 내 사진엔 들어 있는지. 그리고 다시 사진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아프기 전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사진 강의도 했고, 지금도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강의하는 그는 자신이 가진 달란트가 이것이 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거란다. 2016년이면 사진작가로서 10년이 된다는 백성현. 큰 아픔을 겪었지만 그 아픔 이후 그의 삶은 지난 시간보다 더 빛날 거란 생각이 든다. 주저앉고 싶고, 포기하고 싶고,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 때문에 매일 밤 오열을 하는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 한 통을 몇 번이고 되뇌어 읽었다.

힘든 인생의 굴곡을 넘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다른 역경과 고난은 생길 것이다. 그의 말대로 그런 일이 찾아오지 않으면 정말 좋겠지만 뜻하지 않아도 우리의 고민거리들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공존한다는 걸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 듯, 마찬가지로 이겨낼 수 있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라는... 그런 인정들이 우리를 버티게 하고 그것들의 반복은 우리를 조금씩 더 단단해지게 한다는 걸. 당신도 나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과정에 있는 것뿐이라는 걸.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무슨 내막인지 안다면

내가 아는 선에서 좀 더 따뜻하게 대화를 나눠줄 수 있을 텐데

난 과거에 있는 사람이니

힘내요,

이겨내요,

이 말밖에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진심이에요.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어요.

힘내요."



<많이 아팠던 그가 더 많이 아팠을 나에게, 당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2015.09.03 아침 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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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소원을 빌어요
이누이 루카 지음, 홍성민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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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롭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책의 겉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숲에 소원을 빌어요'. 무언가에 이끌린다는 것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내 안의 어떤 감정들이 그것을 원하고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 7명의 등장인물들도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도심 속, 어둠처럼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원시림의 숲에 이끌려 이 숲을 방문하게 된다. 각자의 아픔과 고통, 슬픔, 상처들을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한 채 숲에 발을 디딘 그들에게 마법처럼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숲이 주는 대자연의 아름다움, 울창한 숲 속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지저귐,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의 손길, 고요함 속에 느껴지는 숲의 포근함, 숲의 향기를 머금은 맑은 공기. 도심 속에서는 느낄 수 없던 벅찬 감동들을 그들은 숲을 통해 느끼고 교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 숲을 지키는 유일한 한 사람 '숲지기'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그들은 마음을 열게 되고, 상처, 고통, 슬픔, 아픔도 서서히 치유되어 간다. 숲은 어머니의 품처럼 그곳을 방문하는 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따뜻하게 품어준다. 어린 새들이 어미 새의 품속을 벗어나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되는 것처럼, 숲을 방문한 그들 역시 숲 속을 벗어나 다시금 세상에 나설 용기를 얻게 된다.

 '숲에 소원을 빌어요'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보고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그녀만의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 나간다. 왕따를 당한 사람, 실직한 사람, 불치병에 걸린 사람, 자신의 자릴 잃어버린 사람, 중년의 서글픔을 간직한 사람 등 총 7가지 무지개색처럼, 7가지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나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져 공감하며 읽게 되고 마지막 그들의 상처가 아물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때에는 마치 나의 고민과 상처들이 해결되고 치유된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이 감동으로 벅차오르기도 했다.

 이것이 숲만이 가질 수 있는 마법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답답한 일상 속에서, 이별의 상처 속에서 내가 찾아갔던 숲도(비록 이 숲 속의 숲지기는 없었지만)치유의 공간으로 나를 가득 채워주었다. 밤하늘 달빛이 고요하게 비치는 숲 속의 공간은 혼자서 눈물 흘려도 힐긋힐긋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 편했다. 천천히 숲을 걷다 보면 내 안에 쌓여있던 것들이 내 몸 바깥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고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롯이 나를 감싸 안아 주었다.

 자연은, 숲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어설픈 위로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만으로도 크나큰 위로를 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모습은 이곳에 잘 왔다고 나를 반겨주는 그리운 이의 손길 같고, 풀 속 어딘가 들리는 풀벌레 소리는 그 마음 이해한다며 같이 울어주는 다정한 이의 울음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책속의 숲처럼 울창한 원시림은 없지만,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에 소소하게 나마 심어져 있는 나무와 풀들 사이로 난 길을 나는 가끔 걷곤 한다.

 걷다 보면 알게 모르게 마음속 응어리들이 살살 풀리는 느낌이다. 다만 이곳도 책 속에 등장하는 테너 톤의 맑은 목소리를 간직한 숲지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녕하세요! 산책하세요? 저 쪽 정자에도 한 번 가보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또 오셨네요."라고 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며 따뜻하게 미소 짓는 그런 숲지기가.


 

 

<책 속 따뜻한 문장들>


: "뭔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을 사랑하는 일처럼 멋진 일이에요. 이 숲은 거울 같아요.

숲의 나무와 풀, 꽃과 새를,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솔길을 사랑하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

나는 그렇게 믿어요. 호타카는 잎을 억지로 따려 하지 않고 저절로 떨어질 때를 기다려 주었어요.

그래서 착한 아이라고, 괜찮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거예요. 그래요. 호타카는 '때'를 알고 있었어요.

숲의 나뭇잎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때를! 사람의 심장이 사랑으로 물드는 때를!" -50페이지-


 

: "저 자작나무는 스스로 일어설 수도 없고 구를 수도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구르고, 쓰러졌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바꿔 말하면...."

"자신이 넘어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스스로 일어설 수 없어요, 영원히.

그러니까 당신은 할 수 있어요. 비참하게 쓰러졌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이 인생의 자양분이 됩니다." -92페이지- 


: 그렇다. 모든 것이 그야말로 일제히 반짝거렸다. 단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

엷게 낀 구름 사이를 빠져나와 한 줄기 빛이 자작나무 위로 떨어진다.

빛은 어린아이가 장난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하나, 또 하나의 숲으로, 초원으로 비쳐든다.

"................ 보였어!"

단은 깨달았다. 이것이 죽어 가는 자의 눈이다.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을 눈앞에 눈 채 죽고 싶지 않다고, 살고 싶다고 절실히 바라는 자의 눈.

단은 다시 소리 내어 울었다. 한참 동안 그는 서럽게 울었다. 마지막 눈물이 그의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오열로 일그러져 있던 단의 입은 자연스럽게 풀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순간, 그의 얼굴에 왜 미소가 지어졌는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단은 지금 이 순간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잊지 않도록. - 140페이지 -

 

 

 

: "아무도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무얼 하든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다,라고.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두고 무리인지 어떤지 생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선생님도 그래요. '이 나이에'라든가, '다 늦었다'라고 생각해도 선생님의 남은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젊은 때죠."

반짝이는 가랑눈 알갱이가 청년의 벤치 코트를 스치듯 지나갔다. -239페이지 -

 

 

 

: 종달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하늘 높이, 멀고 먼 저편으로, 빛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간다.

"아름다운 세계에 살고 있어요, 우리는. 살아 있고 웃을 수 있어요......... 이것도 행복의 한 조각이에요." -29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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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내관의 재미있는 세계사 기행 쏭내관의 재미있는 기행 시리즈
송용진 글.사진 / 지식프레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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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자세한 설명으로 구성되어있는 쏭내관의 세계사! 너무 기대됩니다. 역사를 좋아하기에 꼭 구매해서 읽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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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부자 가계부 - 쓸수록 돈이 모이는 가장 쉬운 재테크
위즈덤하우스 편집부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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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쌓는 열쇠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버는 것보다 적게 쓰는 것"

- 토마스 J. 스탠리와 윌리엄 D. 댄코 -



 작년부터 가계부를 썼는데 습관이 제대로 들지 않아 쓰다 말다 하기를 반복했다. 다시 큰맘 먹고 써보기 위해 선택한 이번 가계부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2016 부자 가계부'이다. 국내 1호 정리전문가 윤선현 저자의 가계부로 기존에 썼던 가계부와 달리 디자인도 깔끔하고, 기능적으로도 훨씬 마음에 든다. 이 책은 총 3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파트 1은 <가계부 사용법>, 파트 2는 <부자 재테크 습관>, 파트 3은 <2016 부자 가계부 쓰기>이다. 각 파트별 핵심적인 내용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파트 1 : 지출 통제를 방해하는 신용카드! 우리 뇌는 현금을 지출할 때 우울함과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뇌섬엽이 활성화되는 반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는 뇌섬엽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나 현금 쓰기를 권장한다. 가계부를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쓴 직후에 바로 기록하는 것'이다. 자기계발 전문가인 호아킴 데 포사다는 '난쟁이 피터'에서 "기록은 행동을 지배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시신경과 운동 근육까지 동원되는 일이기에 뇌리에 더 강하게 각인됩니다."라는 말을 했다. 때문에 스마트폰 가계부 어플보다는 손으로 꼼꼼하게 기록하는 '종이 가계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계부 스마트폰 어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 가계부'가 엄청나게 팔리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저축 목표와 지출 내역은 가족들과 공유하라고 한다. 보통 부부 중 한 명이 돈을 관리하는 데 그래도 함께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신랑이 관리를 하면서(신랑 회사 주식, 회사 연금 등등 회사 사내 비번이 있기 때문에) 엑셀로 꼼꼼하게 정리를 하는 편인데 물론 그 내용들을 나에게 공유한다. 그러나 재테크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문득 이대로 지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랑에게 내년부터는 모든 권한을 나에게 양도해달라고 했다. '잘 할 수 있겠냐'라는 신랑의 말에 살짝 움찔했지만,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귀찮고 힘들더라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온 '2016 부자 가계부'와 함께 내년에는 좀 더 디테일하게 우리 집 돈의 흐름을 파악해야겠다.


파트 2 : 쇼핑 제로에 도전하라! 할인마트나 홈쇼핑에서 '마감 임박', '쿠폰 제공', '원 플러스 원' 등을 강조하는 이유는 충동구매를 부추기기 위해서다. 결제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은 이러한 충동구매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집안의 재고를 파악하면 내가 사고 싶어 하는 것들이 이미 우리 집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매에 앞서 재고 파악부터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정 시기에만 필요한 물건은 사지 말고 빌려 쓰라! 바로 임신이나 육아용품이 대표적인데 아이가 크면 다시 사용할 기회도 적어 보통 버리거나 남에게 주게 된다. 그 밖에 운동기구, 러닝머신, 컴퓨터, 카메라 관련 장비 등등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 <해당 사이트 소개는 책을 통해서 확인!> 안 쓰는 중고물품은 보관하지 말고 팔기! 내가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나의 경우 다 읽은 책들은 나눔을 하거나 알라딘, 예스24 중고매장을 통해 판매를 하고 있다. 그 밖에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도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이 밖에 다 열거하지 못한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다.


마지막 파트 3은 본격적으로 '부자 가계부 쓰기'이다. 페이지 구성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해당 사진들을 첨부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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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지출 스케줄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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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한 달을 전체적으로 보고 기록할 수 있는 부분과 오른쪽 '이달에 꼭 해야 할 일'

'이달의 경조사', '이달의 주요 납부일' 등으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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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크게 확대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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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수입과 지출을 기록할 수 있는 페이지

그리고 그 한 달을 4주간으로 구분하여 1주일마다 '이번 주에 꼭 해야 할 일'을

기록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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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이 끝나면 2월이 시작된다. 대략 이와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16 부자 가계부'의 특징매 달마다 패턴 디자인이 변경되고 각 달의 특징에 맞게 '아름다운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 2월은 겨울의 끝 : 시샘달

정말 이 부분을 보고

이 가계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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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역시 변경된 패턴 디자인과

물이 차오르는 달 : 물오름달

:)

+

4월도 변경된 디자인

잎이 돋는 달 : 잎새달

이렇게 매 달마다 각각의 이름이 부여되어 있고, 디자인도 다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너무너무 예쁘고, 실용적이고 사랑스러운 가계부이다!

:)


+

각각의 달이 끝나면 새로운 달이 시작되기 전에

그 달을 총정리할 수 있는 페이지가 나온다. 1월이 끝나면 1월의 수입과 지출을

총정리하면서 1월 한 달동안 얼마를 썼는지, 반성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잘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등

그 한 달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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