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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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캐럴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미스터리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나의 이런 호기심으로 선택하게 된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게 읽어나간 책이다. 책 속 주인공인 구리스가와 아리는 언젠가부터 연속되는 이상한 꿈을 꾼다.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있는 꿈이다. 너무도 생생한 꿈이여서 그 꿈을 꾸고 있는 동안만큼은 꿈인지 조차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꿈속에서 앨리스는 도마뱀 '빌'과 함께 '암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3월 토끼'와 '미치광이 모자장수'로부터 '험프티 덤프티'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흰 토끼'의 증언으로 '앨리스'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설상가상으로 '그리핀', '흰 토끼'마저 살해되면서 '앨리스'는 연쇄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한편, <지구>에서는 '오지'라는 대학 연구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대학교의 대학원생인 구리스가와 아리는 그의 죽음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는데, 바로 꿈속에서 살해당한 '험프티 덤프티'의 죽음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의구심을 품은 채 학회 발표 문제로 만나게 된 '이모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모리'역시 자신과 똑같은 꿈을 꾼다는 것과 '이모리'가 이상한 나라의 도마뱀 '빌'이며 '험프티 덤프티'가 '오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아바타'라는 개념을 도출하게 된 것이다. 현실세계에서의 '나'와 가상세계에서의 '나'가 존재하듯, 지구와 이상한 나라 역시 이러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모리'와 '아리'는 가상세계에서 살해당한 '그리핀'이 현실세계에선 누구인지 또 '흰 토끼'는 누구인지 그 밖에 가상세계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현실세계에선 누구인지 은밀하게 찾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가상세계에서 살해 용의자가 된 앨리스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선 반드시 '진범'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가상세계에서 앨리스는 여왕으로부터 사형집행을 당하게 되고 그 영향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실세계인 지구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과연 앨리스와 빌은, 아리와 이모리는 앨리스의 결백을 밝히고 무사히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자, 현실 세계에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죽이면 어떻게 될까?"

"살인죄로 체포되겠죠."

"그럼 이상한 나라에서 죽이면 어떨까?"

...


현실세계에서는 동기가 있지만 살인이 아니므로 붙잡히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에서는 동기가 없으므로 붙잡히지 않는다. 247Page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는 고전에 미스터리를 더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그러나 더 큰 매력은 따로 있는데 우선 첫 번째, 이상한 나라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상한 대화'이다. 읽고 있으면 나까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랄까?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대화를 읽어나가다 보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온다. 그 유머스러움과 과장된 이상함이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을 반감시킬 수 있지만,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잔혹동화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때 톡톡히 빛을 발한다.  마치 팀 버튼 감독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두 번째는 가상세계의 '어떤' 캐릭터가 현실세계에선 누구일까?를 맞춰보는 재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의 예상과 빗나간다. 이 점이 마지막 세 번째인데 <앨리스 죽이기>는 독자가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놔두질 않는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굳게 믿었던 캐릭터의 아바타가 사실은 그 아바타가 아니었다는 것, 범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범인이었다는 것 등등 반전이 끝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최대 반전은 바로 이것인데 (스포이지만, 나의 생각을 얘기하기 위해선 부득이하게 밝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상세계'라고 믿었던 '이상한 나라'가 사실은 '현실'이었고, '현실'이라고 믿었던 '지구'가 사실은 '가상세계'였다는 것이다. 즉 가상세계인 '지구'에서 '나'라는 존재가 죽는다고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꿈'이고 '가상세계'이기 때문에 '현실'인 '이상한 나라'에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진범'에게 '사형집행'을 내리기 위해선 '지구'가 아닌, '이상한 나라'에서 집행해야만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나의 '게임 캐릭터'가 아무리 죽어도 다시 접속하면 부활하듯이 말이다. 이렇게 밝힌 이유는 가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책 속의 결말이 얼추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이라 믿으며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사실 누군가의 꿈은 아닐까? 그의 꿈이 꽤 많은 모순들로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면 그는 이 세계를 부수고 잠에서 깨어나면 그만이다. 다시 잠들고 꿈을 꾸면 그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즉, 또 다른 지구 혹은 세계가 탄생하고 인류의 역사는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몇 번째 지구일까? 몇 번째 꿈일까? 생각하곤 했다. 지금도 이 세계는 모순투성이다. 여러 가지 부조리함과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날로 파괴되어가는 지구... 그래서 지금의 이 지구는, 그 혹은 '신'(소설 속에서는 붉은 용으로 등장)이라는 그 어떤 존재의 꿈속 거의 마지막 부분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곧 잠에서 깨어날...



ps :

이상한 나라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미스터리, 잔혹함,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 

그리고 마지막엔

철학적(?) 생각까지 하게 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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