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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란 무엇인가 1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 황금가지 / 1999년 5월
평점 :
합본절판
내가 야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중학교 때였다. 그땐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스포츠로서 야구를 접한다는 것이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누구나 주말이면 집에서 TV로 야구중계를 보거나, 아니면 주중에도 야구장을 찾아가 넓은 잔듸밭에서 야구선수들이 뿜어내는 화려하고 호쾌한 플레이에 매료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야구에 친숙해졌고, 점점 그 경기와 선수들, 그리고 그 게임 속으로 깊이깊이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처음엔 복잡하기만 했던 그 야구규칙들이 점차 익숙해졌고, 그 많은 야구선수들의 구질과 특성, 그리고 타율 등의 정보들이 차츰 쌓이면서 나의 머릿속엔 하나의 거대한 가상 야구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게 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런 야구에 대한 지식은 나에게 야구에 대한 열정을 주었다.
사실 야구 자체를 다룬 책은 별로 없다. 야구를 픽션으로 한 소설이나 만화는 가끔 있지만, 전문적으로 야구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폭넓게 야구의 본질을 말해준다. 타격, 피칭, 수비, 베이스러닝, 감독, 사인, 벤치, 지명타자, 심판원, 구장.... 쉽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매니아가 매니아를 알아보고 그들과 그 분야를 같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레너드 코페트(실상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또 한명의 야구 매니아와 가슴 깊은 열정을 교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 1권에 이어 2권은 야구를 이해하기 위한 더 심층을 다루고 있다. 1권이 주로 가시적으로 보이는 야구의 요소들을 다루고 있다면, 2권은 미디어, 원정경기, 프런트, 스카우트, 통계, 기록, 구단주, 선수노조, 커미셔너, 에이전트라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기능적 조직을 다루고 있으며, 아울러 야구가 야구로서 위대해지기 위한 '야구의 상'을 다루고 있다. 즉, 동계훈련, 포스트시즌, 타격감 찾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들, 명예의 전당 등등 야구의 살아있는 역사 속에서 앞으로 야구가 가지게 될, 그리고 가져야 할 형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다면 진정 매니아로서 야구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사실 야구는 무조건 치고 달리고 던지는 경기가 아니다. 여기에는 여타 스포츠와 다른 촘촘하고 세밀한 긴장들이 녹아있다. 즉, 인간이성이 스스로 만든 스포츠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라 볼 수 있는 야구는 흔히 말하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일본 소설가는 이런 소설을 썼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번역이 되어 있는데, 이것도 한 번 읽어보시라. 야구의 또다른 본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