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모험
이진경 지음 / 푸른숲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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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모험'은 아마 이진경 선생님이 쓴 일련의 철학대중서 가운데 최신판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것들은 '철학과 굴뚝청소부'와 '수학의 몽상' 등인데, 이 책은 내가 생각하기로 그에 못미친다. 그 이유를 제시하면서 독자서평을 써 보겠다.

사실, 나는 이진경 선생님의 전문적인 글들에 훨씬 매력을 느낀다. 그의 처녀작을 통해서 '사회구성체론'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으며, 일련의 번역서를 통해 맑시즘을 더 잘 알게 되었으며, 최근의 '근대적 주체' 개념과 푸코에 대한 글들, 그리고 '맑시즘과 근대성',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과 같은 책들이야말로 이진경 선생님의 사유를 드러내는 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책들을 읽어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시기 바란다. 그런데, 이 책 '철학의 모험'은 가상의 대화식으로 쓴 것을 제외하면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그 책에서 다룬 내용들에서 더 제시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적인 철학개론서라는 점에서 새로운 학술적 내용들은 필요없을지 모른다. 새로운 구성이면 족할 수 있다. 그러나, '철학과 굴뚝청소부'나 '수학의 몽상'이 지향해 나간 출판의도가 분명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그것이 모호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믿고 샀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다.

물론 나는 이미 철학을 어느 정도 공부한 학생이지만, 좋은 개론서는 여전히 나를 가슴설레게 하기 때문이다. 이진경 선생님께서 독자로 예상했던 층과 틀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진경 선생님의 책을 주목하는 것은 마땅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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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띠 오이디푸스 -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 현대사상의 모험 1
질 들뢰즈 외 지음, 최명관 옮김 / 민음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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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띠 오이디푸스'는 우리 나라에서는 하나의 열품이 되어버린 질 들뢰즈의 주저 가운데 하나이자(그의 주저는 대체로 68년의 학위논문 '차이와 반복'과, 이후 '의미의 논리'와 더불어 이 책이다), 그의 방대한 저작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그 내용은 이미 들뢰즈의 팬이 많아 다 알거라 생각하는데,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비판(그 대안을 저자들은 라이히에게서 찾고 있다)과 자본주의의 영토화/탈영토화/재영토화에 대한 비판으로서 욕망(desir)의 정신분열증과 노마드적 사유를 제시하고 있다. 거기서 conjunction/disjunction/connection 등의 개념이 나오며, 또한 리좀이라는 유명한 개념이 개온다. 분명 이 책은 하나의 뛰어난 걸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번역된 이 책은 그 목차에서 이미 어이없는 실수를 드러냈고, 들뢰즈에 대한 이해가 얕았던 시절, 들뢰즈 비전공자가 번역을 했기 때문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했다. 그래서, 이 책을 영문으로라도 읽기 어려운 학생은 번거롭지만 꼭 대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점만을 빼놓는다면, 이제 번역이 나온 '천개의 고원'과 더불어 들뢰즈/가타리의 정치철학적 사유와 실천적 관점을 유감없이 볼 수 있겠다.

다만, 프랑스를 중심으로한 (후기) 구조주의자들은 (물론 잠재태와 사건 개념을 말하고 있지만), 시뮬라크르, 즉 표면의 철학자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프랑스 내의 바디우라든지, 독일에서의 Spaeman과 같은 정통주의적 철학자들도 있음이 지적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너무 후기 구조주의에 치우쳐 철학계가 흘러간 부분이 없지 않나 싶어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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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 까치글방 84
마틴가드너 / 까치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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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마주친 책이다. 나는 에리히 얀치나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책을 읽으면서 생명체와 환경의 거대한 공진화에 대해서 매혹된 적이 있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구입했다. (특히, 베이트슨의 homology 개념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것은 완전 선입견이었다. 이 책은 가드너가 3판에 걸쳐 수정한, 그 지독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는, 그의 주저 가운데 하나라 볼 수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초반, 즉 1장부터 대략 10장까지의 내용을 읽으면, '아! 이 책도 그저그런 과학 개론서인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분자, 탄소, 비대칭, 오즈마, 마흐, 패리티, 반입자, 뉴트리노, 시간 불변성의 몰락, 반물질, 스핀, 초끈이론 등을 다루면서 단숨에 현대과학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동감하겠지만, 우리는 패리티 보존의 법칙이 붕괴되면서 자연은 양손잡이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현대과학의 외곽에서 그 심오한 정수로의 끌어당김을 당하는 기분을 느낀다.

마치 블랙혹에 빨려 들어가듯이, 우리는 가드너의 이 책의 흡입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다시 읽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이 책을 찬찬히 다시 읽어본다면 현대과학의 핵심적 문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히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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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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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그 유명한 칼 세이건의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상당히 신중하게 사는 편이며, 혹시 구입한 책의 내용이 실망스럽다 할지라도 그 안에서 최대한 저자의 장점을 이해하려는 입장의 독자이다. 물론, 그 이유 가운데에는 열심히 번 금쪽같은 돈으로 구입한 책이기 때문에 무언가 작은 것이라도 배울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의 이 책은 그 표지와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다소 실망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과학의 합리성을 너무나 주장한 나머지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그것을 맹신하는 어리석은 과학자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이 책은 과학에 대해 상당히 무지한 미국의 대중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한국인들에게 이 책은 과학 지상주의자의 독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세이건은 그의 주장에 도취되어 있다.

언젠가 신과학에 대해서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을 전문가라는 사람이 무조건 그것은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책과 정말 오십보 백보 차이다. 나는 이 책을 어느 과학동아리의 추천을 받고 샀지만, 책의 내용을 세시간 만에 완파할만큼 이 책은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책값이 만만찮기 때문에 사서 보라고는 하지 못하겠고, 그래도 한번 읽어보시라. 그 유명한 칼 세이건의 지적인 오만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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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1 2004-03-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그래도 지적인 오만함 까지 몰고가기에는 무리가 있군요.
칼세이건이 과학의 합리성을 주장한 것은 목적이 아니요 현대사회의 복잡한 현실속에서 엉뚱한 미신만을 맹신하며 안주하려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을 하기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만약 칼세이건이 책을 쓸때 과학의 합리성으로 확실히 미신을 무너뜨리지 않고 그 미신이 어느정도는 옳다 라고 수용했다면 그것은 오히려 책을 저술한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죠. 그리고 과학지상주의 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칼세이건이 이 책을 저술한 의미를 확실히 이해를 못하신 겁니다. 이 책의 목적자체가 미신과 맹신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과학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기 위해 저술 된 것입니다.(필수적으로 과학의 합리성을 강력히 주장할 수 밖에 없죠) 그리고 그의 다른 저서에 보면 그는 오직 과학지상주의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다른 저서를 읽어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그는 우주과학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는 우주를 차갑게 바라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주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죠.
칼세이건이 평생 종교와 미신을 믿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모든 사물을 차갑게 과학으로만 바라보는 '과학 지상주의자' 라고 치부하시면 안될 것 입니다.

marine 2007-12-2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독자들" 이라는 표현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같은데요?
 
인지심리학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논저) 511
이정모 지음 / 아카넷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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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은 지금 인지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 적극 추천하셨던 책이다. 물론, 저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며, 또 쉽게 사기에는 아주 비싸고 두꺼운 책이지만, 이 분야를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읽어보라고 추천하셨던 것이다. 나는 불타는 학구열에 의해 이 책을 사고 말았다. 그리고, 평소에 관심이 있던 철학과 심리학, 특히 인지심리학 간의 학문적 접경영역에 대해서 비판적인 안목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입장에서 접근하는 학생이라면 적어도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둘 그런 좋은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인지심리학의 형성사와 개념적 기초에 대해 아주 탄탄한 서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학적 심리학과 그 이전의 심리학에 대한 구분이라든가, 과학적 심리학의 형성과 변화, 그리고 이미 고전적인 주제가 된 튜링 기계 형성의 배경으로서 마음과 기계의 연결 가능성, 인지주의 형성배경으로서 정보처리 패러다임의 형성, 인지과학의 기반으로서 인지심리학, 그리고 뇌와 계산에 대한 연결주의적 입장 등에 대해서 자세하고도 권위있는 서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이 분야에 대해서 이제 걸음마를 하고 있는 학생이지만, 사고의 합리성이 어떻게 가능하며, 마음에 대한 인지과학적 재구성이 어떤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었으며, 또 더 큰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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