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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의 혼자놀기
권윤주 글, 그림 / 열린책들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만화책을 거의 보지 않는다. 별 관심없이 커 왔고, 또 그렇게 지내다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만화책은 나와 관련이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을 만나면 만화책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물론, 나는 그때 참 지루하기가 짝이 없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만화책을 좀 자주 접해야겠다는 이상한 결심도 한적이 있었으나 지켜지진 못했다.
그런데 학교 도서관에서 이상한 만화책을 발견했다. 그림책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예술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도서관에는 만화책을 소장하지 않으니, 도서관측에서도 이 책을 엄연하게 소장할만한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지만, 그것은 운명이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정말 혼자노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처음부터 죽 나오는 가벼움도 쓸쓸함도 좋았지만, 나를 결정적으로 한 방 먹인 만화는 바로 제일 마지막에 실려 있는 '혼자 밥 먹기'이다. 딱 한 구절. '내가 있으므로 그는 안심할 수 있다'
나는 이 말이 무엇인지를 뼈아프게 잘 안다. 매일 혼자 밥을 먹는게 습관이 된 나는 스노우캣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덜 쓸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다른 홀로있는 사람에게 그런 연대감을 주고 싶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사람은, 사람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들은 이렇게 각각 떨어져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비범한 만화책 속에서 나는 또 고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