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난담
김어준 김규항 공저 고경태 글 / 태명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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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전까지는 김규항씨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가 말하는 'B급 좌파'론 보다는 차라리 맑시즘에 관한 논문을 한 편 더 읽으려고 했다. 그러나, 얼마전에 (뒤늦게) 'B급 좌파'를 읽고는 그의 팬이 되었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틀린 칼럼도 있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점은 같았다. 다만, 김규항씨는 저공비행을 했고, 나는 마치 달나라가 목표인 것처럼 고공비행을 했다. 결과는 당연하다. 나는 계속 추상적이 되어만 갔다. 그럴듯한 이론을 하나 만들어 낼 수는 있어도, 그것은 세상과는 한없이 유리되었다.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으면 '좌파'는 거짓이다.

따라서 나는 많이 반성했다. 이제는 좀 더 일상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쾌도난담'과 같은 책이 도움이 된다. 이것은 이를테면 시사교양지라고 부르고 싶은 책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폭력적인 부분이나 거슬리는 어법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그냥 쉽게 들쳐보았던 신문들이 나를 얼마나 왜곡시켰던지를 새삼 느꼈다. 그 신문들은 정보만을 내게 준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안경을 내게 선물했었고, 나의 가치관과 생각을 조야하게 만들었다. 누가 그랬던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오늘날 김규항을 읽는다는 것은 적어도 새가 추락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선택 가능한 임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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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패의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
김상조 외 지음 / 삼인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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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굉장히 특이하다. 겉표지가 재밌으며, 제목도 시선을 끈다. 그러나, 한 번 내용 속으로 들어가면 또 구구절절 뼈아프고 입바른 소리를 한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안타깝고 민망하다.물론 여러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의 약점을 지적했지만, 역시 한국사회는 한국인 자신이 잘 알고 있음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바뀌지 않는다. 왜일까? 이 책은 정말 수십명의 필진이 참가해서 만든 책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약점을 지적하며, 또 변혁을 꿈꾸는데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 정치권력자, 자본가, 부패언론, 부패관료, 이기적인 상류층과 같은 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많은 질타 속에서도 이들은 그 모습을 바꿔가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시민도 문제가 있다. 각종 불감증과 황금 만능주의, 지역주의, 혈연과 학연 속에 점점 종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윗층이 그렇고, 사회구조가 또 그것을 조장하다보니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주체가 될 수 있는 세력은 시민과 노동자이다. 기득권 세력은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정화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이렇게 암담한 한국사회를 바로잡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 나는 큰 것보다는 작고, 올바른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깝게는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신중한 한 표를 던지는 것이 그것이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현실과 정치를 외면하지 않고, 틀린 것을 꼼꼼하게 지적하는 솔직함이 그래도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다. 선거는 그런 솔직함과 관심, 희망의 가장 기본적인 표출이다. 이 책을 읽고 한숨으로 책을 덮어버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했으면 한다. 우리의 조그만 관심과 솔직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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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성론 - 학술총서 25
안소니 기든스 / 자작아카데미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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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든스의 THE CONSTITUTION OF SOCIETY(1984)를 번역한 것이다. 사실 구조와 행위론에 관해서는 Central Problems in social Theory(1979)가 더 핵심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전반부 100페이지 정도까지도 상당히 밀도 있고 이론적인 논의를 펼치는데, 주목하여 읽어봐야 한다. 물론 2장에서 말하는 자아와 사회적 대면, 3장에서 말하는 시간과 공간의 영역화 문제 4장에서 말하는 구조와 체계의 사회적 재생산도 중요하다. 특히, 기든스가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기존의 구조이론과 절충하여 더 나은 이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그는 구조화이론과 경험적 연구의 장점을 대체로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사회변동과 권력, 그리고 구조가 어떻게 사회적 재생산을 담보하고 있는지도 알아본다는 점에서 정말 총체적인 구조 행위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구조를 규칙과 자원으로 이해한 점과 그가 구분하는 구조와 체계에 관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반론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를 옹호하는 입장이나 미시적 행위자를 강조하는 입장 모두 기든스가 구조의 이중성과 행위자의 앎과 능력이 구조를 통해서 매개되는 차원을 주장하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것 같다. 분석 맑시즘이나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공부하시는 분은 이 책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기든스 자체를 연구하는 것에서도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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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사회학
스테판 에젤 지음, 신행철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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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계급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 분야 책을 많이 사보는데, 사실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계급을 공부하느냐고 타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계급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으며,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사회 내의 불평등과 갈등이 이전보다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전부터 현대의 계급론까지를 잘 다뤄주고 있다. 마르크스와 베버를 간단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으며, 라이트와 골드소프를 넘어서 현대의 계급론을 말해준다. 특히, 계급을 어떻게 측정할 것이며, 계급구조가 달라지면 사회는 어떻게 변동하는지, 그리고 사회이동과 정치 속에서 계급은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꼼꼼하게 범주화해서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은 책에 이론적, 경험적, 역사적, 비교적인 측면에서 계급을 밀도있게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현대 사회에서 계급구조의 다양함과 중요성,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자본주의가 우리 삶의 질곡이라면, 우리는 계급을 주목하고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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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의 사회학 - 한국의 레저문화
김문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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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서울 아닌 곳에 있는 대학들은 그들 도시의 주변에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펴내는데, 부산대 사회학과는 적극적으로 서울에 있는 출판사를 공략하여 많은 연구성과를 전국에서 볼 수 있게 한다. 일단 그 점에 대해서 나는 반갑다. 게다가 부산대 사회학과는 재밌고 독특한 연구들을 많이 하는 색깔이 다양한 특징을 지니는데, 이 책도 그렇다. 사실 사회학은 가장 일상성에 다가가야 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생활하는 가장 구체적인 영역이 바로 사회를 떠받치기 때문이다. 이런 일상성에 대해서는 서구의 근대에 대한 연구들이 이미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그것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시간과 공간을 응축시켜서 자본의 회전을 더 빠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작업장의 영역에서 노동이 소비의 영역에서 여가와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즉, 역사를 따라서 보면 여가가 어떻게 변하는가의 문제는 노동의 의미와 위상의 변화를 반영한다. 사실 노동력을 재창출하는 영역이 여가의 영역이라면 그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는 서로를 규제하는 관계를 가진다. 즉, 노동-여가, 생산-소비의 굴레이다. 이런 의미를 통찰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바로 그 과정 자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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