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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패의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
김상조 외 지음 / 삼인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단 굉장히 특이하다. 겉표지가 재밌으며, 제목도 시선을 끈다. 그러나, 한 번 내용 속으로 들어가면 또 구구절절 뼈아프고 입바른 소리를 한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안타깝고 민망하다.물론 여러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의 약점을 지적했지만, 역시 한국사회는 한국인 자신이 잘 알고 있음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바뀌지 않는다. 왜일까? 이 책은 정말 수십명의 필진이 참가해서 만든 책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약점을 지적하며, 또 변혁을 꿈꾸는데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 정치권력자, 자본가, 부패언론, 부패관료, 이기적인 상류층과 같은 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많은 질타 속에서도 이들은 그 모습을 바꿔가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시민도 문제가 있다. 각종 불감증과 황금 만능주의, 지역주의, 혈연과 학연 속에 점점 종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윗층이 그렇고, 사회구조가 또 그것을 조장하다보니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주체가 될 수 있는 세력은 시민과 노동자이다. 기득권 세력은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정화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이렇게 암담한 한국사회를 바로잡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 나는 큰 것보다는 작고, 올바른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깝게는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신중한 한 표를 던지는 것이 그것이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현실과 정치를 외면하지 않고, 틀린 것을 꼼꼼하게 지적하는 솔직함이 그래도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다. 선거는 그런 솔직함과 관심, 희망의 가장 기본적인 표출이다. 이 책을 읽고 한숨으로 책을 덮어버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했으면 한다. 우리의 조그만 관심과 솔직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