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론 - 햄린
D.W.햄린 / 서광사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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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유명한 철학 교수님께서 이 책이 인식론의 가장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개론서라고 하시면서 소개해 주셨다. 이 책을 읽어보면 동감하시겠지만, 저자는 정통적인 인식론의 문제를 한편으로는 정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심화시키고 극복하려 하고 있다. 즉, 전자의 입장에는 지식의 본성과 지위, 조건 등이 있으며, 또한 인간이 경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영역과 더불어, 특정 학문 분야들에서 생기는 인식론적 쟁점의 문제를 짚고 있다. 그리고 후자는 철학이 심리학과 경험과학으로 떼어준 문제들이 인식론의 모든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면서, 철학 고유의 인식론적 문제를 정초하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영역은 철학에 대한 회의주의를 넘어서는 것이고, 또한 여타의 세부 학문들에서 풀지 못하는 인식론의 메타적 입장을 정립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햄린의 이 책은 지각, 기억,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식, 그리고 초경험적 영역의 지식과 같은 지식의 범위 문제 뿐만이 아니라, 진리, 지식과 믿음, 의미와 유의미성과 같은 정통적인 난제들도 다루고 있다. 쉽게 말해, 인식론의 내용과 범위 등을 적절한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그 요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씌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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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주거 형성의 역사 열화당 미술책방 6
손세관 지음 / 열화당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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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이 분야 전공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책을 살 때에는 좀 신중한데 손세관 교수님의 작업은 참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도시사회학과 공간사회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어떻게 하다보니 도시주거와 주택의 문제로 흘러 들어왔다. 그러나 주거의 형태와 공간 속에는 기후, 풍토와 같은 물리적 요소와 사회, 문화적인 의미적 요소가 어우러져 결정된 특이성이 있다. 물론, 지역색과 개인의 취향, 시간성도 반영되어 있다. 이것은 이 책에 실린 다양한 화보들을 보면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다.

저자는 일단 주거사에 대한 서술과 시대구분을 잘 안내해준 다음에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해서 로마, 중세, 르네상스, 산업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주거사를 개괄해주고 있다. 그 변천사는 흥미로운데, 주거의 형태가 바로 시대와 세계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잘 훑어보면 그 유명한 르 코르뷔지에의 주거 개념의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규모 주거단지와 저층고밀 주거단지와 같은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서도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거리는 물론 세계 어느 곳곳의 거리에는 주거지가 없는 곳이 없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다양성과 동일성을 발견한다. 그런 재미가 이 속에 있으니, 더 없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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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연구
박영식 지음 / 현암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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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천재로 불렸던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그들의 업적을 검토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 자체가 난해해서라기 보다는, 그들의 업적을 많은 사람들이 해석하고, 연구하여도 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스로도 웬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고, 또한 다수의 연구자들이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정답'이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비트겐슈타인을 읽으면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물론 분석철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그에 대한 해설서를 읽고서 다시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난해한 비트겐슈타인에게로 가는 해설서 가운데 하나이다. 철학의 '검증성'에 초점을 맞추어 일관되게 비트겐슈타인의 저작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철학적인 분석의 의미 자체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논리적 형식, 언어 그림이론 등이 언급된다. 물론 위의 검증원리가 어떻게 작동하며, 그 구체적인 영역들이 '논리철학논고'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말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명쾌했던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은 저자의 주장의 초점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내용이 너무 자주 반복된다. 그래서, 300쪽의 책을 읽고 나도 별로 남는 것이 없다. '검증성'을 중심으로 비트겐슈타인을 해명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너무 박약하다. 물론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런 느낌은 다른 독자들도 느끼실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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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속 한길그레이트북스 30
M.엘리아데 지음, 이은봉 옮김 / 한길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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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추천을 하셔서 읽게 되었다. 웬만하면 추천을 잘 하지 않는 교수님이셨는데, 굳이 읽어보라고 하신 걸 보면 뭔가 있겠다 싶어서 읽게 되었다. 그 수업은 불가철학 수업 시간이었지만, 사실 엘리아데는 전부터 한 번 읽고 싶었었다. 예전부터 학문의 본류는 바로 생태학적 차원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엘리아데가 성과 속이라는 대칭적 잣대로 원시인과 현대인을 단일한 종교적 인간이라는 동일한 지평에 놓듯이, 나는 생태학적 같은과 다름은 사유와 문화, 그리고 체계와 종교를 규정짓는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

즉, 맑스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토대짓는다고 한 것이나, 여타 철학이나 사회학도 그 시대와 지역의 여건 혹은 필요성에 의해 생겨났던 것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즉, 생각과 삶은 분리되지 않는다. 다시 엘리아데로 돌아가면, 신화나 의례는 그런 점에서 우리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다. 각 영역들을 임의로 구분하여 우리들은 공부하고 있지만, 사실 그 영역들의 경계는 그 자체 안에서 분명해지는 것일 뿐, 외부에서 본다면 모두다 유사한 접합성 속에서 가지쳐 나온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리아데 역시 이 책의 근간을 철학적 인간학, 심리학, 현상학 등에 두고 있다.

우리가 아주 뚜렷하게 그것은 무엇이다라고 규정하는 것들은 사실 현대의 지식체계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일 수 있다. 즉, 그런 체계에 따라 위치지워지는 지식은, 절대적인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성(sacred)과 속(profane)은 말그래도 당시 인식론적 자연질서의 반영이다. 우리는 이 책 속에서 성과 속에 관한 뒤르켐, 베버 등의 사회학적 해석, 역사적 해석 등은 물론이거니와 그 기원과 시간성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원시사회에서 성과 속이 어떻게 출현하는지를 논의하는 부분은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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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학사상 - 삼성세계사상 1
이황 / 삼성출판사 / 199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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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전에 한국 유학에 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가운데에 퇴계와 율곡이 빠질 수 없었고, 수업을 따라 잡기 위해서 참고서적을 구하던 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두 명이 우리나라 성리학을 집성하고 체계화하였던 만큼, 이 책은 이들의 철학사상을 중심으로 엮여 있다. 퇴계의 성학십도도 흥미롭게 읽었으나, 개인적으로는 기대승과의 서신 논쟁인 사단칠정론이 가장 관심이 갔다. 나는 서양철학을 주로 공부했는데, 내가 서 있는 입장이 기대승의 것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퇴계는 주희를 발전시켜 이기이원론을 주장했고, 율곡은 '기발이승'의 일원론적 이원론을 주장했다. 이런 용어는 서양 근대철학에서 데카르트나 스피노자에게도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하여 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일 것이다. 사실 동양철학이 서양철학보다 더 많은 전공자를 배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서 사상의 소통이 없었다. 그래서 서양철학은 우리나라에 접목되지 못하고, 항상 껄끄럽게 유리된 상태로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이번 기회에 개인적으로 우리의 유학이나 불교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다. 이런 계기를 통해서 무분별한 서양 담론의 수입을 넘어서 이 땅에 그것들이 토착화되고, 전통과 연계되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책의 번역에는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교수님들이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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