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과 속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30
M.엘리아데 지음, 이은봉 옮김 / 한길사 / 1998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추천을 하셔서 읽게 되었다. 웬만하면 추천을 잘 하지 않는 교수님이셨는데, 굳이 읽어보라고 하신 걸 보면 뭔가 있겠다 싶어서 읽게 되었다. 그 수업은 불가철학 수업 시간이었지만, 사실 엘리아데는 전부터 한 번 읽고 싶었었다. 예전부터 학문의 본류는 바로 생태학적 차원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엘리아데가 성과 속이라는 대칭적 잣대로 원시인과 현대인을 단일한 종교적 인간이라는 동일한 지평에 놓듯이, 나는 생태학적 같은과 다름은 사유와 문화, 그리고 체계와 종교를 규정짓는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
즉, 맑스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토대짓는다고 한 것이나, 여타 철학이나 사회학도 그 시대와 지역의 여건 혹은 필요성에 의해 생겨났던 것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즉, 생각과 삶은 분리되지 않는다. 다시 엘리아데로 돌아가면, 신화나 의례는 그런 점에서 우리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다. 각 영역들을 임의로 구분하여 우리들은 공부하고 있지만, 사실 그 영역들의 경계는 그 자체 안에서 분명해지는 것일 뿐, 외부에서 본다면 모두다 유사한 접합성 속에서 가지쳐 나온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리아데 역시 이 책의 근간을 철학적 인간학, 심리학, 현상학 등에 두고 있다.
우리가 아주 뚜렷하게 그것은 무엇이다라고 규정하는 것들은 사실 현대의 지식체계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일 수 있다. 즉, 그런 체계에 따라 위치지워지는 지식은, 절대적인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성(sacred)과 속(profane)은 말그래도 당시 인식론적 자연질서의 반영이다. 우리는 이 책 속에서 성과 속에 관한 뒤르켐, 베버 등의 사회학적 해석, 역사적 해석 등은 물론이거니와 그 기원과 시간성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원시사회에서 성과 속이 어떻게 출현하는지를 논의하는 부분은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