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몸 - 풀리지 않는 철학적 수수께끼
D. M. 암스트롱 지음, 하종호 옮김 / 철학과현실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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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리철학은 현대철학의 선봉에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이며, 그 성과와 활동 정도에서도 아주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의 생각으로는 아마 이 분야가 인지과학 등과 더욱 연계된다면, 향후의 철학의 굳건한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밝은 전망과 국내의 많은 전공자에 비해서는 번역이나 개인 연구서가 미흡하다. 그래서 암스트롱의 이 책도 참 반가웠는데, 이전에 내가 암스트롱에 대해서 한글로 본 것은 국내의 석사학위 논문 한편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심적 인과의 문제에서 심리적 인과론을 주장하면서 데이비드 루이스와 함게 흥미로운 이론을 전개했다(책 7장 참조).

심리철학을 조금 아시는 분이라면 이 분야에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시작한 유구한 역사가 있으며, 그 논의의 다양성에서도 근대에서의 데카르트적 실체 이원론이나 스피노자적 속성 이원론을 넘어, 부수현상론, 심신 동일론, 제거주의, 수반론, 환원주의 등 다양한 입장들이 있음을 알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문제를 대부분 언급하고 있다. 책 후반부의 감각질(qualia) 문제나 지향성 문제도 이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문제이니 흥미로울 것이다. 데카르트, 헉슬리, 흄, 라일에서 시작하여 암스트롱 자신의 주장으로 글을 이끌어가는 것을 읽으면서 심리철학에서 신체와 마음의 지위를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좋은 생각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철학사에 대한 상식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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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에도 텍스트가 있는가 나남신서 744
윤혜준 지음 / 나남출판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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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과 교수인 저자의 문학비평 글을 묶은 책이다. 요즘 워낙 비평서가 많아서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나는 문학에는 크게 아는 것이 없어서 이 책에서 왠지 관심이 가지 않는 글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없는 주제와 시각이 담긴 글도 많았다. 예를 들어, '이름 시대의 종언과 사라지는 개인'은 호명되지 않는 주체의 문제를 살펴보고 있으며, '포르노에도 텍스트가 있는가'는 포르노 텍스트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구조에 의해서 유지-재생산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일상생활의 권태와 소외가 포르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구조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문제시하고 있다. 또 '미국 인문학의 실상'에서는 대학간 차등구조와 산업의 논리에 맞춘 대학의 구조변화 등에 따라 인문학이 몰락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서평 전통과 '타임즈 문학 부록''은 흔히 볼 수 없는 소재로 문학의 가능성과 정치성의 확장과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책의 제일 뒷머리에 있는 '단상'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기 위한 것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좀 더 상세한 설명한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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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생각하는 사회학 나남신서 265
김경동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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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중 한 분인 외우 김경동 교수님께서 펴낸 최근의 책이다. 사실 책 내용 자체는 교수님께서 오래 강의하신 '미래사회론'의 내용인데, 스타일 자체는 아무래도 연륜에서 오는 맛이 난다. 일단 미래는 있음직하거나, 있을 수 있거나, 있어야만 하는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그것들은 각각 추세외삽법으로 투사하여 예측할 수 있는 차원, 상상할 수 있는 차원, 윤리적 차원의 미래이다. 아무래도 미래사회학의 과학적 측면은 첫번째 차원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연구는 예보, 추세외삽법, 합의법, 모의실험법, 게임법, 교차충격 행렬법, 시나리오법, 결정행사의 나무, 형태학적 기법, 역사적 유추, 투입-산출분석법 등 다양하다(38쪽 이하). 그러나 이런 측면은 각 국면마다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것일 뿐이지, 바람직한 미래 자체를 구현해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미래란 우리들이 원하는 정당한 합의와 이념 속에 있는 것이다. 여타의 '미래사회학' 강의에는 피터 드러커가 다루어지기도 하며, 배규한 선생님의 입문서가 곧잘 사용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에 비해서 평이하지만, 노학자의 평상심을 볼 수 있는 맛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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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자아 정체성 - 사회와 철학 1
사회와철학 연구회 지음 / 이학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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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철학 연구회'에서 여러 명의 저자들이 쓴 글을 묶어서 펴낸 책이다. 일단 책 앞부분에 있는 울리히 벡 교수와의 대담이 재미있다. 어떤 분은 우리나라에 울리히 벡이 지나치게 부풀려 소개된 면이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 책을 보니 그만의 통찰력과 신선한 개념들도 있었다. 다음으로 김석수 교수님의 글은 신자유주의의 시대에 우리나라는 그것에 어떻게 적응, 극복하고 있는지를 다룬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DJ노믹스가 신자유주의의 흐름에서 나타난 상황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결국 극복하기 위해서 아렌트를 빌어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 주체를 주장한다.

다음으로 권용혁 교수님의 글은 자못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가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말하면서, 선험적 공동체주의를 대안으로 주장한다. 이는 칸트의 선험철학이 특수한 공동체의 규범을 보편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 이상, 규범들의 보편 타당성이 개별적인 공동체 전통을 초월한 원칙에 근거해 있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국가의 정체성을 다룬 한승환 교수님의 글도 흥미로웠다. 책 전반이 유기적인 통일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화 시대에 국가, 공동체, 윤리, 시민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는 정도로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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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는 논리 문지푸른책 밝은눈 10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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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기대하는 기대치가 있을 것인데, 아래에 별 다섯개를 주신 서평자는 그 기대치가 낮았던 것 같다. 그래도 사회학 수업을 몇 년 들었더니 이 속에 있는 내용들은 좀 진부하게 다가오는게 사실이다. 책 자체의 구성은 간단한 사회학적 입장을 제기하고 그에 대해서 장의 끝머리에 토론거리를 제시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새롭게 다가오는 주제들도 있지만, 다소 졸리는 주제들도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강의실에서 같이 토론하면 재밌을 것들인데, 막상 지면에 옮겨놓고 나니 생기는 현상인 듯 하다.

원래 이 책은 94년도에 출판된 <사회를 본다 사람이 보인다>의 개정판이다. 많은 부분을 손댔기 때문에 그 책의 연장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한 권의 책으로 읽힐 것이다. 책 속에는 앎과 삶 속에서 사회학적 태도와 시각,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하는 안목을 키워주기 위한 촉발제들이 담겨 있다. 비교적 쉽고 공감이 가는 문제들을 조근조근한 말투로 설명하고 있으니, 이 분야에 초입자라면 한 번 훑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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