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역사 1 - 로마 제국부터 천 년까지
필립 아리에스 외 책임편집, 폴 벤느 엮음, 주명철 외 옮김 / 새물결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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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보편적이고 사건 중심의 역사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이런 책이 나오게 된 것을 무한히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이 책에 뒤비와 아리에스가 참여하고 있으며, 또한 이것이 현대 프랑스 사학의 결정판이라는 점도 관심을 증폭시켰다. 물론 번역을 맡은 주명철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 크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드는 생각은 역시 역사란 최대한 구체적으로 복원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런 자료들이 왜 이전에는 그렇게 뭉뚱그려졌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로마 제국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출생률과 피임부터 그 당시의 풍습과 결혼, 부부의 통념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뇌물과 체면, 자선제도와 귀족의 시민정신 등 미시적인 부분을 싹 훑고 있다. 노동과 세습재산과 같은 사회의 중심적인 문제부터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까지 모두 말해주고 있다는 말이다. 중세와 비잔틴 제국까지 설명되어 있는 1권은 여하튼 서양사의 집대성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만큼 많은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 내용상 한 번 읽으면 기억에 잘 남는 것들이 많아서 역사 교과서로 채택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엇보다 큰 의미는 더 많은 역사의 구체적인 복원이라는 점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방대함과 꼼꼼함 때문에 꼭 소장하고 싶은 책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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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지성자연사박물관 3
손성원 글, 최병진 사진 / 지성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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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무슨 생각이었는지 백과사전 속에 있는 박쥐를 찾아보겠다고 엄마에게 산에 가자고 졸랐던 적이 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심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책을 매우 진지하게 읽었다. 사실 박쥐는 TV가 아니면 주변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이 책은 그래서 박쥐의 특성, 예를 들어 젖먹이 동물이라는 점, 그 조상, 생김새, 종류 등을 잘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나는 박쥐가 항상 어두컴컴한 동굴에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인가나 고목속, 바위틈에도 집을 짓고 산다고 한다. 게다가 그 먹이감도 곤충, 동물, 과일 등 다양하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정말 흡혈박쥐도 있다는 점이다(사람의 피가 아닌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삶). 여하튼 재밌다. 이 책은 아마 빛과 사람을 피해만 다녔던 박쥐를 그림으로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그 점만으로도 흥미로울 것이다. 게다가 책의 말미에서는 박쥐를 직접 관찰하러 가자며 장비와 주의사항 등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옛날 생각 때문에 매우 마음이 동요되었다. 관심있으신 분은 연락 바란다. 같이 박쥐를 만나러 가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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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 - 심재한 박사의 양서류 이야기
심재한 지음 / 다른세상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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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든 가장 멋진 사람은 자신의 세계관과 꿈이 뚜렷한 사람일 것이다. 적어도 그 꿈이 진지하고 확고할 때에만에 세상에 대한 애정도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작지만 상당히 압축적인 이 책에서 저자의 글이나 사진은 개구리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드러낸다.

물론 양서류, 파충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다 보니 어조는 학술적이고 꼼꼼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사진이나 자료는 정말 매일 개구리만 생각하며 살았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하기 때문이다(심지어 표지에 나와 있는 저자 소개에서도 그는 개구리가 프린트 되어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다). 옛날에는 나 역시 곤충이나 식물, 그리고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흥미를 느꼈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면서, 또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개구리 같은 것은 전혀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아마 도시에서 자란 20대 이하의 학생들은 이 책으로만 개구리를 접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이 책에는 우리가 해부용으로 쓰곤 했던 개구리의 자연 본래 모습이 잘 설명되어 있다. 한 번만 읽으면 개구리 박사가 될 정도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책 마지막에 소개되어 있듯이 오염으로 인한 기형 개구리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전에 다른 곳에서 들었는데, 개구리가 살지 못하면 인간도 살지 못한다고 한다. 파괴되어 가는 자연환경 속에서 개구리가 다시 보고 싶다. 책 속에서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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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 혹은 없어짐 - 죽음의 철학적 의미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8
유호종 지음 / 책세상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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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죽음의 의미는 자신의 성찰에 있다고 본다. 물론, 타자의 죽음이든 자신의 죽음(완전히 죽는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볼 수 없으니, 자살의 실패와 같은 경우)이든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직시할 수 있는 어떤 문제제기와 판단의 장을 보여준다. 즉, 그것을 마냥 두려워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삶을 분명히 하자는 이면의 주장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썼다고 해서 마냥 죽음을 관조적으로 사색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제기하는 개인과 사회적 문제에서 시작하여, 의식의 소멸문제와 같은 첨예한 논제가 일단 앞부분에서 소개된다. 이것은 (현대) 철학적 논의를 쉽게 풀어쓴 것으로 흥미를 돋궈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책 중반에서는 죽음의 가치를 내재적 가치와 비교적 가치로 나눠 살펴보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인간이 언제 죽는지의 문제와 죽음의 존재적 의미, 실천적 의미를 이야기한다. 사실 살아있는 문제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선택은 바로 죽음을 넘어서 있거나 죽음과 같이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해서 진지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 상대자가 되어준다. 죽음을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 고민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의 생각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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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서구의 충돌 - '한국적 근대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역사문제연구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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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런 주제로 이렇게 쓰여진 책이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근자에 출판이 되었다니 기쁘기 그지없다. 이 책은 정말 다양한 필자들이(현직 교수에서부터 건축가까지. 그리고 철학에서부터 법학, 종교, 미술, 음악까지) 한국의 근대성 형성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즉, 그 과정에서 우리의 주거문화나 가족구조의 변화, 성의식의 변화, 미술의 서구화, 소비생활과 패턴의 변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더듬고 있다. 그리고 음악이나 의학, 법, 종교에서의 변화도 살펴보고 있다. 게다가 '황색 피부 하얀 가면'을 단 논문처럼 식민지성의 문제도 고찰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전통이 서구의 근대성 속에서 어떻게 변이되었으며, 그것을 복구하는 작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전통이 그냥 전통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통의 계승 작업이 우리의 정신의 본원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잡종과 변이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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