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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증명
고바야시 히데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책이 일단 독자에게 하나의 의미로 다가오려면 흥미가 있고 재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재미와 흥미는 무조건 쉽고 웃긴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논하는 분야에 대한 저자의 깊이와 독자의 깊이가 서로 공명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긴장일 것이다. 이 책 '고흐의 증명'은 그런 긴장이 매우 빼어난 책이다.
나 역시 고흐가 현대 화가들 가운데에서는 워낙 카리스마적인 인기가 있다 보니, 그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가운데 단연 압권이다. 일단 책 자체가 추리의 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흡입력이 굉장하다. 게다가 그 추리의 방식 자체가 이전에 고흐를 회상하는 류의 책들과는 확연히 단절되며, 과정 역시 매우 꼼꼼하다. 다음으로, 이런 추리의 방식과 과정이 저자가 고흐를 얼마나 열망하는지를 보여준다.
즉, 저자가 고흐의 그림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는지를 보여주며, 더 나아가 그의 영혼과 고흐의 영혼이 서로 교감하는 지점으로 독자를 이끌고 들어간다. 그래서, 단연 압권이다. 저자는 고흐의 자화상 속에서 팔레트, 고흐의 얼굴, 또 고흐의 눈을 보면서 '진짜' 고흐를 찾는다. 즉, 자화상 이전의 진짜 고흐를 찾는다. 그 작업은 엄밀하다. 얼마나 엄밀한지는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나는 이 책은 고흐보다 더 고흐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또 갈망하는 저자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 속에 있던 고흐를 다시 생각할 것이며, 더 나아가 고흐의 그림이 남긴 강렬한 터치와 순간의 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기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이다. 고흐의 그림을 다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