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사회
브라이언 터너 지음, 임인숙 옮김 / 몸과마음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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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넘어 탈근대가 제창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관심의 소재가 된 것은 몸, 감성, 광기와 같은 것들이다. 즉, 이성의 동일성은 실재로 세계를 지배하거나 강압하는 방식으로 세계 '바깥에' 있지만, 몸은 세계 '안에'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철학에서 먼저 몸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 책은 사회학에서 몸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책이다. 국내에는 비슷한 종류의 책이 없는 만큼 가치가 높다.

저자인 브라이언 터너는 사회체제의 다양한 차원들인 가부장제, 의료체제, 그리고 정치적 역사적 경제적 체제들을 통해서 몸이 형성되고 작용하는 방식을 논의한다. 이 시대를 움직이는 생산과 통제, 그리고 욕망이 모두 몸에서 출발하고 귀결되다보니 그의 논의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가 제시하는 역사적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오늘날의 사회는 초월적인 세계가 아니라 내재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푸코와 니체, 베버를 모두 아우르는 그의 지식과 글솜씨가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모든 사회변동과 체제변화, 그리고 이성의 작동과 욕망의 움직임 등이 묻어있는 흔적으로서의 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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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과학 - 과학은 대중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가
제인 그레고리 외 지음, 이원근 외 옮김 / 지호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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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학파의 블루어를 중심으로 과학의 사회적 구성주의가 생겨난 이후에, 그들의 주장은 많은 논의를 일으켰고, 여하튼, 과학기술의 사회적 통제와 조정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 책 역시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STS는 막연하게 대중과 과학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조직과 정책, 그리고 과학자 집단과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의 인식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인식의 변화란 과학기술에 사회가 적응하기 보다는 그것을 사회와 인류에 당위적인 방향으로 구성해나가는 적극적 실천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도 지금 많이 방영되는 과학 대중화 프로그램과 여타의 과학 대중화 관련 모임은 오히려 과학적 지식의 소통과 공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과학과 기술에 대해서 아는 차원을 넘어서, 그것이 사회 구성원 전반의 합의를 거쳐 필요한 것만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먼 게놈 프로젝트나, 유전자 조작 등은 과학자 집단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인류 전체가 합의를 통해서 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말이다. 사실 과학자 집단도 기술만 발명하지 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들의 동기가 자본의 논리 속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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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와 넓이 4막 16장 - 해리 포터에서 피버노바(FeverNova)까지
김용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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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이승환 교수님과의 대담(?)집을 읽고 난 후에 저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저자의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책 자체가 참 특이하다. 저자의 말 그대로 관객 참여를 위한 아고라(agora)를 만든 느낌이다. 그가 철학자이면서 문화와 관련된 부분을 전공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나는 책의 첫머리 나오는 '혼합의 시대'에 관한 그의 정의부터 꼼꼼히 읽었다. 중간중간에 그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들도 잘 훑어 보았다.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재밌다.

비유하자면, 마치 홍세화 선생님이 수십년을 조국과 단절된 채로 살다가 갑자기 등장했던 것과 비슷한 아우라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계속 읽어나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지루해지는 감도 있다. 저자가 다방면의 소재를 융화하려는 것에는 감탄했지만, 그 이후에는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다. 즉, 나의 생각으로는 '깊이'가 '넓이'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저자의 책이 많이 출판되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좀 더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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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의 어제 오늘 내일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7
이종희 지음 / 책세상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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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동기는 두 가지였다. KINO에서 중국 4세대 감독들과 5세대 감독들에 대한 글을 자주 접하면서 호기심을 키웠다는 것.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가본 유일한 이국은 중국이었다는 것. 그러나 나는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도 아니고, 중국과 관련있는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다. 다만 취미생활로 이 책을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쉽게 중국영화의 보편과 특수을 꿸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4세대 감독들이 5세대 감독들과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였다. 즉, 그들의 정체성과 문제의식의 차이점을 알고 싶었다. 이 책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장이모와 천카이거의 '붉은 수수밭'과 '패왕별희'를 통해서 그들의 '민속의식'을 포착해낸다.

아직은 자본주의 속에 있다고 할 수 없는 중국의 내면을 영화를 통해서 알아보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이 이 책과 중국영화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을 느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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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대를 말한다
야마다 카즈오 지음, 박태옥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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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젠슈테인의 '폭군 이반'(1946)의 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얇지만, 재미있게 영화사를 정리하고 있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영화가 세상을 재현해내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뤼미에르 형제, 로베르토 비네, 조르주 멜리에스, 테오도르 앙겔로폴로스, 장 르느와르, 스티븐 스필버그, 클로드 베리 등 감독의 이름과 그들의 영화는 곧 실제하는 사회에 대한 동시대인들의 성찰의 이마쥬였고, 또 그를 극복하려는 희망의 투영이었다. 영화가 예술로 정립하는 과정에서 사회상의 변화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세계사와 영화사는 어떻게 얽혀 있고, 그 물질적 기반은 어떻게 서로 섭동했을까?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에 있는 짧은 대답을 옮겨보면 이렇다. '비스콘티는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 다양한 사물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나를 영화로 이끌었다'고 회상했고, 로셀리니는 '조사와 기록으로 시작하라. 그런 다음 극적인 모티브로 나아가라. 다만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그 유기적 일체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그렇다. 영화가 언제나 같은 스토리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알도록 하는 것. 타인 속에 있는 자신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임을 가르쳐야만 한다'고 강조한다'(167-168쪽). 어떤가? 영화의 위상이 드러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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