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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멈 코리아 - 외국인 비평가의 눈에 비친 한국.한국인.한국문화
스콧 버거슨 지음, 안영상 옮김 / 자작나무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발칙한 한국학'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솔직히 이 책이 스콧 버거슨다운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글자가 너무 크고 여백이 많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톡톡 튀는 재미는 어쩔 수 없다. 사진들도 재밌는 것이 많고, 그가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외국인이 한국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국인이 한국을 물구나무 서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처럼 이런 주변적인 것을 보는 한국인이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우리에게 친근했던 것들이 이상하게 하나씩 박리되어 나가고, 그런 것들에서 우리는 다시 스스로를 되새겨 보게 된다. 너무 고상하거나 너무 기만적이지 않는 뉘앙스로 그냥 혼잣말하듯이 터져나오는 그의 중얼거림은 그래서 귀담아 들을 수 있다. 미국은 이런데 한국은 이것밖에 안되냐고 했으면 분명 아무도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스콧 버거슨이 그런 의도를 교묘하게 위장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오히려 그는 살아있음과 존재 자체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있고, 그런 바탕에서 미세한 삶의 주변들을 건드리고 있다. 그래서 딱히 한국이 그에게 외국이기 보다는, 하나의 이상한 공간인 것이다.
미국이거나 한국이거나 하는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예컨데, 162쪽부터 나와있는 담배에 대한 그의 설명을 보라. 웃기지 않은가? 후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의 책이 매력을 가질 수 있고, 또 저자 자신이 매력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의 작지만 쉴새없는 생각들 때문이라고. 그런 생각과 상상들, 그리고 소통이 그의 이야기에 우리가 집중하게끔 만든다. 스콧 버거슨과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맥시멈 버거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