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본 미래문명
데이빗 하켄 지음 / 사군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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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 민족지학자'(30쪽)가 뭐지? 이 책에서 저자는 원제가 'Cyborgs@Cyberspace: An Ethnographer Looks to the Future'인 만큼 미래사회에서 사이버 공간의 등장에 따른 변동 양상을 논의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컴퓨터 혁명은 뭐 다른 책에서도 많이 논의하는 것이니까 알아들을 수 있다. 예킨데, 직업의 종말, 자동제조의 종말, 그리고 좀 극단적으로 인간 사회의 퇴보 혹은 완전한 초월 등은 수긍하진 않더라고 이해할만한 주장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민족지에 대한 접목은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저자가 아무래도 인류학과 교수이다보니 이게 핵심인 듯 한데, 잘 모르겠다. 그의 글에 따르면, 민족지는 '특정한 인간의 집단과 표상의 독특한 현장에 관한 연구'(92쪽)를 말한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사이버 공간과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는지는 참 모호하다. 가만히 읽어보니 역자 역시 그 민족지 개념에 대해서 난해하고 중복된 점이 많았다고 실토한다(13쪽). 그래서 불필요한 글들은 생략하여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단다(같은쪽). 과연 그럴 수 있는 것인가? 원저자의 글이 아무리 부족하더라도 역자 마음대로 그렇게 편집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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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 재벌을 해체하듯 대학을 해체하자
김동훈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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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용감하게 이런 책을 내어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출판계에는 인신공격적 비판이나 주례사식 비평은 쓸데없이 많아도 독자와 저자 사이의 공경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감사의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저자인 김동훈 교수님의 이 책은 출판당시 미디어의 포커스 속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는? 변한 것은 없다. 물론, 이런 소신 있는 비판과, 또 소신 있는 대학 총장, 소신 있는 대학생들도 우리나라의 대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어 왔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아니, 거대한 학벌사회가 그 문제들을 덮어버린다. 그러면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체제만이 지속되고 재생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비판자들이 좀 달라져야 한다. 한 번 했던 방식으로 체제가 변하지 않는다고 단념하면 안된다. 그냥 포기하면 안된다.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여도, 이미 그것은 알고 시작했던 일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방식을 바꿔서 다시 체제와 부딪혀볼 필요가 있다.

나는 기존의 비판이 가지는 문제점이 일단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학벌사회를 지탱하는 미시적 개인들, 즉 SKY 동문들의 연줄망과 그들이 유지시키는 입시체제를 적절하게 공략해야 한다고 본다. 막무가내로 덤비면 그들은 기득권을 중심으로 더 뭉친다. 그렇다면, 국지적으로 설득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게릴라전이 필요하다. 둘째로, 학벌사회의 문제를 너무 앞뒤 생각해보지 않고 제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비판 자체가 학벌사회를 공고히 한다.

즉, 그들이 SKY를 외치며, 그것이 문제라고 각종 통계를 보여줄 때마다 사람들은 더 SKY를 출세의 관문으로 여긴다. 역효과란 말이다. 그러니 비판을 하려면 효과와 대안을 확실히 준비하고 외쳐야 한다. 정말 바꾸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좀 더 철저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대학생이다. 오늘도 공부를 하고 왔다. 그리고 나와 같은 학생들과 직접 부대끼고 있다.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공부한다. 무슨 공부냐고? 많은 사람들이 별종으로 보겠지만, 나는 내 전공인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한다. 그 책을 읽는다. 하루 종일. 한달 내내. 학벌사회를 비판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여. 너무 부풀리지 마라. 내 주변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니 인문학, 이공계의 위기가 왔다고 하기전에 먼저 살펴보라. 분명 그 학문을 죽도록 재밌어하며, 또 그것을 위해 하루 종일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을 칭찬하라.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그들을 집중 조명하면, 위기는 거품이었음을 보일 것이다. 작은 균열도 스스로 아물 것이다. 그러니 비판가들이여! 우리가 먼저 똑똑해지자. 원래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열정적인 소수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학문을 이끈다.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너무 바보처럼 대응하고 있다.

지금 당장 달려가보라. 전국의 각 대학에서 지금도 도서관의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고시공부가 아닌 전공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의 열정에는 서열이 없다. 그들만 외면하지 않는다면, 우리대학은 문제 없다. 대학이 망해야 한다고? 대학은 바로 이렇게 공부하고 싶어서 들어온 소수들이 있는한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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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호수 2004-06-0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사람이 깨긋할지라도 자신의 주거지가 더럽다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멀리할것이라는 것을...
 
60억번째 세계 시민에게 보내는 편지
코피 아난 외 14인 지음, 이창식 옮김 / 들녘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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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60억번째 생명이 태어난다는 사실에 대해서 당시 각국의 지성들과 작가들이 그 아이에게 보내는 메세지 형식으로 쓴 글을 담고 있다. 사실 그 메시지는 지금까지 인류의 근대사에 대한 회고와 반성이며, 또 (그 당시에) 코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세기에 대한 가슴 설레는 전망, 다짐, 그리고 연대를 호소하는 글이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인류는 이제 정말 세계시민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장벽은 있다. 정치적인 장벽은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경제적인 장벽은 평등과 복지의 구현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인류에게는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많으며, 또 인류 스스로 그 문제들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그런 희망이 정말 가까운 미래에는 이뤄져서 60억번째 세계시민은 축복과 지복을 누리는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다짐을 재확인하고 갈등과 반목에서 화합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작고 얇지만,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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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성 성격장애 이상심리학 시리즈 20
김정욱,한수정 지음 / 학지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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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심리학 시리즈를 꾸준히 읽고 있다. 원래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주로 인지심리학과 사회심리학에만 치우쳐 있었는데, 이번 기회로 이상심리학을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 '연극성 성격장애'는 아마 이 시리즈 가운데에서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경험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게서 가치를 찾지 못하고 남들에게서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을 꾸미는 사람들이 그 대상인데, 흔히 말하는 애정결핍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이 성격장애의 특징은 마치 연기를 하는 듯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는 외모, 이성에 대한 유혹, 감정의 기복이 크고, 의존욕구와 애정욕구가 크고, 반복적인 시기와 질투, 충동, 과잉일반화, 부정적인 내현적 자기개념 등이 있다. 이외에도 상당히 폭넓게 설명되어 있는데, 개념은 어려워도 설명이 쉽기 때문에 읽기가 편하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발생원인과 치료도 잘 설명되어 있다. 특히, 정신역동이론, 인지행동이론, 밀론의 생물사회학습이론 및 진화이론으로 설명한 발생원인에 대한 부분이 잘 요약되어 있다.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으며, 또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는 더 연구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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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9
정기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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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진보로 사이버 세상이 또 하나의 공간을 창출한 지금, 인간의 정체성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하나의 역운처럼 '아바타'란 것이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이 책은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을 전공한 저자가 가상세계와 가상인간의 지위와 정체성 문제를 논하고 있는 책이다. 그것의 특징과 구분 등을 다양하게 이야기하는데, 특히 주목할 부분은 데카르트의 꿈 논증(악신의 가설), 크립키 논변, 통 속의 두뇌 문제, 괴델의 정리 등이다. 이 속에는 바로 기술의 진보에 의한 물적 변화가 근대적 주체를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켰다는 사회적 배경이 있다. 이제 이 문지방을 넘으면 지금까지의 철학적 정체성은 상당히 흥미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돌아오지 못할 인식론, 존재론적 문턱을 넘는 것이다. 나의 짧은 공부로는 보론에 실린 프로그램 이론을 이용한 논리적 증명은 잘 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재밌는 책이었다. 다만, 출판사에서 왜 전량 회수를 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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