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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 지음 / 김영사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수능이 끝나고 만점자와 수석 학생들이 나온후 출판가에는 위의 책과 같은 상업성을 띤 책들이 나온다. 이런 류의 책들은 으레 한철을 잡기 위해 특정한 독자층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수학능력고사라는 우리의 입시제도가 가진 문제점들 속에서,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던져진 임무수행교본이라고나 할까?
특히, 장승수씨의 이 책은 그가 평범한 IQ에 내신5등급이고 막노동까지 하면서 공부했지만, 결국 고교 졸업 6년만에 서울대 수석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억압감과 거부감을 나에게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 책의 미덕은 곳곳에 있고, 나 역시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출판사의 상술과 광고가 안타깝고 슬프다. 이 책을 억지로 읽어야만 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요로서 읽히는 책은 저자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저자와 같은 노력파에겐 '무엇에', '왜' 노력을 해야하는지 열정과 노력이 나온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와 같이 공부에 대한 흥미를 모든 학생이 다 가질 수는 없지 않는가!
나는 이미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이기 때문에 이렇게 서슴없이 비판하는 것은 어쩌면 무례한 것일 수 있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에는 한 등수라고 더 올리기 위해서 애를 썼으며, 수능을 치던 날 온갖 정신을 집중시켜 한 문제라도 더 맞출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제도의 틀 안에서 이런 책을 비판한다는 것은 가혹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비판하는 것은 저자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이 책을 뒤늦게 읽었지만, 책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우며, 또 사람을 책 속으로 몰아넣는 흡입력이 있다. 그리고, 수능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공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잘 제시되어 있다. 나 역시 그의 책을 읽고 재수를 꿈꿨을 정도로 많이 배웠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왜 제목이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저자의 의도가 아닌 출판사의 의도였을지라도, 저자는 고등학교때 공부를 곧잘 했으며 재수와 삼수를 하던 가운데도 꾸준히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였다. 이런 것은 명백히 저자에게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해서,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도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하나의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이러한 요소가 책이 많이 팔릴 수 있는 장점은 되었겠지만, 독자들에게 미덕으로 다가오지는 못한다. 이 책을 읽고서도 여전히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성적이 안오르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특별한 케이스인가? 아니면 이 책을 쓴 저자가 특별한 케이스인가? 저자가 고생을 많이 해서 좋은 성적으로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 그렇게 저자처럼 되는 것을 영웅 대접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질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은 보이지 않은 이 사회의 가치질서와 계급질서를 강요하는 것 같아 그 많은 미덕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읽히는 것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