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
데이비드 제인 지음, 유승은 옮김 / 이두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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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카프카? 난 이 한권으로 통달했다. 좀 건방지게 들릴지 몰라도 이 책은 상당히 잘 된 책이다. 그림의 이마주도 물론이거니와 (상당히 카프카적인 그림이다. 그를 이해하는데 빼어난 도움을 준다), 저자는 카프카를 상당히 잘 아는 인물인 것 같다.

마니아가 아니라면 도저히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 얇은,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책을 가지고 그전에 읽었던 카프카의 주요 작품을 손에 잡히듯이 쉽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카프카를 꽤 좋아했고, 그의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는데, 이 책은 실제로 카프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 보통, 그림으로 된 책은 소설의 상상력을 상쇠시킨다고 하지만, 이 책은 틀리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내가 이렇게 격찬하는 이유가 있다. 대학교 1학년때, 독서회 동아리에 들었다. 그런데, 그해 처음으로 같이 토론한 작가가 카프카였다. 난, 여러 책을 읽고도 답답해하다가 이 책 한권으로 핵심을 간파했다. 그리고 당일 좌중을, 그 쟁쟁한 선배들의 입에서 칭찬이 쏟아지도록, 그곳을 휩슬었다.

보통 이두 아이콘 총서는 몇 권들 읽어봤겠지만, 이 책은 좀 틀리다. 여느책과 달리 그 아이콘 총서의 출판형태와 완벽히 호응하는 책이란 말이다. 카프카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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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스트로 패턴으로 현대의 지성 95
김영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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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당히 기이하다. 철학책이라 하기에는 논증이나 주장하는 바가 없다. 차라리 성경과 같다. 처음부터 다짜고짜 '태초에 컨텍스트가 있었다'라고 시작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책을 자세히 읽어나가다보면, 어떤 구조를 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목이 제목인것처럼,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주장한 패턴 개념을 김영민 교수가 그의 독창적인 작업으로 체내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4년쯤 전인것 같다. 나는 이 책을 그때 읽었다. 왜냐하면 김영민 교수님이 학교에 강연을 하러 오셨는데, 그때 질문이라도 하나 하기위해 그의 책들을 읽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참 신기했다. 그는 철학자라 하기엔 너무나 독창적인 작업들을 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열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존경스럽다)

예컨데, '기지촌 지식인'과 같은 요어는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그리고, 가끔식 그의 논문을 엄격한 학회지에서 만나면 뭐랄까?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느낀다. 글쓰기와 논문형식에서 자유로운 그의 글은 그런 이마쥬이다. (김영민 선생님의 책을 몇 권 읽어보셨다면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그리고, 저작 역시 그것을 의도했으니까)

너무 주변적인 이야기가 길었다. 그러나, 김영민의 맥락을 알지 못하면, 그리고 김영민의 철학적 작업의 방향을 알지 못하면, 이 독창적인 작업을 이해할 수 없다. 갑자기 선생님의 그 나즈막하고 어눌하지만, 순진한(?) 그 눈동자가 기억난다. 4년이나 지났는데... 오늘밤엔 그의 책이나 다시 한번 훑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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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들의 체계
탈콧트 파슨스 지음, 윤원근 옮김 / 새물결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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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콧 파슨스는 아시다시피 전후 사회학을 평정해버린 대학자이다. 비록 미국의 보수주의적 성향을 대변했다는 비판과, 이론의 도식으로 세상의 모든 가능한 현상을 끼워맞추려 한다는 결정적인 비판을 받긴 했지만, 지금도 다시 부흥하려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그의 영향력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아마 사회학을 전공하시는 분이 이 책에 관심이 있으시겠지만, 이 책을 구입해서 읽은 학생으로서 다소 어려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사회체계가 문화체계, 인성체계, 행동유기체와 더불어 보다 넓은 일반 행위체계의 한 구성요소로 간주된다는 그의 지적처럼, 이 책은 그의 유명한 AGIL도식과 같은 것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이론을 검증하고 확이하는 책이다.

따라서 파슨스를 그 개념부터 공부하시려는 분은 다른 책을 보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역자의 지적처럼, 그의 책이 한국에서는 거의 번역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서를 보셔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파슨스를 배운적이 있는데, 그의 이론은 워낙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이론틀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원서값이 너무 비싸 아직 책을 사진 못했지만... 그런데, 이 <현대 사회들의 체계> 역시 너무 비싼게 아닌가 싶다. 번역이 그리 어려운 문장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는데... 여러분의 견해는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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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 현대사상의 모험 5
장 보드리야르 지음, 하태환 옮김 / 민음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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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선생님이 TV에 나와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화이트헤드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서양철학사는 플라톤 철학의 각주에 지나지 않는다고. 물론, 나는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에 상당히 공감한다. 특히, 그가 아직도 스콜라철학의 가능태 개념을 사용한다는 점(그것도 생물학적인 이마쥬를 팍팍 떠올리게 하면서)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아울러, 화이트헤드의 위의 지적은 옳다. 적어도 철학사를 조금 아는 분이라면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길항의 과정이라고 수정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플라톤은 마치 서양사를 기독교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절대적이었다.

플라톤 철학은 알다시피 영원불멸의 이데아계를 긍정하고, 현실계의 판타즈마와 시뮬라크르와 같은 찰나적인 것들을 부정했다. 가치-존재론적인 등급이 영 하위의 것들이었던 것이다. 왜? 그것은 영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다로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기술문명을 등에 업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곁에 두고 세상은 바뀌었다. 담론과 언표(혹은 미디어), 가상공간 속에서 우리들은 끊임없이 살아간다. 전자결제를 하며, 증시를 확인하고, 미디어를 비평한다. 이것들은 플라톤이 보기에 전혀 존재론적 실제가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세상이 뒤바뀐 것은 아니다. 비록 기술문명이 우리의 감각과 우리의 행위를 조금 더 신기루와 같은 것으로 착색시키기는 했지만,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보부르 효과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렇게 다른 이론이 만들어져 있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라. 진리란 무엇인가? 아니 그것은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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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지혜가 드는 창 6
진중권 지음 / 새길아카데미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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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떤 이유에선지 호프스태터의 GEB를 생각나게 한다. 물론 구성이 닮아있는 점은 확실히 그 증거가 되는데, 책의 내용을 곰곰히 훑고 지나가고, 자기-언급(self-reference)적인 구조의 언급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샀었지만, 솔직히 아래의 서평들에 적힌 것처럼, 미학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깊이있지 않다. 구성 상의 의도였던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야기의 범위가 상당히 넓고 전체적으로 응집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이 책의 단점이 될 수 있겠다. 나의 생각으로는 아마 진중권 선생님의 미학에 대한, 혹은 그보다 폭넓은 자신의 학문관에 대한 시선을 따라서 서술된 것 같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교양 수준을 필요로하는 독자에겐 충분한 해갈이 될 듯 하다. 호프스태터의 이야기 축이었던 에셔의 자기 언급하는 그림처럼, 진중권 선생님은 에셔와 마그리트의 그림을 상당히 많이 첨부했다.

이것은 결국 이 책의 통일성을 흐리게하는 (즉, 미학적인 관점을 흐리게하는) 부정적인 역할도 했지만, 어떤 관심사와 전망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다소 긍정적이었다. 내가 관심이 있어서 그럴까? 자기-언급의 논리틀은 상당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학에서 그런 것은 들어보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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