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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를 수 있는 권리 - 개정판
폴 라파르그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적 공간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제약이다. 아니 차라리 그 제약을 알고 그에 적응하는 것이 우리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훌륭한 사원이고 되고 똑소리나는 주부가 되는 것이다. 국가나 자본주의, 세계체제와 같은 거대구조의 통제가 그렇듯이, 시대의 에피스테메가 가지는 이데올로기적 성질이 그렇듯이, 일상의 미시적 공간도 철저하게 나와는 박리되어 있다. 라파르그는 그것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래도 자본주의가 지금처럼 교묘하진 않았던 시대, 즉 자본주의가 익숙해지지 않았던 시절 여기에 두드러기를 일으켰던 우리 조상들의 고투를 배경으로 라파르그는 맑시즘의 의미를 다시 보여준다. 그것이 어째서 영원한 우리의 화두인지를 보여준다.
우리의 작업장과 일터는 더욱 각박해지고, 우리의 여가는 작업장의 일들을 보충하는 시간과 장소가 된다. 아니, 차라리 여가 자체가 여가인 것처럼 교육받았던 것들일 뿐이니까, 그나저나 별반 차이가 없다. (예컨데, 지금 여가로 공인된 놀이들 대다수가 나는 재미없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찾고 싶은 것처럼, 본연의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처럼, 더 절망스러운 것이 지금의 일상이다. 복원을 말할 것이 없는 우리의 공간처럼, 실천도 없는 것이 지금의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