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읽다가 좋은 부분이 있으면 그 페이지 끝단을 작게 접어놓는 버릇이 있다. 많은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생긴 작은 버릇인데, 특히 시집을 읽을 때는 유용하다. 시란 것이 여러번 읽고 되새겨봐야 그 의미가 잡히는 것이기 때문이다.백무산의 세번째 시집 <인간의 시간>에는 유독 접어놓은 부분이 많다. 이 시집을 산 후 순식간에 읽어내렸고, 또 많은 시들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집을 지금 다시 꺼내들었다.나는 박노해를 통해 노동문학을 알았고, 백무산을 통해 노동문학으로서 시를 알았다.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문학 역시 실천을 수반하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식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을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피해야 한다면, 문학 역시 하나의 가상과 상상으로서 부유하는 것을 궁극적으로는 피해야 한다. 시대상을 반영하고, 당대의 질곡들을 담지하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실천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은 간접적이어도 된다.그러나 백무산은 직접적이고 굵직하다. 그래서 그의 시는 시적이지 않고 오히려 처절하다. 내가 당신의 시에 대해서 회답하는 길은 그 목소리를 잊지 않는 것임을 안다. 외쳐야 할 곳에서 당당하게 소리지르는 것임을 안다. 시인이여, 당신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