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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 존재의 함성
알랭 바디우 지음, 박정태 옮김 / 이학사 / 2001년 6월
평점 :
'들뢰즈-존재의 함성'은 우선 사족과 같은 이야기를 하나 붙이자면 그 디자인이 맘에 든다. 뭐, 보통 책은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요즘과 같이 이미지가 중요한 세상에는 (가령, CF를 보라) 책 역시 외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값은 약간 비싸 보이나, 책의 크기가 유럽의 책만한 손에 쥐기 좋다는 점도 맘에 든다. 단, 내용에 있어서는 역자의 상세한 해설과 주, 그리고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에 대한 소개가 좋긴 하지만, 또 본문에 비해서 너무 방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얼마전 이진경 선생님과 이정우 선생님이 이 책에 대해서 신문을 통해 짧게 대담을 했던 것처럼, 바디우를 부각시키고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게 소개된 들뢰즈에 대한 좋은 보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는 물론 들뢰즈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디우의 저작은 이종영 선생님의 번역으로 '철학을 위한 선언'이 나와 있지만, '존재와 사건'의 부기와 같은 이 책만으로는 그의 사상을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적절하게 들뢰즈를 통해서 바디우로 넘어가는 좋은 교량을 마련해주고 있다.
즉, 바디우의 주적인 '존재와 사건'이 번역되면 바디우를 통해서 들뢰즈를 비판하고, 바디우만의 독특한 플라톤주의와 그의 수학적 기반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생길 것이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들뢰즈-존재의 함성'에 관한 내용은 쉬운 책은 아니다. 적어도 '차이와 반복', '의미의 논리', '영화1, 2'는 숙독해야지 그의 비판에 대해서 스스로 입장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바디우의 비판이 정당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역자의 말처럼, 그가 부록으로 첨부한 글들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들뢰즈 연구자에게 여러모로 행복한 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