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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구독의 시대 - AI 구독경제가 만드는 멤버십 계급사회
전호겸 지음 / 베가북스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결제 취소 한 번으로도 흔들리는 미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책

[추천 독자]
-OTT, 쇼핑, 음악 등 여러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 중인 사람
-AI 기반 서비스와 기술 변화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사람
-삼성·LG·테슬라 등 대기업의 미래 전략을 읽고 싶은 산업관찰자
-자신이 멤버십 소비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체감한 사람
-기술은 편리하지만 그 이면의 구조적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
소유에서 경험으로 우리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 이제 구독경제는 단순한 정기 결제를 넘어 AI가 결합되어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취향을 반영하며, 때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해 먼저 필요한 것을 제안하는 맞품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p11
오히려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 쉬운 구조다. 기존의 강력한 AI 모델을 활용해 후발 주자가 학습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수하게 생성형 AI가 단독 창작한 결과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물론 내가 학습시킨 내용이 사라지는 것은 단점이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성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 구독 취소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p31
구독 경제는 단순한 혜택 제공을 넘어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다. -p135



『강제 구독의 시대』를 읽기 전까진, 나도 구독이라는 단어에 별 경계심이 없었다. 그건 그저 편리함의 다른 이름 같았다. 더 빠르고,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월 정액 서비스. 쿠팡 로켓 배송,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전용 콘텐츠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 믿었던 구독이 실은 선택 아닌 구속이었다는 사실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전호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구독은 이제 상품이 아니라 계급이다." 월 3,900원을 내지 않으면 검색 결과에서도 밀려나고, 연간 요금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의 핵심 기능조차 제한된다. 어느새 우리는 더 많은 기능, 더 빠른 속도, 더 다양한 혜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돈이 아니라 구독의 유무가 되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교묘한 신분 시스템인가.
더 놀라운 건, 창작자이자 콘텐츠 생산자인 나 자신조차도 이 시스템에 이미 포획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브런치 구독자 수, 스레드 팔로워 수, 프리미엄 콘텐츠 전환율이 곧 영향력의 척도가 되고 한 번 들어온 구독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자신을 판매하는 공급자. 『강제 구독의 시대』는 이 이중구속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2장에서 소개하는 M7 기업의 락인 전략은 창작자라면 꼭 눈여겨봐야 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개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점점 더 헤어 나올 수 없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UX는 사용자를 보호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외부로 나가는 모든 통로를 막는다. 이제는 소비자도 창작자도 플랫폼 생태계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 전망서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구독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일종의 현대 생존 보고서다. 특히 나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SNS에 글 한 줄을 올릴 때조차, '이 사람이면 구독할 만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쓴다. 플랫폼은 바로 그 마음을 교묘히 이용한다. 이 책은 그런 구조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며 묻는다. "당신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시스템 안에서 소비되고 있는 자원이 아닐까?"
『강제 구독의 시대』를 읽고 나면, 더 이상 편리하니까, 가볍게 쓰니까라는 말로 구독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구독은 어느새 콘텐츠의 선택지가 아니라, 우리의 시간과 감정, 관계마저 가격표가 붙은 삶의 조건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에 소속되어 있나요?" 나는 이 질문 앞에서 한동안 멈춰 서게 됐다. 창작자인 나조차 더 구독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콘텐츠를 짜고, 타인의 관심을 설계하고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평을 많이 써오며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처럼 경제를 통해 정체성과 일상을 통째로 비춰주는 책은 드물었다. 구독은 곧 구속’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더 늦기 전에 이 구조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책을 덮은 뒤에도 남는 건 정보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구독이라는 구조 속에 길들여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