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먹을 때는 울지 않기로 해 - 류라이 길티플레저 에세이
류라이 지음 / 자크드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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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웃으면서도 눈물나는 하루를 견디는 사람을 위한 책



[추천 독자]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은 사람
-SNS 속 화려함 뒤에 감춰진 감정들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딸기처럼 무르고 부드럽지만 속은 단단한 여성들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글을 찾는 사람
-내 아이 혹은 동생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어른



나는 무엇이든 깊게 생각하지 않는, 방구석에서 혼자 영상을 찍으며 오직 SNS 안에서만 인터넷 속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일명 히키코모리다. -p23

이런 내가 익숙해져서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나'라는 것조차 불편하지 않다. 이제는 그사이 당연해졌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희는 어때? SNS 속 나의 모습을 보며 너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p145

"딸기, 안 질려요?" 아직은 안 질린다. 그리고 여름이 아니면 맛있는 딸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있을 때 먹어야지'라는 마인드로 열심히 먹고 있다. -p173

정말 부모님 말씀대로 틱톡과 SNS가 나를 바꿔 놓은 것일까? 사진에 보정 따위 쓰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영상이든 사진이든 보정이 들어가지 않으면 예민하게 굴게 되었다. 지금은 보정에 엄청나게 집착한다. 내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언제나 성형 전과 후의 마법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게시물들로 가득 차 있아. 하도 검색을 해서 알고리즘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p262

어떤 이유로든 많이 힘이 든다면 어쩌면 그것은 당신이 무언가를 잘 해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힘들어하는 만큼 끝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니 그냥 그 고통을 즐기면 좋겠다. -p321









『딸기를 먹을 때는 울지 않기로 해』는 한껏 무너진 감정의 자리에서 오히려 "살고 싶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책이다. 처음에는 그저 유명 틱톡커의 에세이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앞섰다.


팔로워 50만 명, 누적 접속자 3만 명이라는 숫자도 놀라웠지만, 더 궁금했던 건 그 숫자 뒤에 어떤 진짜 이야기가 있을까였다. 나는 틱톡을 하지 않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된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귀 기울이게 된다.


처음부터 기대가 큰 건 아니었다. 특히 나는 상처를 앞세워 감정을 소비시키는 서사에 다소 거부감이 있다. 과거에 '왕따 경험'을 공감 코드로 앞세웠던 누군가가 나르시시스트로 변모해 타인을 배제하고 조종하려는 모습을 직접 겪은 탓이다. 그래서인지 '왕따, 투병'과 같은 키워드를 본 순간, 솔직히 마음의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류라이 작가는 달랐다. 이 책은 누군가의 불행을 증명하려는 고백이 아니다. 그보다는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한 감정 하나쯤은 있다'는 전제 위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진심을 꺼내 놓는다.


딸기처럼 연하고 물러지기 쉬운 마음, 그 감정을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들려주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자기 연민에도 빠지지 않고, 억지 위로도 없다. 오히려 독자가 스스로 감정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정직한 글이었다.









'딸기를 먹을 때는 울지 않기로 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일종의 감정 사용 설명서 같기도 하다. 웃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슬픔이 남아 있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내일을 기대하게 되는 그런 마음의 균열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내 안의 상처 입은 기억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울과 무기력, 상처와 회복이 공존하는 이 책은 단지 어떤 틱톡커의 에세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감정 지도를 닮은 이야기다. 딸기처럼 달콤하고, 동시에 쉽게 으스러지는 누군가의 하루가 책 한 권을 통해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딸기를 먹을 때는 울지 않기로 해』는 끝내 울지 않기로 다짐하면서도, 마음 한가득 울림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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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구독의 시대 - AI 구독경제가 만드는 멤버십 계급사회
전호겸 지음 / 베가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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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결제 취소 한 번으로도 흔들리는 미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책


[추천 독자]
-OTT, 쇼핑, 음악 등 여러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 중인 사람
-AI 기반 서비스와 기술 변화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사람
-삼성·LG·테슬라 등 대기업의 미래 전략을 읽고 싶은 산업관찰자
-자신이 멤버십 소비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체감한 사람
-기술은 편리하지만 그 이면의 구조적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


소유에서 경험으로 우리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 이제 구독경제는 단순한 정기 결제를 넘어  AI가 결합되어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취향을 반영하며, 때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해 먼저 필요한 것을 제안하는 맞품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p11

오히려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 쉬운 구조다. 기존의 강력한 AI 모델을 활용해 후발 주자가 학습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수하게 생성형 AI가 단독 창작한 결과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물론 내가 학습시킨 내용이 사라지는 것은 단점이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성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 구독 취소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p31

구독 경제는 단순한 혜택 제공을 넘어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다. -p135










『강제 구독의 시대』를 읽기 전까진, 나도 구독이라는 단어에 별 경계심이 없었다. 그건 그저 편리함의 다른 이름 같았다. 더 빠르고,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월 정액 서비스. 쿠팡 로켓 배송,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전용 콘텐츠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 믿었던 구독이 실은 선택 아닌 구속이었다는 사실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전호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구독은 이제 상품이 아니라 계급이다." 월 3,900원을 내지 않으면 검색 결과에서도 밀려나고, 연간 요금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의 핵심 기능조차 제한된다. 어느새 우리는 더 많은 기능, 더 빠른 속도, 더 다양한 혜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돈이 아니라 구독의 유무가 되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교묘한 신분 시스템인가.


더 놀라운 건, 창작자이자 콘텐츠 생산자인 나 자신조차도 이 시스템에 이미 포획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브런치 구독자 수, 스레드 팔로워 수, 프리미엄 콘텐츠 전환율이 곧 영향력의 척도가 되고 한 번 들어온 구독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자신을 판매하는 공급자. 『강제 구독의 시대』는 이 이중구속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2장에서 소개하는 M7 기업의 락인 전략은 창작자라면 꼭 눈여겨봐야 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개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점점 더 헤어 나올 수 없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UX는 사용자를 보호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외부로 나가는 모든 통로를 막는다. 이제는 소비자도 창작자도 플랫폼 생태계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 전망서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구독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일종의 현대 생존 보고서다. 특히 나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SNS에 글 한 줄을 올릴 때조차, '이 사람이면 구독할 만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쓴다. 플랫폼은 바로 그 마음을 교묘히 이용한다. 이 책은 그런 구조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며 묻는다. "당신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시스템 안에서 소비되고 있는 자원이 아닐까?"


『강제 구독의 시대』를 읽고 나면, 더 이상 편리하니까, 가볍게 쓰니까라는 말로 구독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구독은 어느새 콘텐츠의 선택지가 아니라, 우리의 시간과 감정, 관계마저 가격표가 붙은 삶의 조건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에 소속되어 있나요?" 나는 이 질문 앞에서 한동안 멈춰 서게 됐다. 창작자인 나조차 더 구독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콘텐츠를 짜고, 타인의 관심을 설계하고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평을 많이 써오며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처럼 경제를 통해 정체성과 일상을 통째로 비춰주는 책은 드물었다. 구독은 곧 구속’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더 늦기 전에 이 구조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책을 덮은 뒤에도 남는 건 정보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구독이라는 구조 속에 길들여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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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글쓰기, 저작권 -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창작은 어떻게 바뀌는가
정지우 지음 / 마름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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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AI 시대, 인간만의 글쓰기가 무엇인지 묻는 책


AI 알고리즘은 정확히 말해 우리의 '시간'과 '관심'을 빼앗는 설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살아가지 않는다. 물리 공간 위에는 가상 현실이라 불러야 하는 어떤 그물망이 쳐져 있다. 우리는 사실 그 물리공간을 초월한 가상적 그물망에 오히려 더 강력하게 속해 있다. -p41


실제로 요즘에는 사람들이 삶의 온갖 것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급속도로 잃어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사랑, 우정, 행복, 꿈 등을 주제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우물쭈물하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서둘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어 물어보거나, AI에게 답을 구하기도 한다. 정작 자기 자신은 텅 비어버린 채, 불안해하며 남들의 대답만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p66


AI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사회의 가 영역과 맺는 관계가 복잡다단해질수록 법적인 고민은 더 다채로워지고 싶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법적 문제에서 등을 돌리지 않고 나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일이다.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으로 모두가 저작권자가 되어버린 순간부터, 저작권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p124







최근 생성형 AI와 글쓰기에 대한 전자책을 두 권 집필했다. AI로 에세이, 시, 심지어 소설까지 쓰는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처음엔 조잡하고 무덤덤한 문장에 실망했지만, 놀랍도록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은 어느새 사람처럼 그럴싸한 문장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창작자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여전히 글을 쓰는가?', 'AI가 다 해주는 시대에, 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래서였다. 정지우 작가의 『AI, 글쓰기, 저작권』이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주저 없이 펼쳤다. 20년간 매일 쓰는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저작권 분야 변호사인 저자가 쓴 이 얇지만 묵직한 책은, 내가 전자책을 쓰며 던졌던 고민에 단단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AI라는 존재가 인간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AI는 함께 한 시절을 대신할 수 없다는 문장이다. 기술은 효율을 주지만, 인간은 관계를 통해 의미를 만든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겪은 시간, 나누는 감정, 누군가의 기억이 되는 경험은 오직 살아낸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세계다.


두 번째 장은 실용적인 AI 글쓰기 활용법과 동시에, 그 너머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AI를 활용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소개하면서도, 결국 중요한 건 의문을 던지고 본질을 사유할 수 있는 인간의 감각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AI가 생성한 문장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나의 경험, 감정, 맥락으로 녹여내는 작업이야말로 진짜 창작이라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 이는 내가 전자책에서 줄곧 강조했던 감정 기록과도 맞닿아 있었다.


세 번째 장은 법률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저작권에 대한 이해 없이 AI 시대의 창작을 논하기 어렵다. 특히 챗GPT와 지브리, 스테이블디퓨전과 같은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모호한 지점이 많다. 저자는 저작물의 창작성과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출처, 창작물의 편집 범위, 저작권 침해의 책임 주체 등은 앞으로 콘텐츠 제작자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화두다.








『AI, 글쓰기, 저작권』은 단지 글쓰기와 저작권의 기술적 가이드를 넘어서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고유의 감각과 책임, 존재의 자리를 묻는 책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AI는 잘 써줄 수 있지만 살아내진 못한다. 글은 결국 살아낸 자의 언어로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감정과 경험이 담긴 문장을 한 줄 더 적는다. 그 문장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니까. 기술이 무섭도록 빠르게 진화하고 따라가기 벅찬 시대지만, 이제 우리는 모두 창작자다. SNS에 한 줄을 올리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순간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니 말이다.『AI, 글쓰기, 저작권』은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권리는 어떻게 지킬 것이며, 타인의 권리는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지금, 그 질문 앞에 한 번쯤 멈춰 서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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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아틀리에 컬렉션)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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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K-힐링 소설의 결정판! 지워지지 않은 마음, 꽃이 되어 다시 피어난다.

책과 소정원 원고료를 제공받았지만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추천 독자]
-상처받은 기억을 껴안고도 여전히 ‘행복하고 싶은 사람’
-힘든 시기를 지나는 중이라 ‘다시 피어나는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
-감성적인 성장 소설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사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마음 사진관』을 읽은 사람
-읽는 동안 스스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따뜻한 소설을 찾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을 알려줄까?" 정원에서 꽃에 물을 주는 엄마ㅡㄴ 나비를 따라 뛰어오는 나이에게 콧잔등을 찡긋하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p11

"예쁜 꽃들이 여기 있네." 한낮의 해변에 홀로 서 있던 여자가 무릎을 양팔로 감싸고 앉아 고운 모래를 가냘픈 손으로 쓸어 담는다. -p17

문자 그대로 나의 봄날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볼을 스친다. 살아 있다. 살기를 거부한 숱한 날들을 지나 여전히 살이 있다. -p267









『메리골드 마음 식물원』은 마음속 깊은 상처를 꽃과 나무로 피워내며 돌보는 이야기이다. 삶에 지친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이 소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감정의 정원이다. 전작인 『마음 세탁소』나 『마음 사진관』을 읽지 않아도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은 마음 식물원이라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잊고 지낸 상처와 후회를 식물로 구현해 돌보는 치유의 장소이다. 주인공은 반복된 환생의 기억을 품은 인물로,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의 감정도 어루만진다. 슬픔으로 얼룩진 과거가 네잎클로버, 국화, 메리골드처럼 저마다 다른 식물의 형태로 피어날 때, 독자 역시 자신 안에 있는 감정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말은 짧고 단순하지만 진심을 담고 있고, 이야기의 흐름은 느리지만 섬세하게 감정을 따라간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꽃잎을 만지듯 조심스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책 속 식물의 의미, 말투 하나, 그리고 표지에 담긴 색감까지도 독자의 심리를 자극하며 마음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준다.






『메리골드 마음 식물원』은 행복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는 믿음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희망의 메시지를 넘어, 아픔을 껴안고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감정의 회복력을 조용히 보여준다. 처음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을 만큼 서사가 명료하며,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선물처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도 작은 씨앗 하나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읽고 나면, 마음속 어딘가에 단단히 뿌리내린 위로의 식물이 자라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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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궁 맑음
권용순 지음 / 고유명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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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몸의 회복에서 삶의 회복까지 이야기하는 따뜻한 의료 에세이




처음 의사 일을 시작했을 때 당시 내 꿈은 아픈 사람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단순하고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세상에서 각광받는 유능한 전문의가 되고 싶다거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인기 많은 전문의가 되겠다는 마음도 관심도 없었다. 무슨 과를 하든 좋은 의사가 되고 싶었다. -p21

복잡하게 얽힌 세상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의 이기심이 똘똘 뭉쳐 있다. 어쩌면 인간은 죽는 날까지 이기적으로 살면서 자신을 포장하고 살다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허망한 존재가 아닐까. 부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우리가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삶의 끝자락을 향해 가난 나 또한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의사 한 사람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내 삶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p286





자궁에 대해 누군가와 솔직히 이야기해본 적이 있던가. 여자들끼리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 누군가는 평생 침묵 속에 묻어두는 그 말. 하지만 자궁 없이 태어날 수 있는 생명은 없다. 그래서 이 책, 『오늘 자궁 맑음』이라는 제목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반가웠다. 마치 당신의 오늘은 괜찮냐”고 먼저 묻는 말처럼 다정하게 들렸다.


이 책은 자궁을 통해 삶 전체를 바라보는 책이다. 반복된 유산, 자궁 적출 권유, 설명되지 않는 생리통, 그리고 누구에게도 꺼내 말하지 못했던 아픔들. 저자는 의사로서 그 고통을 기록한다. 하지만 의학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한 마디 말로 환자의 삶을 붙잡아주고, 때로는 환자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책은 병을 고치는 이야기이기 이전에,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다.









『오늘 자궁 맑음』이라는 문장은 곧 '오늘의 내가 온전히 살아 있음을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몸의 고통이 지나가면 마음의 온도가 따라온다. 몸이 회복되면 삶이 회복된다. 그 진실을 저자는 환자의 서사와 자신의 고백을 함께 엮으며 풀어낸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모든 여성이,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몸이 한 번쯤 만나야 할 기록이다.


이 책은 말한다. 살아내는 일은 언제나 고되고 외롭지만 당신은 충분히 소중하며, 오늘 당신의 자궁도, 삶도, 맑음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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