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쓰기, 저작권 -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창작은 어떻게 바뀌는가
정지우 지음 / 마름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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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AI 시대, 인간만의 글쓰기가 무엇인지 묻는 책


AI 알고리즘은 정확히 말해 우리의 '시간'과 '관심'을 빼앗는 설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살아가지 않는다. 물리 공간 위에는 가상 현실이라 불러야 하는 어떤 그물망이 쳐져 있다. 우리는 사실 그 물리공간을 초월한 가상적 그물망에 오히려 더 강력하게 속해 있다. -p41


실제로 요즘에는 사람들이 삶의 온갖 것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급속도로 잃어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사랑, 우정, 행복, 꿈 등을 주제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우물쭈물하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서둘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어 물어보거나, AI에게 답을 구하기도 한다. 정작 자기 자신은 텅 비어버린 채, 불안해하며 남들의 대답만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p66


AI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사회의 가 영역과 맺는 관계가 복잡다단해질수록 법적인 고민은 더 다채로워지고 싶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법적 문제에서 등을 돌리지 않고 나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일이다.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으로 모두가 저작권자가 되어버린 순간부터, 저작권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p124







최근 생성형 AI와 글쓰기에 대한 전자책을 두 권 집필했다. AI로 에세이, 시, 심지어 소설까지 쓰는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처음엔 조잡하고 무덤덤한 문장에 실망했지만, 놀랍도록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은 어느새 사람처럼 그럴싸한 문장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창작자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여전히 글을 쓰는가?', 'AI가 다 해주는 시대에, 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래서였다. 정지우 작가의 『AI, 글쓰기, 저작권』이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주저 없이 펼쳤다. 20년간 매일 쓰는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저작권 분야 변호사인 저자가 쓴 이 얇지만 묵직한 책은, 내가 전자책을 쓰며 던졌던 고민에 단단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AI라는 존재가 인간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AI는 함께 한 시절을 대신할 수 없다는 문장이다. 기술은 효율을 주지만, 인간은 관계를 통해 의미를 만든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겪은 시간, 나누는 감정, 누군가의 기억이 되는 경험은 오직 살아낸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세계다.


두 번째 장은 실용적인 AI 글쓰기 활용법과 동시에, 그 너머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AI를 활용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소개하면서도, 결국 중요한 건 의문을 던지고 본질을 사유할 수 있는 인간의 감각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AI가 생성한 문장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나의 경험, 감정, 맥락으로 녹여내는 작업이야말로 진짜 창작이라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 이는 내가 전자책에서 줄곧 강조했던 감정 기록과도 맞닿아 있었다.


세 번째 장은 법률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저작권에 대한 이해 없이 AI 시대의 창작을 논하기 어렵다. 특히 챗GPT와 지브리, 스테이블디퓨전과 같은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모호한 지점이 많다. 저자는 저작물의 창작성과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출처, 창작물의 편집 범위, 저작권 침해의 책임 주체 등은 앞으로 콘텐츠 제작자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화두다.








『AI, 글쓰기, 저작권』은 단지 글쓰기와 저작권의 기술적 가이드를 넘어서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고유의 감각과 책임, 존재의 자리를 묻는 책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AI는 잘 써줄 수 있지만 살아내진 못한다. 글은 결국 살아낸 자의 언어로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감정과 경험이 담긴 문장을 한 줄 더 적는다. 그 문장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니까. 기술이 무섭도록 빠르게 진화하고 따라가기 벅찬 시대지만, 이제 우리는 모두 창작자다. SNS에 한 줄을 올리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순간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니 말이다.『AI, 글쓰기, 저작권』은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권리는 어떻게 지킬 것이며, 타인의 권리는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지금, 그 질문 앞에 한 번쯤 멈춰 서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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