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궁 맑음
권용순 지음 / 고유명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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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몸의 회복에서 삶의 회복까지 이야기하는 따뜻한 의료 에세이




처음 의사 일을 시작했을 때 당시 내 꿈은 아픈 사람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단순하고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세상에서 각광받는 유능한 전문의가 되고 싶다거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인기 많은 전문의가 되겠다는 마음도 관심도 없었다. 무슨 과를 하든 좋은 의사가 되고 싶었다. -p21

복잡하게 얽힌 세상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의 이기심이 똘똘 뭉쳐 있다. 어쩌면 인간은 죽는 날까지 이기적으로 살면서 자신을 포장하고 살다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허망한 존재가 아닐까. 부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우리가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삶의 끝자락을 향해 가난 나 또한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의사 한 사람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내 삶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p286





자궁에 대해 누군가와 솔직히 이야기해본 적이 있던가. 여자들끼리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 누군가는 평생 침묵 속에 묻어두는 그 말. 하지만 자궁 없이 태어날 수 있는 생명은 없다. 그래서 이 책, 『오늘 자궁 맑음』이라는 제목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반가웠다. 마치 당신의 오늘은 괜찮냐”고 먼저 묻는 말처럼 다정하게 들렸다.


이 책은 자궁을 통해 삶 전체를 바라보는 책이다. 반복된 유산, 자궁 적출 권유, 설명되지 않는 생리통, 그리고 누구에게도 꺼내 말하지 못했던 아픔들. 저자는 의사로서 그 고통을 기록한다. 하지만 의학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한 마디 말로 환자의 삶을 붙잡아주고, 때로는 환자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책은 병을 고치는 이야기이기 이전에,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다.









『오늘 자궁 맑음』이라는 문장은 곧 '오늘의 내가 온전히 살아 있음을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몸의 고통이 지나가면 마음의 온도가 따라온다. 몸이 회복되면 삶이 회복된다. 그 진실을 저자는 환자의 서사와 자신의 고백을 함께 엮으며 풀어낸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모든 여성이,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몸이 한 번쯤 만나야 할 기록이다.


이 책은 말한다. 살아내는 일은 언제나 고되고 외롭지만 당신은 충분히 소중하며, 오늘 당신의 자궁도, 삶도, 맑음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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