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녀 혁명 - 아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메들린 케인 지음, 이한중 옮김 / 북키앙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하필이면 <무자녀 혁명>의 서평을 어린이 날에 쓰게 되다니...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주제의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은 아마도 코린느 마이어의 <No Kid :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40가지 이유가 다소 감정적이라면, <무자녀 혁명 : 아이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서 매들린 케인은 좀 더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아이로 부터 자유로운 (Childfree) 삶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을 번갈아 읽으면서 너무나 당연한 생각들에 대해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또 다시 배운다.  

인류의 탄생이래 아이를 갖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의 시각은 언제나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봐도 어느 종이든 번성을 위해 노력한다. 지구라는 별에서 인간은 가장 성공적으로 번성한 종이다. 다른 생명체가 멸종되거나 말거나 인간들은 60억명이 넘게 지구상에서 복작복작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틀로 대두되고 있는 진화심리학도 생존과 번성과 같은 생물학적 명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그랬다던가? 생물학은 운명이라고....

이 두 책의 여성 저자들은 자녀를 갖거나 갖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아니... 자녀를 갖거나  갖지 않는 것이 선택이라고? 인간이라는 종으로서의 신성한 의무를 팽개치는 불경하고 이기적인 생각아닌가?"

그런데 사실....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지나칠 정도로 번성했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을 망쳐가고 있으니, 더 이상 종의 번성이라는 생물학적 명령에 의심없이 복종할 이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 대전제를 조금 흔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이낳기에 대한 굳건한 생각들이 편견임이 드러나게 된다.  

길게 뜸들일 것 뭐 있는가? 저자가 165페이지에서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의 긍정적인 면을 농축해서 정리해 두었으니 한번 보자.

- 내 생각에 우리가 무자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계속 갖는 것은 긍정적인 면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중략..... 충분히 직업적인 성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 배우자와의 친밀감,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시간적으로 압박이 없다는 것, 나쁜 엄마가 된다거나 속썩이는 아이를 두는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 자유로운 시간 덕분에 추구할 수 있는 영적 성장, 너무 난폭하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사랑하는 아이를 기를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 같은 것들이다. - 165P

아이가 없으면 편하고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자기의 일에서 좀더 성공을 거둘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누가 모를까?

그렇지만, 여성들이 타고 난 모성은? 인류의 미래는? 노년에 외로울텐데? 이기적인 것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165페이지에서 나열하듯 단순한 느낌으로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질문들에 대해서는 근거를 가지고 대처하고 있다.

모성이 여성성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은 오랜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고 근거들이 있다.

인류의 미래는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개체수가 줄어들어야 미래가 밝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노인들의 행복감을 비교해 보건대 아이의 유무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는 논문을 소개한다.

사회는 아이를 가진 여성들에 대해서 호의적이기에 무자녀 여성들은 이기적이라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며,생태학적인 측면이나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저자는 책에서 무자녀 혁명에 동참하는 여성들을 분류한다.

무자녀에 대한 확신을 가진 여성들, 종교적인 이유(수녀 등), 환경을 위한 대의를 위해서....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자녀 여성들.

질병과 동성애, 불임 때문에 아이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여성들.

유년의 경험, 도적적인 규범, 아이있는 배우자와의 결혼을 통해, 살다보니 아이를 갖지 않게 된 여성들이 그들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들은 오랜 역사를 지닌 사회적 압박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가진 여성들은 무자녀 여성들에 대해서 사회가 실어주는 힘을 바탕으로 우월감을 가지게 되고, 세금이나 잔업 등에 있어서도 무자녀 여성들은 일종의 차별을 받고 있다.

메들린 케인은 이러한 차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근거가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이야기 한다. 자녀를 갖는 것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며, 그러한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자녀를 낳아 키우는 행위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도 코린느 마이어도 자녀를 두고 있는 여성들이다. 다만 무자녀에 대한 관용의 폭은 늘어나야 하고, 차별도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들은 귀담아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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