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SERI 연구에세이 14
복거일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펴낸  복거일의 연구에세이다.

논리의 흐름을 그 뼈대를 위주로 보여주는 스타일의 얇은 책.

하지만, 이 뼈대는 다소 엉성하고 불안해 보인다.

 

소설가로 잘 알려진 복거일은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경제학은 딱딱하고 수학적인 느낌을 주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인간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 혹은 인문학과 닿아 있다고 하겠다.

 

실용과 효율, 현실을 중시하는 작가는 이 작은 책에서 자본주의가 왜 정의로운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 목소리가 다소 절박하게까지 들리는데... 아마도 그것은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바보같은" 생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승리 방정식을 수학적 명제를 증명하듯이 되짚어 나가고 있다. 그 논리가 기대고 있는 주된 설명방식은 의외로 생물학 (사회생물학-진화심리학) 이다.

생각나는대로 소개하면, 자본주의는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정의로운데 그 이유는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들이 배우지 않고도 행동하는 진화의 방향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들을 뒷받침 하고 있는 것은 소유의 개념인 재산권과 그것을 기본으로 한 이타주의와 도덕관념, 경쟁과 그로 인한 효율성, 자유의 문제 그리고 불평등한 분배체계를 개선하는데 있어서의 최소비용, 대안들의 실패사례와 문제점 등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주장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하루 전에 읽은 책에 나와 있었는데... 그것은 생태사회주의자 북친이 한 비판이다. ... 복거일의 책은 올해 1월에 북친의 이야기가 나와 있는 책은 4년전에 쓰여졌다. ...

 북친은 적자생존과 자연 도태의 법칙을 주장해 자유주의 이념을 떠받치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을 거부하고, 이를 근거로 허버트 스펜서가 이론화 한 사회적 다위니즘에도 메스를 댄다. 또 생물학적 유전자가 진화를 결정한다는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 생물학도 북친의 칼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런 이론들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왜곡한 채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 시키는 기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자연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통용되는 '승자독식'의 세계가 아닌 것이다. (중략) 진화는 다윈이 주장한 것처럼 생존을 위한 적응의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생태계에 존재하는 생물들은 진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북친은 이를 '참여적 진화'라고 개념화한다. 투쟁과 경쟁이 아니라 공생과 참여가 종 진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환경주의자들 196-197페이지)

 

자본주의는 끝없는 이기심에 기반하고 있어서 사람과 자연을 고갈시킨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그러나, 복거일의 주장을 보면, 그 논리의 얼개가 엉성하고, 효율과 현실적 합리성만을 감정적으로 맹신하는 애꾸눈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몇몇은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숨쉬며 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복거일의 논리는 존재하는 것은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보수적인 기능론 뿐이다. 그리고, 그 논리를 뒷받침하려고 착실하게 준비한 논거들도 편향적으로 유리한 것들만을 늘어놓은 것 같은 인상이다. 좀더 균형감각이 있었다면, 좀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만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것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일방적인 비판은 위험하다. 모든 주장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 몫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 몫이 바로 '자연스러운 재산권' 이다.

 

 

- 복거일의 얌통머리 없는 손익계산은 정말 못말릴 폭거의 수준이다. 이 사람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명분이라고는 없는 대차대조표에 놓고, 단지 손익을 계산하는 사람인데... 영어 공용화론이나 친일파 청산의 난점에 대한 주장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소설 '비명을 찾아서'에는 이 사람의 이런 태도들을 암시하는 말이 나오는데... 복식부기는 세계 최고의 발명 중 하나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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