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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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2도, 후덜덜덜...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들을 매일매일 경신하고 있는 요즘 날씨를 녹여줄 새빨간 책 한 권과 만난다. 어서 만나길 기다렸다는듯 살며시 윙크를 건네는 <그대 눈동자에 건배>와 오늘은 커피 한잔 해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참 오랫만에 만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인사다. 몇 번의 환호 그리고 몇 번의 상처! 그럼에도 그 이름만으로도 선뜻 책을 집어 들게 만드는 마력의 사나이,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에는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신선하게 그가 전해주는 단편 소설들을 만난다. 살짝쿵 윙크를 건네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 작품을 미스터리 단편집으로만 오해하면 안될 것 같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미스터리는 물론이고 SF판타지와 로맨스, 그리고 블랙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담겨진 작품이다. 모두 아홉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10년 만의 발런타인데이'를 선택하고 싶다. 쓰다 치리코! 이 매력적인 여성이 던진 한마디가 통쾌하고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해야할까? ^^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할게. 경시청 수사 1과 쓰다 치리코야."


이 작품은 최근 몇년간 문예지 등에 작가가 발표했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단편집으로 미스터리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의 색깔을 보여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기존에 만나던 장편소설의 탄탄한 스토리, 촘촘하고 치밀한 구성과는 조금 거리감을 보여주지만 짧은 이야기속에 담겨진 스토리속의 재미 만큼은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란 명성을 거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 개개인마다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앞서도 언급했던 '10년 만의 발런타인데이'가 가장 매력적이었다면, 표제작이기도 한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반전의 재미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락없는 백수 캐릭터가 소개팅에 나가게 되고 8년만에 쏠로 탈출로 흘러가는 분위기... 그리고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 서술 트릭과 같이 짧은 지문속에서도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그의 펜끝이 여전히 날카롭다. '렌털 베이비'는 호시 신이치의 쑈트쑈트 작품을 보는듯 SF적인 요소들을 골고루 섞어 재미를 전해주고, '수정 염주'는 그리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판타지적인 감동을 전해주는 독특한 작품들이다.


이전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속에서 이런 스토리들을 만나 봤었나? 그의 작품이 맞는 걸까? 하는 물음표를 갖게 만드는 작품들이 몇몇 있다. '새해 첫날의 결심'은 정석적으로 미스터리의 시작을 알리지만 결국 웃음으로 가볍게 재미를 주는 작품이고, '고장난 시계'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역시 미스터리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무거움을 덜고 조금은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렇게 많은 단편,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들중에서 그럼에도 여전히 눈에 띄는 한 사람은 역시 '쓰다 치리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나 다른 시리즈에 한번쯤 멋지게 등장하면 어떨까? 설레이고 기대하게 만드는 캐릭터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올해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중 아홉번째에 순서를 정한다. 12월 중순 이후에 '눈보라 체이스'가 출간된다고 하니 올 한해 10권이라는 책을 (물론 재출간된 작품들도 있지만)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작에 대작 작가라니!!! 이런 히가시노 게이고의 줄기찬 행보는 몇년을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상황때문에 몇몇 작품은 간혹 그의 네임밸류에 미치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여전히 그의 인기는 변함없는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스터리 분야의 최고 작가이면서도, 이 작품처럼 여러가지 장르적인 실험과 다양한 도전을 계속 하고 있는 그의 열정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보게 된다. 올 한해도 마지막까지 그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할 것 같다. 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고 추운듯하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짧았던 가을이 겨울에게 책을 내어준 그런 한해가 될 것 같다. 즐거운 책 한 권, 그리고 따스한 커피 한 잔! 유쾌한 그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이름과 함께 올 겨울이 조금은 더 행복해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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