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일본과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야구 팬들의 커다란 관심거리로
주목받았다. 일년에 두 자리 승수를 올린 투수, 더불어 20개 이상의 홈런을 치는 강타자로서, 만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캐릭터의 등장에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이곳 저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그가 결정한 곳은 LAA, LA에인절스 였다. 내년 시즌 LAA,
아니 더 나아가 MLB는 벌써부터 오타니 쇼헤이 덕분에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이미 예약되어 있다고 해야할까?
국내에서도 야구는 축구와 더불어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즌이 끝나고 우승팀들의 행보와 누가 어느팀으로 얼마의 이적료를
받고 이적하고, 외국에서 뛰던 선수들이 어느 팀으로 국내에 복귀하게 되는지, 또 MLB에서 뛰던 선수들의 이적과 내년 시즌에 관한 사항....
하나하나가 야구 팬들에게는 시즌 이후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할 것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 종목의 이름은 뭔가 설레이는, 눈을 크게
만들고, 귀를 쫑끗 세우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가? 책속에서도 '야구'라는 이름에 우리들은 종종 그렇게 설레이곤 한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조금은 독특한 제목의 책 한 권과 마주한다. 눈부시도록 새파란, 우리 대표팀 유니폼을 닮은
파란색과 함께 하는 야구 이야기! 책을 펼치기전 누구나 이런 상상을 하면서 멋진 야구 이야기를 꿈꾼다. 이 작품은 야구가 사라진 세상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 독특한 상상의 이야기들이 함께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좀처럼 그렇게 우리를 쉽게 놓아두지 않는다. 야구라는
소재를 채택했지만 전혀 야구스럽지도 야구를 꿈꾸지도 야구로 이야기를 풀어놓지도 않는다. 야구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야구는 그저 저자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생각을 거들뿐,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 어떤 생각을 이해하기가 전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타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투수에 대해 말한다.
전직 프로야구 감독도 등장하고 한신 타이거즈의 팬도 등장한다. 야구와 관련된 여러 괴짜들이 등장하지만 이건 절대 야구에 관한 소설이 아니다.
더욱 독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건 야구가 아니라면 도대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혹은 작은 목소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있다. 문제는 그 마저도 결코 쉽지 않다는데 있다. 7장에 걸쳐 300여페이지에 육박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하고자하는,
말하고자하는 바를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이 작품을 옮긴이는 '언어 표현의 해체와 재구축'이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88년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를 보니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20세기 후반의 일이다. 개성과 자율, 다양성을 중시하고 탈이념과 절대적인 이념을 거부했던 시기적인 특징과 닿아있는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출간후 오랜 시간동안, 물론 종종 독자들 사이에서 잊혀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독특한 구성과
생각치못한 이야기들로 문학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가능케하는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어렵다.
포스트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문학을 발가벗겨, 또 다른 문학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 기존의 틀에
얽매인 형식과 관습을 탈피하려하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구성과 형식은 여전히 신선한 도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이 작품이 지금 이 시대에 어울리는가? 라는 질문을 내려놓을 수 없다. 문학이 주는 상상력과 도전은 역시 즐거움과 재미가 동반 되면 더욱
배가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책장속의 문학!은 그 누구에게도 반가운 말이 아닐것이다. 독자들의 손에 놓인, 독자들의 가슴속에 간직된 책 한 권이 그보다는 더욱 값지고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접어보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끊없는 도전과 문학에 대한 사랑과 이해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이 작품을 통해 가끔은 재미를 넘어 이런 고민도 필요해보인다는 사실 역시 다시한번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 다만 야구를 꿈꾸는, 상상하는, 연관된, ... 그런 것들은 원하고 바라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도서가 아니라고 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