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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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만남이다. 사실 이렇게 숫자를 헤아리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츠지무라 미즈키! '열쇠없는 꿈을 꾸다'를 통해 나오키상을 수상한 그녀와의 만남이 이어질수록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비어있는 그 이름에 여러가지 색깔을 채워나간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맨처음 그녀를 만난건 '츠나구'를 통해서 였다. 미스터리 판타지 정도로 말할 수 있을까? 색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그녀의 이름이 쓰여졌었다. 그리고 '태양이 앉은 자리'를 통해 조금은 무서운 청춘 미스러리를, '테두리 없는 겨울'을 통해 노스텔직 호러라는 장르를 함께 했다.


'그때 그때 달라요~'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 이번에는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장르라는 수식을 단 <아침이 온다> 라는 작품과 함께 한다. 이 작품의 주요 소재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입양'과 '10대 미혼모' 라는 우리 사회에도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에 시선을 가져간다. 불임으로 고생하는 사토코 부부의 이야기와 중학생 카타쿠라 히카리의 방황, 그리고 임신과 입양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불임치료와 입양을 겪은 실제 사례를 조사했다고 하니 작품속에 등장한는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묘사가 그만큼 섬세함이 새삼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의 주변에서도 이런 사토코 부부와 같은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제부턴가 익숙해진 쌍둥이 가정들의 모습이 이런 불임 부부들의 힘겨운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하에서 바로 입양이라는 것이 이루어지지만 우리 정서상 아직도 입양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입양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걱정중 하나는 바로 이런 편견과 잘못된 시선때문인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유교 중심의 사회문화도 역시 입양 문화를 거스르는 요소일 것이다.





더불어 히카리의 경우처럼 10대 임신과 출산이라는 문제도 역시 사회적 이슈가 된지 오래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여전히 찬반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는 '베이비 박스'에 대한 문제 역시 이런 10대 출산 문제와 함께 공존하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믿고 보듬어 주지 못하는 부모들,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요즘의 현실에서 가정의 붕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런 청소년 문제, 미혼모 문제 등의 사회적 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지적해야 될듯 싶다.


공포와 호러,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츠지무라 미즈키가 이 작품 <아침이 온다>에서 사회파 미스터리라 소개되었지만 사실, 미스터리라는 장르보다 어쩌면 가족 드라마로 이야기해도 좋을 듯하다. 가슴을 쫄깃하게 만드는 긴장감이나 마지막 반전이 돋보이거나 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섬세하게 상처를 가진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책을 만나는 독자들은 그들의 감정에 조금씩 다가가며 '공감'이라는 단어에 감정이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침이 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을 걸어, 빛 하나 없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 시작은 아마도 '편견'에서 시작하고 있는듯 하다. 입양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10대출산 문제 역시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아이를 낳자마자 화장실에 버리거나 비닐봉투에 넣어 버렸다는 상상할 수 없이 잔인한 뉴스가 난무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바로 이런 편견과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결국 <아침이 온다>에서 말하려 하는 해결책은 바로 '가족'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문제들이 사실 가족이라는 틀 내에서 발생했고 문제시 되어왔지만 결국은 그 문제와 상처, 고민을 '가족' 이라는 이 두단어 속에서 풀어내고 해결해가기 때문이다.


아침은 온다! 수많은 고통속에 아이를 선물받은 부모에게도, 잠깐의 잘못과 실수, 또 거듭되는 잘못된 선택속에서 그것을 깨닫고 새로운 삶을 꿈꾸어가는 많은 청춘과 또 많은 상처 가득한 사람들에게도 햇살 가득한, 그래서 너무나 찬란한 아침은 올것이다. 아직 어둠이 계속되고 있다면 가족의 품에서 그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을 견뎌내면 좋을 일이다. 그리고 어둠이 깊고 길다면 그만큼 더 찬란한 태양이 뜨리라 기대해도 좋을 일이다. <아침이 온다>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가족에 대한 깊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오랫만이라 더욱 츠지무라 미즈키와의 만남이 즐거웠던것 같다. 내일 만날 또 한번의 아침을 기다려본다. 조금은 더 따뜻했졌으면 좋을 그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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