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시절 어렴풋이 꿈꾸던 한가지가 있었다. 어른이 되면 커다란 창문이 있는, 탁 트인 유리창문이 있는 거실이 있는 집을 짓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작은 시골집에서 여러명의 가족들이 옹기종기 살아가던 나에게 그것은 정말 커다란 꿈이자 목표였을까? 많은 시간이 흐르고... 지금 나는 어린 시절 살던 그 집이 있던 자리에 아직도 살고 있다. 물론 그때와는 다른 새로운 집에, 그때보다 훨씬 큰 유리창문을 가진 거실이 딸린 집에 살고 있다. 유리창문 너머에는 감나무, 단풍나무, 보리수 나무가 초록을 더해가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노는 작은 마당도 있고, 우리 가족 멍멍이들도 있고 텃밭에는 고추 오이도 익어간다.


초록의 풍경이 보이는 우리집! 에서 지금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라는 작은 책을 손에 들고 있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이다. 익숙하면서도 참 오랫만에 만나는 작가다. '벽장속의 치요', '타임슬립', '콜드게임', '회전목마'....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기와라 히로시와 함께 꽤 많은 작품을 만났던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그를 만난적은 없었던듯 하니 꽤 오랫만이긴 하다. 간만에 만난 그의 작품은 두둥~~ 2016년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더이상 무슨 수식이 필요하겠는가?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 더구나 이번 작품은 '작가접 입지와 작품성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니... 기대하지 않는게 더 이상할 정도가 아닌가?


커다란 창문을 가진집! 앞에서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때문이다. 보통 이발소라면 커다란 거울이 전면을 비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 특별한 이발소는 푸른 바다를 담은 유리창문이 바로 이발소의 거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작지만 특별한 이 이발소에 한 청년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발사는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 이 이발소에 담긴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숨겨졌던 과거,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가 되어야 했던 이발사 자신의 숨가쁘고 나약했던 삶을 천천히 드러낸다. 그리고 반전처럼 이발소를 찾은 이 청년의 정체가 드러난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와 함께 모두 여섯편의 작품이 담겨진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뭐랄까 읽는 내내 가슴 따스함과 편안한 느낌을 전해준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우리 아이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성인식'에서는 딸을 잃은 아빠의 마음에 완전히 감정이 이입된다. 우리 아이들이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아빠인 나는? 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하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잠은 제대로 잘수 있을까? 밥 한끼 먹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죄책감이 들까? 제발 꿈이길 수도 없이 빌고 빌었을 우리 세월호 가족분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안전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조심스레 다시금 빌어본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찾아 가는 딸, 멈춰버리 시계를 통해 아버지를 추억하는 아들, 부모로부터 학대당한 아이들의 순수함, 소원해진 부부에게 찾아온 환상과도 같은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는 이처럼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부부...서로 다른 관계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이름속에 서로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묘한 마력이 책속에 흐르고 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그 가까운 거리가 무색하리만큼 멀어지기도 하는 '가족'이라는 관계, 하지만 가족이 가진 사랑과 이해를 통한 화해의 메세지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거창하고 화려하게 에피소드들을 담아낸것이 아니다. 그저 소소하고 섬세하면서 매력적으로 이야기들을 촘촘히 써내려 간다. 과거와 현재를 살짝씩 넘나들고, 과거 이야기를 조심스레 담아내면서 담겨졌던 속마음, 속사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가족에게 상처받은 안타까움이 느껴지면서 내재되어 있던 나의 이야기들을 살짝 포개어 볼수도 있고, 언제나 강직하고도 무뚝뚝하기시만 했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아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래전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아내의 얼굴, 엄마의 모습 또한 아른거린다.


다섯살 아들녀석은 요즘 아빠에게 매일매일 혼이난다. 물론 귀엽고 예쁘고 착하다. 하지만 밥 먹기 싫어 찡찡대고, 두살위 누나를 지겹도록 괴롭히고, 엄마 말이라면 만만하다고 생각하는지 안듣기 일쑤다. 하루도 혼이 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기라도 하듯, 오늘 아침 등교 길에도 아빠의 눈총을 받고 말았다. 가끔은 그런 걱정이든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에게 느끼는 우리의 감정, 젊은 시절 그런 생각들을 언젠가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느낄텐데... 그럼 난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고 해야하지? 반대로 딸바보 아빠에게 딸아이의 성장은 그리 탐탁하지만은 않다. 아니될말로 더이상 자라지말고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아빠는 그런 고민들로 가득하다.


'가족' 이라는 관계로 시작해서 '화해'라는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세상 누구든 가족이 아닌 사람이 없듯, 오기와라 히로시의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가족이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관계속의 감정과 상처, 아픔을 추억과 화해로 감동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오기와라 히로시와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오랫만에 만난 반가움에 더해,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써 나의 위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섬세하고 안정적으로 펜끝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로움이, 조금은 상처받고 얼어붙었던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녹여주는 느낌이든다. 책을 내려놓으며 환한 미소를 가득 품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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