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덧 벚꽃의 계절이 다하고 산과 들이 푸르름을 내달리는 여름의 문턱에 차올랐다. 아직도 새벽녘의 차가움에 아들 녀석은 감기 기운이 있지만, 아빠는 한 낮의 무더위에 연신 땀을 훔치기 일쑤이기도 하다. '어느새' 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그렇게 봄을 잊어가는 계절의 한가운데 서있다.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지나가버린 봄과 어울릴만한 이 책과 만난게 바로 엇그제인데... 또 다른 계절의 문턱에서 약간의 어색함으로 잠시 잠깐 그 화려했던 벚꽃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기차길을 내달리는 신칸센, 그리고 그 주위에 흩날리는 벚꽃들!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는 그렇게 예쁜, 감성 가득한 표지를 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섯개의 향기로운 이야기라는 수식을 담고 있는 이 책속에는 몇가지 키워드가 함께 한다. 그 첫번째는 그 제목에도 담겨져 있듯 '봄과 기다림' 이다. 목향장미, 유채꽃, 백목련, 그리고 벚꽃에 이르기까지... 다섯편의 단편들의 제목에도 담겨있던 이미지들이 봄의 향기를 더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왠지 아련한 기다림이 감성 가득하게 그려진다.


두번째 키워드는 '고향'으로 쓸 수 있을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그 곳!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쓰여진 서로 다른 다섯가지 이야기들이, 다르지만 그 속에서 또 같은 '고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궁극으로는 고향이라는 이름을 가지지만 그속에 담겨진 또 다른 시간들의 앙금, 흔적, 상처, 그리고 오묘한 감정들이 다양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이 담고 있는 그 이미지 그대로의 그네들의 그리움이 그려진다.




세번재 키워드는 '기차, 신칸센'이다.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는 도쿄역에서 우츠노미야역까지를, 그리고 다섯개의 단편들이, 그 뒤를 이어 후쿠시마역, 센다이역, 하나마키역, 그리고 다시 도쿄역으로 돌아오는 기차속 여정을 담아낸다.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공간속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며 나와 다르지 않은 삶의 여정들을 따라가보게 된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 그러다 문득, '기차여행하고 싶다!' 는 생각이 스쳐지난다.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사람 그리고 만남'이다.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라는 제목처럼, 등장인물들은 누군가를 위해 고향을 찾고, 기다리고, 그리워한다. 할머니를, 부모님을, 외할머니댁을 각각 다른 이유에서 찾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들의 삶에서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관계'에 대한 회복을 이루게 된다. 마지막 단편인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속에 나오는 신칸센 이동매점 아가씨 사쿠라를 통해서 이 다섯개의 단편은 하나로 둥글게 연결된다.


"내가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보다는, 편안하게 해 줄테니 누군가가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저 먼 곳에서 신칸센을 타고 와 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발견한 예쁜 것을 함께 보고 즐겨 주었으면 좋겠어. 그런 걸 해 보고 싶어서 가족이 가지고 싶은 걸지도 몰라." - P. 208,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중에서 - 


손안에 잡히는 작은 책이 봄을 닮아있다. 작은 다섯개의 단편들은 서로 나름의 감정선을 숨기며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꺼내어 놓는다. 길지 않으면서도 짧은 감정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처음 만나는 아야세 마루의 여행 스케치 같은 작은 이야기들이 소소한 가슴 떨림을 전해준다. 봄에 편안하게 만나는 아주 작은 이야기!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준다면 아마도 작은 가슴 떨림이 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너무나 예쁜 제목과 표지를 담은, 그리고 따스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야기와 함께해 즐거운 시간이었다. 또 그런 생각이 스친다. '아~ 아무데나 떠나고 싶다! 무. 작.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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