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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ㅣ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평점 :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하지 않은 미스터리가 다시금 시작된다.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바람을 뿌리는 자'로 첫만남을 갖게 된 한 여인의 향기가 매년 코끝을 매혹시킨다. 처음 넬레 노이하우스, 그녀와의 만났던 기억을 이렇게 표현했었다. '그와 그녀의 끝나지 않은 미스터리!'... 그리고 이렇게 그 이야기들은 다시금 되살아났다.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이름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강한 빛처럼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타우누스 시리즈라는 이름도 함께 말이다.
백설공주...가 시리즈의 네번째, 바람을...이 그 다음, 그리고 이번에 만나게 될 작품 <사악한 늑대>가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인 여섯번째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지금까지 쓴 소설중 최고라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고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는 의미가 아닐지 기대하게 된다. 보덴슈타인 반장과 여형사 피아 키르히호프 콤비의 활약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티격태격 하면서도 시리즈 내내 찰떡 궁합을 선보인 그들이기에 이번에도 기대할 수 밖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방의 타우누스 지역을 배경으로 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이번에도 미스터리한 죽음을 그려나간다. 죽기전 처참하게 폭행당한 흔적을 가진 소녀의 사체가 강가에 떠오른다. 역시 사건을 맞게된 보덴슈타인 반장은 여러방면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그러던중 유명 리포터인 한나 헤르츠만 역시 목숨만은 건진채 폭행을 당하게 된다. 죽은 소녀의 상처와 한나의 상처는 유사성을 나타내는데... 계속 이어지는 의문의 죽음들, 보덴슈타인과 피아 콤비의 활약이 아무래도 필요해보인다.
<사악한 늑대>에서 작가가 다루려는 이야기는 바로 '아동 폭력'에 관한 내용이다.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아동들에 대한 성폭력과 학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미스터리로 말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분류할 수 있을까? 매 작품마다 사회성 짙은 색깔을 그리면서도 무거움 보다는 진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담아내는 작가의 개성이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탐욕, 복수와 배신, 음모와 비뚤어진 역사까지 담아내더니 이번에는 좀처럼 말하기 어려운 아동성폭력에 대해 적나라하게 그녀낸다.

보덴슈타인 반장과 경사로 진급한 피아 형사의 시점에서, 방송인 한나, 피아의 친구인 엠마, 그리고 범인으로 보이는 미스터리한 인물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는 숨가쁘게 달려간다. 다양한 시점의 변화 만큼이나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구성을 띄며 이야기는 매섭게 달려나간다. 또 그닥 관계 없어 보이던 이야기들은 계속 진행되어질수록 퍼즐이 맞추어지듯이 제 자리를 찾게 된다. 이렇게 흩어져있던 퍼즐을 하나씩 짜맞추어가는 재미가 바로 미스터리의 즐거움이 아닐까싶다.
'집에 있는데 뭐가 무서워? 여기 늑대가 올리가 없잖아. ... 아니야, 와! ... 엄마가 없을 때마다 찾아와. 하지만 이건 비밀이야. 엄마에게 말하면 안된다고 했어. 안그러면 늑대가 날 잡아 먹을 거라고 했어. ...'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아마도 '독특한 제목'과 '강렬한 책의 표지'가 아닐까? 이번에도 역시 그 공식은 이어진다. <사악한 늑대>라는 제목, 그 이름과 닮은 빨간 모자를 눌러쓴 늑대! 책속에 담긴 엠마와 루이자의 대화를 듣다보면 아이들의 동화 '빨간모자'속에 담긴 힌트를 꿰뚤어 볼 수도 있을것 같다. 어른들이 가진 추악한 탐욕, 그 희생양이 되어버린 어린 아이들의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책을 펼치기전이라면 전혀 예상치 못했을 특별한 함축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보덴슈타인과 피아 콤비는 벌써 여섯번째 활약을 펼친다. 처음에도 잠깐 언급했듯 타우누스 시리즈를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하지 않은 미스터리'라는 수식으로 표현 했었다. 시리즈마다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접근하지만 어찌보면 형사반장과 여형사, 그리고 미스터리한 사건과 해결이라는 익숙한 공식에 이야기를 대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리의 중요한 재미인 충격적 반전을 기대하기란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촘촘하게 짜여진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와 미스터리를 푸는 쾌감은 역시 타우누스 시리즈만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싶다.
어찌보면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일본 미스터리에 빠져있던 나에게 또 다른 즐거운 시선을 던져준 작품이란 생각이든다. 독일에서 날아온 미스터리 한편이 준 즐거운 추억이 오래도록 간직되고 또 앞으로도 명콤비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멋진 활약, 결코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와 특별함이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 띄엄띄엄 만났던 타우누스 시리즈의 그 중간 중간도 다시금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이번 여름 색다르고 짜릿한 미스터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타우누스 시리즈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