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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빗소리 가득한 수요일이다. 오늘 같은 날이면 진한 향기 가득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책 한권 들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 것도 참 좋을듯하다. 아마도 책의 향기가 진한 커피향이 어울려 감성을 더욱 더 자극할 것이다. 쉴새 없이 내달리는 하루하루, 아쉽게도 이런 여유는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일상인지도 모를일이지만... 한 권의 책과 따뜻한 커피 한잔이 달래줄 삶의 시름은 오늘도 깊이 깊이 쌓여만간다. 그래도 비내리는 오늘은 잠시 그런 여유를 즐겨보고 싶어진다.
그런, 여유로운 이 날 기분 좋게 집어 든 책은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그 두번째 이야기이다. 힐링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이 작품을 만난지도 어느새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시노카와 시오리코'의 고서점 비블리아,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책, 그녀와 관계된 책,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책의 향기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차분하고 왠지 모를 행복감에 사로잡는다. 평범한 일상, 별거 아닌것 같은 한 권의 책속에 담겨진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시오리코의 특별함이 역시 인상적이다.
그 두번째 이야기 역시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는 '고우라 다이스케'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세 가지 책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고, 시오리코 어머니와 관계된 '크라크라 일기'가 이야기가 초반과 후반, 그리고 중간 중간 등장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고스가라는 여학생이 쓴 '시계태엽 오렌지'의 독후감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일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잠깐이나마 소녀 시오리코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
'버지스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자신의 글을 삭제 할 수는 있지만,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를 지울 수는 없다." ... 자신이 저지른 일의 무게를 짊어져야 해요.' - P. 93 -
더불어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 책을 만드는 작가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책 한 권, 책에 대한 감상 하나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으며 신중하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새삼 일깨우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된다. 책을 즐겨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자주 남기는 독자로서 책의 무게를 항상 생각하면서 보다 신중해야 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그러면서도 작은 책 속에 담겨진 깊이 있는 역사와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어서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조금은 익숙한 이름들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등장한다. '명언 수필 샐러리맨'의 시바 료타로와 도라에몽으로 유명한 만화가 후지코 후지오의 '유토피아, 최후의 세계대전'속에 담겨진 숨겨진 이야기들이 그녀 시오리코에 의해 밝혀진다. 더불어 사카구치 안고의 미망인이 썼다는 '크라크라 일기'를 통해서 시오리코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고개를 든다.
매력적인 그녀, 시오리코! 가타가마쿠라의 전통있는 헌책방,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고서점을 운영하며 책을 정말이지 좋아하는 그녀. 비블리아 고서점의 종업원이면서 조금씩 조금씩 책의 매력에 빠져들어가는... 그보다는 주인 시오리코의 매력에 더욱 더 열정적으로 빠져가는 고우라 다이스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다이스케의 어눌함, 그리고 시오리코의 현명함과 냉철함이 어우러지면서, 시오리코가 조금씩 자신의 가족이야기와 마음을 열어가는 등 앞으로 이어질 그들의 사랑도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궁금해진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낡은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책들도 언젠가 새 주인을 찾아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겠지.'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이라는 것이 그런것 같다. 나의 손때가 묻고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온 책들은, 서점에 놓여있는 수많은 같은 책들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인지 나의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기란 정말 싫은 일 중에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작은 책 속에 자신의 역사가 있고, 나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속에 설레이는 사랑도, 가족들과의 아픔도, 혹은 친구들간의 우정도 담겨진다.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모르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미,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는 그런 행복이 있다.
매력적인 그녀 시오리코와 함께 하는 향기로운 책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 올초 4권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세번째 이야기가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새 비블리아 고서점이라는 이름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야기가 더해갈수록 그곳이 궁금해진다. 시오리코의 행동 모습 하나하나가 궁금해진다. 다음 이야기에는 표지에만 실린 그녀의 모습이 책 속 곳곳에,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종종 등장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수줍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비블리아, 안녕 시오리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