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달 1 - 세 명의 소녀 고양이달 1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힘들다. 지친다. 에휴~~ 왠지 한숨만 깊어지는 시간들이 있다. 삶의 무게에 짖눌리고 어깨는 자꾸만 아래로 쳐져간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났구나하며 내쉰 한숨은 가는 시간을 아쉬워 할 겨를도 없다. 이럴때 필요한 한가지가 있다. 바로 삶의 작은 이정표를 세워줄 자기계발서가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마음편히 무거운 생각들을 던져놓고 집어 들 수 있는 기분좋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선물받는 것이다. 바로 어른들을 위한 작은 동화와 만나는 일이 그것이다.

 

왠지 모르게 요즘이 그렇다. 힘들다는 말이 언제나 입에서 맴돈다. 그래서 지난 주에 만난 자기계발서가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였다. 살아가면서 후회라는 것 없이 사랑과 행복을 위한 삶의 가르침이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많은 나이를,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만 하던 나에게 아직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그런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겨져 있을을 생각하게 해주었기에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일상의 힘겨움을 잠시 잊게해줄 또 다른 책 한 권과 마주한다.

 

'노아. 내 이름은 노아야. 바라별에서 왔어'

어른들을 위한 동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어린왕자'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 <고양이달>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흡사 그 어린왕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마도 그와 비슷한 나이일듯(열여덟이나 어린왕자보다 약간 많을 수도 ^^) 그리고 비슷한 키와 꽤나 닮은 생김새를 가졌다. 어린왕자가 장미의 소중함과 사랑을 여행속에서 배웠다면, 노아의 이번 여행은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떠난다는 점에서 꽤나 유사성을 가진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또 서로 다른 점들을 가진다.

 

'소년과 소녀는 함께 달을 보고 있었다. 노랑달 속에 그보다 작은 파랑달이, 파랑달 속에 그보다 작은 검정달이 보였다. 색색의 달빛이 조화를 이루며 소년과 소녀를 비추었고, 소년과 소녀는 달빛 아래서 사랑을 속삭였다.' - P. 18 -

 

'달을 그려 줘'

노아의 여행은 고양이달과 함께 사라진 소녀를 찾은 여정이다. 이곳 저곳을 여행하지만 노아가 들른 아리별에서의 여행과 그곳에서 만난 고양이 아리와 세 소녀, 그리고 링고와 린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과의 만남에 초점이 맞춰진다. 고양이 달이 파랑, 노랑, 검정으로 이루어졌듯 파랑 눈은 마레, 노랑 눈은 루나, 검정 눈은 모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의 사랑과 우정, 삶의 깊이 있는 가르침에 노아는 조금씩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한다.

 



제목부터가 참 어여쁜 작품이다. <고양이달> 제목만 보고는 어떤 작품일까 너무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그랬을듯 싶은데... 어린왕자와 유사한 동선에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그와는 또 다른 좀더 다양성을 가진 이야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라진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 그 여행속에서 만난 동갑네기 소녀들과의 특별한 이야기들, 아리별 사람들과의 멋진 일상이 방황하는 노아의 흔들리는 마음을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두 3권으로 이루어진 <고양이달>의 첫번째 이야기는 모두 11가지 짧은 단편들로 꾸며진다. 어찌보면 노아가 들려주는 소년의 여행담인 것이다. 어린왕자가 그랬던것 처럼... 자꾸 어린왕자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러면서도 앞서 언급했듯 이 작품이 주는 특별함을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는 매력일 것이다. 어린왕자가 조금은 괴팍하기도 하고 조금은 독특한 캐릭터들과 만났다면 노아는 그보다 훨씬더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캐릭터들과 만난다. 아리별이라고 하는 조금은 더 창의적인 세계도 어린왕자와는 또 다른 멋진 공간으로 자리한다.

 

'나는 가마히 눈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고, 그 진심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어. 말이라는 불순물을 섞지 않고도 화가에게 의뢰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할 수 있었지. 나는 소망 통역사였어.' - P. 34 -

 

노아의 직업이 참 마음에 든다. '소망 통역사'라.... 누군가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할 때가 꽤 많은데... 노아의 그 능력이 신비롭기만 하다. 신비로운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작품 전반을 흐르고 있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이 분위기가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전혀 낯설고 색다른 세계를 그리면서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게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탁월함이 또한 이 작품이 주는 특별함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역시 이 작품 <고양이달>을 아주 천천히 읽으라고 말한다. '역시'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 작품 바로 이전에 만났던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역시도 저자가 그런 주문을 했었기 때문이다. 쉽지만은 않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니만큼 조금은 깊이 있는 사색이 가능한 작품이다.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감싸고 보듬는 재미와 감동이 함께하는 특별한 동화와 마주한다. 두번째 세번째, 고양이달과도 함께 하고 싶어진다. '고달픈 일상에서 이 책이 잠시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책장을 열자마자 쓰여져있는 작가의 예쁘고 작은 메세지가 가슴을 더욱 따스하게 감싸안는다. 노아의 특별한 여행은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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