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조그만 '키친'에 앉아 삶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녀만의 '왕국'에는 항상 '해피 해피 스마일'한 '무지개'가 뜨고, '막다른 골목의 추억'속에서 '데이지의 인생'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안녕 시모키타자와'!! 조금은 엉뚱하게 들릴 이 말들을 되뇌이다 보면 언듯 생각나는 이름이 있을것이다. 왠지 살짝쿵 미소가 지어지는 이름,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 주인공이다. 그렇게 무겁지 않으면서 가벼운듯 그 속에 깊이 있는 질문과 물음들을 담아내는 이야기에 독자들은 매료되고 만다.
'어렸을때 딱 한번 야반도주를 한적이 있다.'
이건 뭐!! 숙명의 사랑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의 시작은 야반도주라는 다소 낯선 단어로 시작된다. 테트라와 엄마의 야반 도주, 그 와중에 테트라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다마히코에게 편지를 남기게 된다. 비행기가 추락하기 직전 써내려간 유서처럼, 어린 테트라에게 다미히코는 그렇게 특별한 친구로 남아있었다. 테트라의 성장과 아픈 가족사 사이에서 다미히코는 그녀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주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어느날 슈퍼에 갔다가 들려온 우쿨렐레의 슬픈 음색에 테트라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어린애 낙서처럼 어설픈 영어 가사가 자신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신이 야반도주 하던 당시 썼던 내용이 바로 그 가사였던 것이다. 하와이에 사는 요시무라 유키히코라는 이름이 CD 재킷에 적혀있다. 여러가지 궁금증과 함께 테트라는 하와이로 향한다. 그리고 그렇게 운명적인 사랑은 시작을 알린다. 우쿨렐레 선율이 흐르는 아름다운 하와이, 사우스 포인트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의 공통점은 '가벼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볍다고 해서 단순히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문학적 가치의 가벼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책을 앞에 두고 주춤거리지 않아도 될 여유? 정도로 말할까?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 역시 2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비교적 짧은 작품으로 쉽고 기분좋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사랑이야기 이기에 그리 무겁지 않으면서 그녀의 펜 끝을 오롯이 주목하며 쫓아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인연' 이라는 것이 있다. 요즘 개인적으로 즐겨 보는 TV 드라마 중 '구가의 서' 라는 작품이 있다. 거기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인연이 바로 이 작품 속에서도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악연과 사랑의 이중적인 구조를 띄지만, 책속에서는 바로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어린시절의 작은 편지가 사랑의 노래가 되어 되살아나고, 뜻하지 않았던 사랑의 씨앗은 하와이 사우스 포인트에서 운명적 사랑으로 피어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스타일에 '치유 문학'이라는 말을 붙이곤 한다.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가졌으면 좋겠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그녀는 어떤 의도보다는 그냥 쉽게 읽어주길 바라며 다만 인생의 위기나 힘든 일이 있을때 자신의 작품이, 혹은 작은 귀절이 그것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그녀의 바램과 그녀의 작품들이 '치유 문학'이란 이름으로 독자들의 가슴에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은 15년전 그녀의 초기 작품이었던 하치와 그의 마지막 연인 마오의 이야기를 다룬 '하치의 마지막 연인'에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한다. 시간을 거슬러 이루어지지 못한 또 다른 사랑을 연결해주는 사랑이야기, 우리는 그것을 숙명이라고 이야기한다. 봄이라는 시간과 숙명적인 사랑이라는 주제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든다. 이 봄 그렇게 잊지 못할 사랑 이야기에 가슴을 내어 맡겨도 좋을 것 같다.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에게 이 봄을 선물하고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을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작품을 만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더불어 오랜 시간을 거슬러 '하치....'를 다시 만난다면 또 색다른 재미와 감동이 전해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어느새 봄의 시간을 건너 여름을 내달리는 햇살에 온몸이 뜨겁다. 아직 남아있는 봄의 끝자락, 아름다운 섬 하와이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운명적 사랑에 가슴 설레여 보는 것은 어떨까? 빛 속에도, 파도 속에도, 빗 속에도, 언제나 그대가 있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이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