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지방 출장에서 돌아오는 금요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 가족 상봉의 들뜬 기분에 차 안에서도 발걸음이 분주하다. 하지만 이내 맘도 모르는지 어김없이 퇴근길 차량들이 내 발목을 부여 잡는다. 요즘같은 휴가시즌에는 이 작은 나라에 옹기종기 드리워진 도로들이 차로 가득 찬다. 오늘도 그랬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것 같다. 갑작스레 일이 밀린 관계로 휴가를 뒤로 미뤄버린 나로서는 부러움반, 짜증반... 뭐 그렇다. 시원한 돗자리에 누워 잘익은 수박 한 통 뜯으며 책 한권에 미소짓는 여유! 아마도 나에게 휴가란 이런 작은 휴식을 주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으악~~ 요즘 너무 바쁘다.

 

 

 

서설이 너무 길었나? ^^ 이번에 만날 작가는 미치오 슈스케다! 뭐 두말할 나위가 있겠나? 미치오 슈스케 바로 그다. 참 '슈스케 4' 가 다시 시작됐다고 하던데... 처음 슈스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를 TV에서 들었을때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아마도 일본 미스터리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같은 경험을 했을것이다. 아마도... 이 여름 무더운 더위를 달래?줄 미치오 슈스케의 <물의 관>과 만난다. 언제나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만드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  미치오 매직으로 찌는듯한 한밤의 열대야까지 날려가 줄 수 있을지 손끝이 조심스레 떨려온다.

 

 

 

한 소녀가 울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새 장, 새가 날아가 버렸는지 문은 활짝 열려 있고, 소녀의 발 아래는 물길에 휩싸인듯한 마을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소녀가 울고 있다. 표지만으로도 일본 작품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물의 관>이라는 제목 또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독특한 소재들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스토리셀러 미치오 슈스케가 이번엔 또 어떤 색다름을 선물해줄지 잔뜩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번에도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

 

 

 

'20년 후의 나에게' 라는 짧은 편지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요시카와 이쓰오라는 소년의 편지는 12살 또래 아이들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지만, 그 아래에 쓰여진 기우치 아쓰코라는 소녀의 편지 내용은 약간은 살벌하기까지 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복수하기위해 적은 편지, 그것이 비로 아쓰코가 20년후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긴 내용이다. 써프라이즈!! 일본이나 우리나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와 같은 사회성 짙은 소재들에 대한 작품들은 꽤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치오 슈스케가 이런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무엇일까? 이제 그 단단하고 견고한 이야기들을 풀어내어보자.

 

 

 

 

 

 

'작년 가을, 비가 내리던 그날, 자신의 생명을 끊으려고 댐으로 향한 아스코를 쫓기 위해 이쓰오는 이 버스를 탔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미래 편지의 두 주인공인 이쓰오와 아쓰코는 그 편지 내용에서도 비춰지듯이 서로 전혀 다른 삶의 모습속에 살아간다. 모든게 '평범'이란 두 글자와 어울리는 이쓰오, 소년과는 다르게 가정의 불화와 학교 생활의 부적응으로 평범한 삶을 가장 손꼽는 소녀 아쓰코! 이 전혀 다른 두 소년 소녀가 마주한다. 우연하게 아쓰코의 잘못된 행동을 보게 되고 급관심을 갖게 된 이쓰오. 아쓰코는 초등학교 졸업행사에 묻은 타임캡슐 안의 편지를 바꿔치기 하는 걸 도와달라고 이쓰오에게 말한다. 바로 앞에서 말했던 20년 후의 나에게 쓴 편지 말이다. 그렇게 선택되듯, 끌리듯 아쓰코와 이쓰오는 소용돌이 속에서 평범함으로, 평범에서 일탈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미치오 슈스케가 미스터리속에 주인공을 아이들로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청춘의 시간이 바로 미스터리한 시간, 상상과 환상의 방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시선에 비친 세상, 그것이 가장 선명한 우리들의 자화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이 사회의 거짓과 위선을 고스란히 내려놓는다. '미안해 스이카'처럼 극단적인 선택과 고백도 있을 수 있지만 미치오 슈스케는 그보다 삶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법에 조금더 신경을 쓰는듯하다. 웅크리고 성장통에 시달리는 청춘들, 조금씩 세상을 깨고 질주하려는 젊음의 이야기들이 미치오 슈스케식 푸르름으로 물든다.

 

 

 

걱정인형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건 어른이건 삶을 살아가면서 적어도 하나의 걱정거리가 없을 수가 있을까? 아쓰코가 던져버린 작은 인형이 아마도 소녀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짊어진 걱정인형이 아니었을까? 얼마전 직장내에서 왕따가 있다고 답을 한 사람이 45%가 넘는다는 뉴스를 접한적이 있다. 단지 학교내에서만 문제가 아니다. 학교 폭력과 왕따문제는 교문을 넘어 사회로 파급되고, 아니 오히려 어른들의 모습속에서 아이들은 학교내에서 폭력을 완성해가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한 미치오 슈스케식 접근은 따스함과 여운이라 말할 수 있겠다. 긴박하고 미스터리함 속에서 그려지는 따스함과 마지막을 내려놓는 여운이 바로 독자들 자신이 많은 생각을 갖게끔 만든다.

 

 

 

미치오 슈스케의 광팬임을 자처하면서도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작품이 몇 권정도 된다.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과 읽고 싶어 곧바로 구매를 하고도 책장 한구석에서 나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는 '달과 게', '외눈박이 원숭이'도 이번 휴가 기간동안 만나볼 계획이다. 꼬옥! 하지만 이 정도를 제외한다면 그의 다른 작품들 모두를 소장하고 함께하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에 눈을 뜨게 만들어준 작가, 일본 미스터리의 다양성을 손수 느끼게 해준 작가, 그래서 언제나 이름만으로도 설레이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물의 관>을 내려놓는다. 걱정인형에게 고민과 아픔을 내던지듯, 고통과 상처는 더이상 곁에 두지 않고 저 깊은 물속에 내려놓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미치오 매직이 앞으로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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