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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우주 최강 울보쟁이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Friends / 2012년 3월
평점 :
주말부부! 드라마속에서나 만나던 그 이름이 지금은 우리 가족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결혼하고 벌써 3년이란 시간을 주말 부부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이어진 주말 부녀, 부자! ㅠ.ㅠ 세살 딸아이와 이제 갓 백일을 넘긴 아들 녀석에게도 똑같이 주말뿐인 아빠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들 녀석이야 그렇다지만 제법 말도 시작하고 한창 어리광을 부리는 우리 딸아이에게 아빠의 미안한 마음은 더욱 크다. 아내에게는 물론이고... 월요일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그래서 언제나 무겁다.
아빠! 라는 이름을 얻게된지 2년이란 시간이 채지나지 않았지만 어느새 그 이름에 어색함이 없다. 오히려 딸아이가 부르는 그 '아빠'라는 이름에 치쳐있던 어깨에 힘이 불끈, 힘겨운 일상속에서도 입 꼬리가 가르마까지 모인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그렇듯, 아이들은 힘겨워하는 아빠들도 춤추게 한다. ^^ '딸바보'라는 이름이 전혀 싫지도 어색하지도 않는 아빠가 된 지금, 나 자신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가진, 가장 행복한 사나이가 아닐까 싶다. 난 아빠다! ^^
"엄마가 없어도 네 등이 춥지 않게 늘 지켜줄게"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아빠는 우주 최강 울보쟁이>는 나오키 상을 비롯해 내놓으라하는 일본 문학상을 휩쓴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이다. 시게마츠 기요시? 사실 조금 낯선 이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몇번의 물음표를 되뇌이다 느낌표를 찍게 된 작가다. 지난해 여름에 만났던 '열구'라는 작품속에서 숨겨져 있던 그의 이름을 떠올린다. 그리 강렬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기억되는 '열구', 그리고 일년만에 다시금 그의 이름이 담긴 따스함이 느껴지는 작품과 만난것이다.
<아빠는 우주 최강 울보쟁이>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미사코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 아키라까지 생기면서 보잘것 없던 인생에서 행복을 찾았던 야스. 하지만 그의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아키라의 실수로 화물이 무너지고 아내 미사코는 아키라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갑작스레 한 아이의 아빠, 온전히 그 역할을 떠맡게된 야스의 고군분투가 어쩌면 가슴 찡한 감동으로, 어떨땐 명랑한 웃음으로 그려진다. 초등학생에서 중, 고, 대학생 그리고 사회생활과 결혼... 갑자기 사라져버린 엄마의 자리, 그 자리를 채워가는 한 아빠의 모습, 그속에서 가족이란 이름이 가진 커다란 의미를 깨닫게된다.

아버지란 이런거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지 불과 몇년이 지나지 않았다. 그 힘겨운? 행복속에서도 가끔 아쉬움이란 감정이 스치는 것은 바로 나의 부모님에 대한 추억이 흐르는 시간이다. '엄마 아버지가 계셨으면 아이들 참 예뻐해주셨을텐데... 참 좋아하셨겠지...' 하는... 오래전에 우리의 곁을 떠나신 그 분들이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이 아이들 덕분?에 더 많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엄마'라는 이름이 평소 많은 시간을 추억하고 가슴 찡하게 만들다면 아이들의 아빠란 이름을 얻고난 이후 어쩌면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더욱 간절하고 진하게 다가온다. '아버지'...란 이름이...
8남매! 우리집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대가족이었다. 그때 우리 아버지는 어떠셨을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실때 어떤 느낌이 드셨을까? 감히 상상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아마 행복이란 감정,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이란 여러 감정들이 겹치듯 휘몰아치지 않았을까 싶다. 작은 흙집에서 서로 먹이를 달라고 다투고 짹짹되는 제비들의 모습이 아마 그때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버지는 그 모습이 예쁘기만 했을까? 아빠란 이름을 얻고 보니 그때 그 시간속 아버지의 모습, 그 마음을 조금은 알듯도 하다. 아버지... ㅠ.ㅠ
부모라는 건, 수지 안 맞는 장사다. ... 부모라는 건, 외로운 노릇이다. ... 부모라는 건, 슬픈 노릇이다. ... 부모라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이다. ... 부모라는 건, 애쓰는 노릇이다. ... 부모라는 건. 부모라는 건. 부모라는 건. 부모라서, 다행이다. - P. 257~ 258 -
백일 된 아들 녀석! 덕분에 아내는 매일매일 파스로 몸을 추스린다. 쬐끄만 녀석이 몸무게는 세살 누나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 집에 발을 내려놓으면 아이들은 쑥쑥 커져있다. 아내는 점점 말라간다. 절대 그런일을 없어야겠지만 야스처럼 이 아이들을 혼자 키워야 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쉽지 않다. 아내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을테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들 가족보다 더 크고 어려운 일들이 다가올 것이다. 그의 자리에 내가 서있고, 감히 그의 이야기속에 나를 투영해보며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하나더 여보 싸랑해~~ ^^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문제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단순히 노는 날이 아닌 그 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기념일이 되기를 많은 이들이 바랄 것이다. 가정의 달 5월! 나에게는 영원한 빈자리, 아버지 엄마의 따스함이 그리운 시간이 되기도 하고... 이제는 나의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아빠는 우주 최강 울보쟁이>를 통해 따스하고 감동적인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한번 더 나 자신에 다짐한다. 난....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