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걸었어 세트 - 전2권
최종훈.황재오 지음, 박용제.최완우 그림 / 드림컴어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K3리그의 '부천 FC 1995' VS 영국 7부 리그의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와의 '월드 풋볼 드림 매치 2009'!!! 경기를 계기로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천 FC 1995'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다. K리그의 역사와 아픔, 그리고 희망을 모두 담고 있는 이름이 그 속에 담겨져있다. 지금은 제주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이 되어버린 과거 부천 SK의 연고지 이전으로 순식간에 그들의 '팀'을 잃어버린 부천의 서포터스 '헤르메스', 그들과 지역 기업체, 부천시의 노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시민구단이 바로 '부천 FC 1995'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그나마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들의 리그로 돌아온 K리그이지만, 지난해 승부조작 파문과 끝이지 않는 타 경기 기자들의 축구 까기? 덕분에 다시금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듯하다. 야구중계에 밀려 관중도 없는 낮 경기를 서슴치 않고, 월드컵과 국가대표 경기에만 치중하는 협회의 왜곡되고 그릇된 행정속에 K리그 선수와 팬들은 상처아닌 상처를 싸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리그도 잘 모르는데 왠 K3리그의 팀? 하는 이들을 많을 것이다. 중요한건 K1, k2, K3 같은 숫자가 아니라 축구라는 이름, 그리고 작은 공 하나에 그들의 열정과 인생을 담아낸 그들의 이야기라는데 있는 것이다.

 

K3 리그 부천 FC 1995, 그리고 차기석 골키퍼! <모든걸 걸었어>는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던 한 선수와 소외받고 외면받는 시민 구단의, 그들만의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천 FC 1995라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차기석'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렴풋하게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를 표현하는 다양한 수식어들이 있다. 청소년 국가대표 골키퍼로 선발되며 차세대 국가대표 수문장, 꽃미남 골키퍼로 불리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부전증, 사실상 선수 생명 끝이라는 수식이 밝기만 했던 그의 축구 인생을 대변하기에 이른다.

 

'그의 나이 20세에 발병한 신부전증으로 아버지의 신장을 이식받았으나, 2년 후 또 다시 부자의 신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달리기 위해 네번째 신장을 몸 안에 넣고 잇다.'


 

차세대 유망주라는 말을 꼬릿표처럼 달고 다녔던 차기석 골키퍼는 <모든걸 걸었어>에서 차기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신부전증으로 쓰러져 네번째 신장을 몸안에 넣는 장면으로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작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그가 그토록 원하는 축구를 다시금 시작하게 된다.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도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꺽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부천 FC 1995를 만나 그의 새로운 축구인생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K3 리그 답게 불안전한 몸을 가진 차기석 골키퍼 못지 않게 다양한 이력과 아픔을 갖고 현재를 살아가는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바람둥이 미드필더 윤성필, 술로 망쳐버린 수비수 함주명, 부잣집 망나니 공격수 정홍석, 약골 소년가장 미드필더 김정환, 콩고인 용병 무참바 등 다양한 이력과 축구에 관련된 자신만의 아픔과 슬픔을 가진 이들이 뭉쳤다. 부천의 매니저인 깜찍 캐릭터 선미와 함께 주장으로서 무너져가는 부천 FC를 다시 세워나가는 차기성! 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꿈이 그렇게 다시금 피어오른다.

 

'어릴 때 처음 골키퍼를 시작했을 땐 몰랐었다. 축구가 좋았고, 공을 차는 것이 좋았고, 경기의 흐름이 보이고 얽히는 것이 기분이 좋았었다. 단 한 개의 골로도 승패가 갈리는 축구라는 경기에서 골문을 지키는 포지션이 얼마나 가혹한 부담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어쩌면 난 골키퍼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좌절과 아픔때문에 축구를 좋아하면서도 약간은 비뚤게, 혹은 조금씩 거리를 두던 부천의 멤버들은 차기성으로 인해 다시금 뭉치게 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축구'가 가진 특별한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성필과 용병 무참바의 코믹한 대화와 상황들이 뜨거운 감동속에서도 배꼽잡는 재미를 전해준다. 샤워실의 제왕? 무참바는 특히 곳곳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선물한다. 골키퍼 출신 강만태 코치까지 합류하고, 대학선수, 고등학교 선수들과 시합을 하는 등 밑바닥 부터 다시 축구를 시작하는 부천의 선수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꿈에 그리던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와의 경기를 갖기에 이른다.

 

<모든걸 걸었어>는 지난해 만났던 웹툰 '스마일 브러시'의 '와루'가 그림에 참여한 작품이다. 아마도 코믹한 부분에서 그의 그림들이 쓰여지지 않았을까 추측이 들기도... 전반적으로 그림체와 스토리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축구를 사랑하던 한 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졌지만 개인적인 아픔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이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현존하는 구단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고 감동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단지 주인공 차기성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그들 모두가 주인공 이기에 마음에 더욱 와닿는다.
 

 

차기석! 차세대 국가대표 수문장, 그리고 사실상 선수생명 끝이라는 그를 대표하던 수식이 한계를 이겨내고 끝없이 도전하는 열정으로 대표되기에 이른다. <모든걸 걸었어> 단 두권에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는 것은 아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2권의 마지막이 너무 짧고 두리뭉실하게 끝나버린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랄까? 차기석과 부천 FC 1995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을 거라 믿는다. 새롭게 부활한 부천 FC 1995와 선수들의 계속된 도전과 감동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내가 숨을 쉬며 해야 하는 건 언제나 하나였어. 잔디 위에 서 있지 못 한다면... 이미 난 존재하지 않는 거야.'

 

얼마전 MBC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스타가 한 명 탄생했다. 축구 청소년 대표 이기도 했던 구자명이 그 주인공인데... 그가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이야기를 담고, 아픔과 좌절을 넘은 새로운 희망의 메세지가 된다. 차기석 골키퍼와 부천 FC 1995 역시 그런 감동으로 단순히 축구라는 종목 경기를 넘어 특별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 7부리그 팀과의 경기가 그들의 이야기의 시작이었고 또 새로운 도전과 희망의 이야기들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축구를 좋아하는 일인으로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그냥 결과만 뉴스를 통해서 보면 되지 뭐 그렇게 집착하느냐?'고... 정말 그럴까? 단순히 결과에 뭍혀버린 수많은 과정과 이야기들! 그것이 바로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과 연관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축구는 단순히 결과만을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 스토리를 가진 재미있는 스포츠이다. 이기고 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녹색의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의 이야기,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이야기, 그들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을 담은...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감동적이다. 단순한 결과속에는 그 소중함이 어디에도 들어있지 않다.

 

녹색 그라운드를 달리는 젊음! 그들의 땀방울, 작은 축구공속에 그들은 무엇을 걸었을까? 작은 공 하나가 세상을 울고 웃기고 심지어 전쟁까지 일으키기도 만드는 그 힘은 바로 스토리이다. 그리고 역사이다. 한일전이라는 치열한 역사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단 한 경기가 아니라 프로 축구를 통해, K리그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 우리 축구의 뿌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빨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고 축구를 사랑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의 고장을 대표하는 그 팀의 유니폼을 입고 그들의 땀 방울,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까이서 만나보길 바란다. 그것이 아마도 축구를 사랑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기에... 그들은 모든걸 걸었고 우리는 그들을 소리 높여 응원한다. 그것이 축구라는 이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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