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여자다. 명탐정을 동경하고 카프를 사랑하며 가전제품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누가 봐도 여자임에 틀림없다. 갈색 재킷, 새하얀 블라우스, 미니스터트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 가슴에는 빨간 리본을 단 코이가쿠보가쿠엔의 교복을 입은 2학년 여고생이다.'

 

키리가미네 료! 이 녀석 심상치 않다.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의 페이지를 열고 한참을 읽어 내려가는동안 녀석이 여자일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녀석은 야구를 좋아하고 에어컨 상표의 이름을 닮은 열여섯,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이었다. 자칭 명탐정이라 부르고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부부장이기도한 키리가미네 료는 책의 초반부터 굴욕을 맛본다. 생물교사인 이시자키 선생님에게 탐정부 지도교사겸 고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하기위해 생물실로 가는도중, 도망치는 한 남자와 부딪히고 사건과 얽히게된 키리가미네 료, 드디어 녀석이 활약할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완벽한 추리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 P. 14 , [키리가미네 료의 굴욕] 중에서 -

 

제법 근사한 말로 명탐정 흉내를 내지만 아직 고2 철부지 여고생인 것을... 사건은 결국 경찰에 알려지게 되고 료와 선배 사이토 켄타, 경비원 에가와, 관리인 후지타아저씨까지 용의선상에 오른 상황, 사건은 오리무중상태였지만 탐정부 고문을 맡아주기로 한 이시자키 선생님의 명쾌한 추리로 쉽게 해결되고 만다. 명탐정 키리가미네 료의 첫번째 굴욕을 안긴이가 바로 이시자키 선생인 것이다.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에는 위에서 언급한 '키리가미네 료의 굴욕'편을 포함해 모두 8편의 단편 미스터리가 등장하는데... 첫 단편의 활약이 돋보인 이시자키 선생은 탐정부 고문답게 수수께끼를 풀어내며 지속적인 활약을 펼친다. 그만큼 료의 굴욕도 늘어난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이니만큼 키리가미네 료 또한 쉽게 물러설 인물은 아니다. '2+2-3=1 사건'이라 불릴만한, 연예인의 스캔들 사진을 노리는 파파라치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사건아닌 사건속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키리가미네 료. 두번째 단편인 '키리가미네 료의 역습'에서 료는 처음보다 조금은 나은 활약을 보이지만 결국 이시자키 선생님에게 또 다시 한 판 패하게 된다. 하지만 카도쿠라 신노스케 할아버지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을 다룬 '키리가미네 료와 보이지 않는 독'에서부터 드디어 키리가미네 료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 단편에서는 코쿠분지 경찰서의 카라스야마 치토세란 여형사가 등장한다. 왠지 매력적인 느낌의 캐릭터지만 탐정을 내세우는 본격 미스터리에서 경찰이란 존재의 한계가 아쉽기만 하다.

 

'본격 유머 미스터리'!!! 히가시가와 도쿠야와 만나는 세번째 작품이다. '밀실' 시리즈를 통해서 한참을 웃으며, 조금은 가볍고 즐겁게 만날 수 있었던 독특함을 전해준 히가시가와 도쿠야! 앳된 여고생 탐정 키리가미네 료를 내세워 학교 안팎의 크고 작은 일들, 어쩌면 우리 일상에서 벌어질수 있는 일들에 미스터리를 접목한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는 그의 본격 유머 미스터리의 특별함을 다시금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2011년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를 통해 서점대상에 뽑히며 인기를 모았던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 작품 또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본에서 드라마화 되기도 했고, 영화화도 결정되었을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키리가미네라, 에어컨 같은 이름이로군.' - P. 18 , [키리가미네 료의 굴욕] 중에서 -

 

첫 단편을 시작으로 해서 곳곳에서 '에어컨'에 비교되며 독특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키리가미네 료! 자신의 이름을 에어컨 상표라고 말하는 관리인 아저씨의 멱살을 쥐어잡기도 하고, 사건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서로의 이름과 관련해서 유치 찬란한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역시나 앳된 여고생의 가녀린? 감성에 미소짓지 않을 도리가 없다.

 

'몰랐다. 청산가리도 생선회처럼 신선도가 중요할 줄이야...' - P. 111 , [키리가미네 료와 보이지 않는 독] 중에서 -

 

짧은 몇마디 말로도 웃음을 떠뜨리게 만드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유머가 경쾌하다. UFO소동과 발자국 없는 살인을 다룬 '키리가미네 료와 X의 비극', 학교 선배의 담배가 사라진 수수께끼와 연관된 또 다른 사건 '키리가미네 료의 방과 후', 옥상 밀실 수수께끼인 '키리가미네 료의 옥상 밀실', 발자국 없는 구타사건 '키리가미네 료의 절규'.... 그리고 마지막 '카리가미네 료의 두 번째 굴욕'은 첫번째 단편과 유사한 상황과 맞닥드린 료와 드리어 터진 진짜 살인사건을 그린다.

 

어느것 하나 독특하지 않은 미스터리가 없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일상 미스터리를 담아내지만 각종 트릭과 복선들로 쉽지만은 않는, 독특한 웃음이 가미된 색다르고 유쾌한 미스터리,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야구를 좋아하고 중성적인 매력을 발산하지만 사랑스럽기만한 소녀, 키리가미네 료! 아마도 이 작품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캐릭터가 그녀일 것이다. 그녀 이외에도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유머를 완성시키는 타이조 경감과 료의 친구 타카바야시 나오코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너무 짧은 등장이 아쉬운 카라스야마 치토세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렇게 단순해? 아쉬워 할때쯤이면 뒤통수를 살짝 내리치는 키리가미네 료! '명탐정 키리가미네 료'! 명함까지 만들며 사건을 준비하는 여고생에게 오늘도 방과후는 색다른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키리가미네 료는 탐정부 부부장이지만 이 작품속에서 그 어떤 탐정부 부원들도, 탐정부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탐정부 고문인 이시자키 히로미 선생의 눈부신 활약만 돋보일뿐... '초보 탐정들의 학교',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를 통해 코이가쿠보가쿠엔 고등학교 탐정부 시리즈의 재미를 더 느껴보고 싶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유쾌하고 매력적인 유머 미스터리로 다가오는 봄의 산뜻함을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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