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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깨우는 한자 - 한자의 부와 획에 담긴 세상을 보는 혜안慧眼
안재윤.김고은 지음 / 어바웃어북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어디를 가나 시끄럽게 귀청을 울리는 소리들이 있다. 변화와 혁신, 새로운 나라를 외치는 분들의 일당 아주머니들은 매번 그렇게 노랗고 빨간 원색의 옷들로 차려입고 노래하고 춤추고 하루종일 바쁜 일상을 보내신다. 어느 인터뷰에서 선거철에 이런 확성기 사용을 못하게 할 수는 없냐고 투덜대시던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도 인상적인 요즘 한철이다. 한철 제대로 잡아 나머지 몇년을 떵떵거리며 서민들위에 군림하기 위한 높으신 분들의 모습들이 눈앳가시처럼 거슬린다. 그래서 <아침을 깨우는 한자>의 그 많은 이야기들중 '귤화위지'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려한다.
橘化爲枳(귤화위지) - 언제까지 주변 탓만 할 것인가
'강남의 귤은 강북으로 옮기면 탱자가 되고 만다'라는 이야기가 숨어있는 이 고사성어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생각케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시점에서 이 말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이 정권의 4년. 뭔가 기대한것도 꿈꾸던 것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남은건 고스란히 상처! 뿐이 아닌가 싶다. 언제까지 휩쓸리고 주변을 탓하고 색깔론에 말같지도 않은 정치쑈에 놀아날 것인가? 최근 터진 민간인 사찰에 잘도 물타기를 해버린 청와대의 한심한 작태에 왠지 이말이 떠올랐다. 탱자나무를 선택한 국민들, 아직도 자신이 귤인양 행세하는 심판받아야할 사람들... 이제는 정말, 정말이지 바꿔야하지 않을까? 귤화위지... 의미가 어떨지 모르지만 왠지 요즘 선거판에 귤냄새가 난다.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르황...을 읊조리던 시대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한자'가 가진 위치는 아직도 한글과 대등하다못해 그보다 높은 위엄을 내어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들어서는 아이들까지 만화책으로 등장한 한자책을 통해 재밌게 한자를 배우기도 한다. 새로운 한자 신드롬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한자'에 대한 관심, 그것은 아마도 중국이란 나라의 성장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고, 우리의 과거 역사가 한자문화권이었다는 사실 또한 빼어놓을 수 없음에도 기인할 것이다. 표음문자인 한글과 심오한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 한자의 만남! 이것은 어쩌면 우리 한글의 발전에도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아침을 깨우는 한자>가 가진 의미는 특별할 수도 있다. 국문학을 공부한 편집 기획자와 한문학자와의 만남으로 빛을 보게 된 '아침 한자', 그 색다르고 특별한 이야기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잊고 지내던 한자의 재미와 특별함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道와 德, 아마도 <아침을 깨우는 한자>속에는 이 두가지 커다란 의미가 담겨져있지 않나 싶다. 탐욕을 이기고,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배우고 노력하는 마음, 믿음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배려와 용서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한자가 이 안에 있다. 아침한자는 그 속에 지혜를 담고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에게 기다림의 미덕을 일깨워주기에 이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진정 필요한 것, 그것이 무엇일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부부는 이미 남이다 - 同林鳥(동림조)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 어색해질 때가 종종 있다. 한국인이 아닌 아내는 한국말은 잘하지만 아직 글과 한자성어 같은 곳에서는 꽤 약한모습을 보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가끔은 나도 아내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다가 콱 막혀버리는 곳이 있기에 우리 말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기도 한다. 한국 생활이 거의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리 말의 50%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 단순히 소리로 그려지는 말보다 그속의 의미를 담은 말이 많이 존재하는 우리의 말! <아침을 깨우는 한자>는 어쩌면 간혹 막혀있던 아내와의 대화에서 조금더 편안하고 깊이있게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설명해주는데 큰 도움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의미속에서도 '부부'의 의미를 새롭게 새기게 되기도 한다.
'아침한자'는 나른해지고 나약해진 우리의 일상에 또 다른 즐거움과 반성, 기회와 도전이라는 새로움을 선물해주는 책이란 생각이든다. 어느새 물욕과 탐욕으로 가득했던 삶에 대한 반성, 잘못을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쓴소리, 아니 곧은 소리가 아침한자에 담겨져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不二過 불이과)'함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낯을 키우는 정치인들에게도, '내 탓이오! (反求諸己반구저기)'가 사라진 안타까운 우리 현실에서도 꼼꼼하게 돌이켜볼 한자들이 가슴을 일렁인다.
소통과 배려! <아침을 깨우는 한자>가 던지는 또 다른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단어이기도 한 '소통'! 속이는 자의 달콤한 말을 경계하고 서로 존중하고 잘 들어주는 경청의 의미를 되새기는 단어들이 다소 노근한 아침 시간을 깨워준다. 진정한 용서는 누군가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가진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말처럼... 용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사랑과 배려, 지혜와 기다림의 미덕! 진정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삶의 가르침들이 짧고 작은 한두 단어들로 되살아난다.
한자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내어놓고, 한자 하나하나를 풀어내어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옛글속에 담긴 그 글자들을 되새김으로써 단순히 한 글자로 알던 한자의 모습이, 이야기로 깊고 넓은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모닝커피와 매캐한 담배연기로 여는 아침이 아닌, 가슴으로 스미는 깊고 진한 향기가 배인 한자로 이 아침을 맞이 하는것! 너무 행복한 삶의 시작이 될 것 같다. 단순히 한자를 잘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집어든 작은 책이었지만 한자 공부는 물론, 그 어떤 철학 책보다 깊은 가르침이 담겨있음을 깨닫게 된다.
盈科(영과) - 물은 구덩이를 착실히 다 채운 뒤 고이지 않고 흐른다
마지막으로, 채워져야 흘러가는 물처럼 정체되어 썩어들어가기 일보 직전인 나의 일상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것 같아서 이번 만남이 기쁘다. <아침을 깨우는 한자>가 깨워준것은 단순히 나른한 아침 잠이 아니라 눈감고 깨어날줄 모르던 나약함과 어쩌면 새로운 삶을 바라는 기존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삶에 대한 욕심이 아닐까싶다. 지금도 밖을 시끄럽히고 어지럽게 하는 정치인들에게 이 멋진 책 한권을 선물해주고 싶어진다. 국민을 위한다는 거대한 명분보다 그냥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떳떳해지고 당당해지고 소통의 지혜를 배우라고 말이다. 구덩이를 채우는 건 흐르는 물이지, 지나친 탐욕이나 돈이 아님을 그들도 알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