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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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1년을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해' 라고 말하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말이다. 그만큼 책을 만날때 편식이 심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하고 색다른 작품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SF의 거장 츠츠이 야스타카의 미스터리를 만났고, 오카지마 후타리나 히가시가와 도쿠야와 같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수많은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멋진 기회도 얻었다. 유명한 다나카 요시키를 처음 만났고, 오쿠다 히데오와 미미여사의 에세이라는 생각치 못한 장르를 경험하기도 했던 멋진 한해였다.

 

정말이지 일본이란 나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젊은 작가 혹은, 젊지는 않지만 열정으로 가득찬 작가들의 땀이 독자들의 오감을 사로잡는 그런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란 생각이든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어를 배우고 직접 그들의 작품을 원서로 만나보 싶다는 욕구마저 들기도한다. 지금 만나는 작가 또한 처음 얼굴을 대하는 낯선 이름을 가지고 있다. '소네 케이스케'!! 사람들은 그를 '일본 미스터리계에 등장한 경이적인 신인'이라고 부른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코>라는 작품을 통해 제14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저어'라는 작품으로 제53회 '에도가와 란포상'까지 거머쥐게 된 신인! 그가 바로 소네 케이스케이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색깔의 작품으로 진정 경이적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소네 케이스케는 이색적인 경력으로도 유명하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기로 미뤄두고, 이제 그를 세상에 알린 책 <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이 작품 표지부터 강렬하다. 제목을 연상시키듯 '코'를 사이에 두고 얼굴을 감싼 거친 두 손. 그 한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붉은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호러 소설이란 장르답게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을지 표지만으로도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코>는 호러라는 장르속에서도 판타지를 뒤섞어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담아낸 소네 케이스케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이다.

 

표제작인 '코'는 코가 낮은 돼지와 '코'가 높은 텐구, 이 두 종족으로 나뉜 미래 사회를 그린다. 돼지들에 의해서 불합리하게 텐구들이 지배받고 폭압당하는 이 사회에서 텐구를 돕는 의사 '나'와 어떤 형사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이 단편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부당한 권력, 그 권력에 의한 인간성 말살과 폭력에 대해서 말하는 판타지 호러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 '폭락'은 인간을 '주식'이란 것에 이입해 이야기를 진행하는 독특한 작품이고, '수난' 역시 수갑에 묶여 폐쇄된 공간에 갖혀버린 한 남자와 그가 만나는 몇 몇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냉소적인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코>속에 담겨진 세 단편들 모두 하나의 색깔이 아닌 각각 전혀 다른 색깔과 구성, 소재를 통해서 색다른 느낌으로 그려지고, 호러라는 장르 안에서도 작가 특유의 독특한 색깔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호러라는 장르에 담긴 공포는 물론이고 인간이 가진 가치의 상실, 우리 사회속에 내재된 폭력과 이기적이고 악한 본성, 미스터리 장르에서 나타나는 마지막의 반전에 이르기까지 다양성과 특별함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 빽빽하지 않게 쓰여진 작은 책과 읽기 쉬운 글씨로 그려진 이야기들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날카로운 비판과 시선에 독자들은 한동안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을 것이다. 가볍지만 쉽지 않은 그런 이야기가 바로 <코>인 것이다.

 

공포나 호러라는 장르들이 그렇듯 단순히 무서움과 공포의 나열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사회 비판적인 내용들에 독자들이 더욱 관심이 가듯, 이 작품 <코> 역시 그런 묵직한 메세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끄는건 그런 공포와 메세지라는 측면보다는 그것을 이끌어가는 소재와 구성적인 측면에서 이 작가 소네 케이스케는 그 만의 색깔을 가진 작가구나 생각하게 된다. 판타지를 접목시키고, 시공간적 한계성을 부여하며, 전혀 색다른 소재로 인간이란 존재들이 가진 한계와 불합리성을 드러내어 전혀 색다른 이야기들을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흔해 빠진 인생이 아니라, 흔해 빠진 가치관에 저항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소감 중에서 -

 

이제 다시 소네 케이스케라는 작가로 돌아가보자. '흔해 빠진 인생을 살며 삶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사우나 종업원, 만화 카페 점장, 백수 등 독특한 경험을 쌓은 끝에 특별한 신인 작가로 새롭게 탄생한 소네 케이스케. 호러와 미스터리, 곳곳에 담긴 판타지적 상상까지 더해져 그의 작품은 기존 작가들과는 차별화된 색다름을 가지게 된다. 독특한 이력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철학과 더불어 인생 철학까지 확고하게 확립한 그는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수상소감을 통해 가치관에 저항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우리가 인간이란 이름으로 존재하는 이상, 그에 따른 존재 가치와 미래적 발전 방향에 대해 쉽게 간과 할 수는 없을 일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하는데 소네 케이스케만큼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작가도 없을 것이다. 전혀 다른 장르를 넘나들며 그만의 색깔로 그 영역들을 채색해가는 소네 케이스케, 이미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에도가와 란포 상을 그의 두손에 안긴 '침저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지만 근간에 꼭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아본다. 소네 케이스케의 <코>는 작가만의 색다른 시선, 날카로운 비판, 독특한 소재와 구성, 2011년의 대미를 장식할 멋진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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